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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지구 평평설과 텅텅설

2019-11-25
[문화산책] 지구 평평설과 텅텅설

“어이 아들, 뭐해?” 아버지 K가 소파에 모로 누워 영화 ‘퍼스트맨’을 보고 있는 아들 K의 엉덩이를 툭 쳤다. “올해가 아폴로 11호 달 착륙 50주년이잖아요.” “흥, 달 착륙 사기극 50주년이겠지. 인간은 한 번도 달에 간 적이 없어.” 고시원에서 지내다 오랜만에 집으로 들어왔는데 또 아버지의 음모론이 시작됐다. “명색이 영어 교사인데 그런 말씀 좀 마세요.” “그럼 왜 성조기가 빳빳하게 펼쳐진 상태로 펄럭인단 말이냐? 달에는 공기도 없다면서?” “깃대가 기역 자로 생긴 거였어요. 그리고 공기가 없으면 저항도 없으니까 한 번 휘두르면 계속 펄럭이는 거고요.” 아버지 K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아들을 쳐다보았다. “달표면이라면서 별은 왜 안 보여?” “태양빛을 받은 달표면에 카메라 노출을 맞췄으니 희미한 달빛은 당연히 안 보이죠.” 어쭈 이것 봐라 하는 표정으로 아버지 K는 반박했다. “달에서 출발할 때는 발사대가 왜 없어? 반중력 엔진이야, 뭐야?” “가벼운 착륙선만 달에 내려갔다고요. 거기서 사령선까지는 가까워서 발사대는 필요 없다니까요.” “그렇게 똑똑한 놈이 취직은 왜 못해.” 흥분한 아버지 K는 서재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렸다. 그렇게 1차전은 끝났다.

“어이 아들, 뭐해?” 과일 접시를 앞에 두고 2차전이 시작됐다. “넌 지구가 둥글다고 믿지?” “아버지, 설마.” “지구 자전 속도가 얼마라고?” “24시간에 한바퀴니까 적도 지방에 사는 사람은 초속 500m쯤 되겠죠.” “그렇게 빠른 속도로 도는데 우리는 하나도 안 어지럽다고?” “지구랑 우리가 같이 도니까요. 달리는 기차에서 귤을 위로 던지면 아래로 떨어지지 뒤로 안 날아가잖아요. 아휴 돌겠네 진짜.”

실제로 지구 평면설을 믿는 사람들은 지금도 있다. 지구는 원반 모양이며 그 가장자리에는 ‘왕좌의 게임’에나 나오는 거대한 얼음벽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하늘 위는 돔으로 덮여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가설의 출발은 19세기 영국의 발명가 사무엘 로버텀인데 그 후로도 꾸준히 이어지면서 2017년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평면지구국제회담’이 열리기도 했다. 그들은 정부와 나사(NASA)가 둥근 지구로 조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가 모두 짜고 조작을 한다고요? 왜요? 이득이 없잖아요?” 설명을 듣던 아버지 K의 표정이 한결 누그러졌다. “그래 지구 평평설은 좀 말이 안 돼 그지? 걔들은 믿고 싶은 걸 그냥 믿는 거야. 그래서 말인데 핼리혜성 발견한 과학자 핼리 알지? 그 양반이 지구 텅텅설을 주장했는데 말이야. 지구 안에 또 다른 세계가…” 아들 K는 아버지 K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집을 나와버렸다.

김영준 (TBC 제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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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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