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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잔치 삼아 오른 무대…“김성녀라서 가능한 작품”

2019-12-26

연극 ‘벽속의 요정’ 김성녀 인터뷰
“2시간짜리 모노드라마 엄청난 도전
66년 배우인생에 에너지 주는 공연”

칠순잔치 삼아 오른 무대…“김성녀라서 가능한 작품”
29일까지 봉산문화회관에서 모노드라마 연극 ‘벽 속의 요정’을 공연 중인 배우 김성녀. 그녀는 “이번 무대를 칠순 잔치라 생각하고 겁없이 한달 공연을 감행했다”고 말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여느 연극과 달리 주인공이 객석에서 걸어와 등장한다. 관객들에게 인사말을 건네고는 ‘이제 무대에 올라갈까요’ 한다. 그렇게 모노드라마 연극 ‘벽 속의 요정’ 주인공 김성녀의 ‘칠순 잔치 무대’가 시작된다.

‘벽 속의 요정’은 올해 칠순을 맞은 배우 김성녀의 대표작이다. 5세 꼬마부터 교복을 입은 여학생,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 어머니, 아버지 등에 이르기까지 1인32역을 2시간 동안 혼자서 모두 소화해 낸다. ‘김성녀 아니면 할 수 없는 작품’이라는 수식어가 달릴 정도로 그녀만의 독보적인 공연이다.

24일 봉산문화회관 분장실에서 만난 그녀는 “칠순 잔치를 안 했다. 이 무대가 배우로서 칠순 잔치라고 생각하고 겁없이 했다”면서 “사실 2005년 첫 공연 때 두달을 공연한 이후 이렇게 장기 공연(한달 공연)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모노드라마는 보통 길어야 1시간20분인데, 칠순에 2시간짜리 모노드라마를 하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시간 공연이다보니 관객이 함께 해주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처음부터 연극 처음과 끝에 인사말을 하면서 마치 해설이 있는 연극처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구 공연에 대해 그녀는 “두 돈키호테의 만남 같다”고 소개했다. 두 돈키호테는 ‘연극을 대구 시민들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한달 공연을 기획한 김종성 고도예술기획 대표 겸 대구예총 회장과 기꺼이 무대에 오른 본인이다. 하지만 불경기여서인지 생각보다 객석이 꽉꽉 차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대구 공연은 70대 배우로서의 제 인생에 새로운 에너지와 자신감을 주는 공연입니다. 안주하지 않고 새로 도전해 작업하면서 내게는 자부심을 안기고 후배들에게는 이정표를 보여주는 공연이기도 해요.”

그녀가 이 작품을 처음 공연한 것은 2005년. 송승환 PMC 프로덕션 예술총감독이 6명의 여성배우들을 모아서 기획한 여배우 시리즈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당시 55세였던 그녀가 이 작품을 직접 골랐고, 남편인 손진책 극단 미추 대표에게 연출을 맡겼다. 스페인 내란 때 실제 있었던 얘기를 모티브로 일본 작가 후쿠다 요시유키가 쓴 희곡이 원작으로, 작가 배삼식이 우리나라 이야기로 다시 창작해낸 작품이다.

“저의 첫 모노드라마였어요. 송승환씨가 울고 싶을 때 뺨 때려준 거죠.”

벽 속의 요정은 5세 때부터 무대를 놀이터로 삼아 66년 동안 연령과 성별을 뛰어넘고 고전·현대할 것 없이 온갖 다양한 배역을 해왔던 그녀 연기 인생의 결정체와 다름없다. 그녀는 “이 작품은 배우로서 안주하지 않게 징벌처럼 나를 괴롭히는 작품이기도 하고, 월계수관을 씌워주는 것 같은 영예로운 작품이기도 하다”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1막은 중노동하는 기분이다. 숨도 못 쉬고 달려간다. 도처에 감동을 주는 신이 있는 2막을 위해 흙을 다지는 것이다. 씨실과 날실처럼 이야기가 쌓여야 2막에서 ‘베’가 나오는 거다. 1막만 끝나면 다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고 부연했다.

그녀가 꼽는 극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무엇일까. 그녀는 “초창기 공연 때는 웨딩드레스 입는 장면과 불이 났을 때 아버지를 안아주는 장면이 그렇게 가슴 찡했는데, 지금은 아버지가 아내에게 용서를 구하는 장면과 아스팔트 위를 걷는 장면에서 가슴이 아려온다”면서 공연할 때마다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32명이 커튼콜 하는 게 아닌가’라는 평을 들었을 때 너무 기분이 좋았고, 1천500석 기립박수를 받았던 수성아트피아 공연을 잊을 수 없다”면서 “김성녀라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공연 보러 간다는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골동품 몇개를 무대에 놓고 공연하거든요. 이 공연은 골동품처럼 귀한 거예요. 한구석에 놓여있지 않고, 사람들 앞에 놓여져서 값어치를 매기는 작품이죠.”

앞으로의 공연 계획에 대해 묻자 그녀가 답했다. “75세가 되면 벽 속의 요정 20주년 공연인데 가능할까요.” 이 공연이 끝나면 그녀는 내년에 관객과 만나는 국립극단 70주년 기념 공연인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공연 역사상 처음으로 여배우로서 파우스트 역을 맡아 열연할 예정이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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