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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성역할 파괴

2019-11-20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학생이 간호학과나 유아교육과를 가거나, 여학생이 사관학교에 입학하면 고개를 갸우뚱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통적인 남성의 직업에 여성의 참여가, 여성의 직업에 남성의 진출이 각각 많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성 차이가 생물학적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젠더(gender: 사회적인 성)의식의 변화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남녀의 정체성 구별이 엄격하였다. 남자는 박력 있고 용감해야 하며, 여자는 집안일을 잘하고 애교스러워야 한다고 믿어왔다. 사실 이렇게 형성된 사회적인 성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낸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분석심리학자인 카를 융은 인간은 본질적으로 남녀 양성(兩性)을 갖고 태어난다는 양성론적 입장을 취했다. 그는 남성의 내면에는 아니마(anima)라는 여성성을, 여성에게는 아니무스(animus)라는 남성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녀는 남성성인 이성(logos)과 여성성인 사랑(eros)을 상호 이해하고 잘 개발하면 다양한 행동과 유연한 사고를 가질 수 있는 성숙한 인간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심리학자인 산드라 벰도 인간은 남녀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강하지 않을수록 창의적이고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는 남녀가 가사와 일의 분담이라는 전통적 성 역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상대의 성 역할을 존중하고 서로 동참할 때 남녀 간에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이제 사회적인 성역할 고정관념을 더욱 과감하게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과거 심리학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듯이 인구의 17% 정도가 남자는 여성적 뇌를, 여자는 남성적 뇌를 갖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양성적 요소를 갖고 있지만 남자이면서도 여성과 같은 심성을 가진 사람과 여성이면서 남성 못지않게 용감하고 추진력 있는 여성도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성역할의 파괴는 나쁜 것만이 아니다. 젠더 다양성의 시대를 맞아 성별 고정관념을 벗어나 개인의 능력과 소질을 개발해 나간다면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더불어 여성의 정치·경제·사회적 역량을 강화하고 양성평등 사회를 앞당기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김신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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