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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석의 電影雜感 2.0] 전영잡감 2.0 선정 ‘2019 올해의 한국영화 TOP 10

2019-12-27

“천만영화 5편이나 배출…스크린 독과점 따라 흥행성적”

20191227
20191227

2019년은 한국영화가 꼭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리고 그것을 축하라도 하듯 선물처럼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영광이 한국영화에 바쳐졌다. 2019년은 1천만 관객 영화가 무려 5편이나 쏟아진 해이다. 그러나 대박 아니면 쪽박 같은 흥행 성적의 원인으로 지적 받은 스크린 독과점 문제 또한 크게 부각된 해이기도 하다. 중박 같은 허리가 얇아도 너무 얇았다. 작년에 이어 2019년 올해의 한국영화 가운데 상업영화 5편, 다양성영화 5편씩 10편을 골라보았다. 역시 무순이다.

◆상업 영화

① 기생충(봉준호 연출)

언제나 가장 한국적인 상황들을, 장르영화를 배반하는 장르영화로 내놓았던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와 ‘옥자’ 같은 대작 프로젝트를 마치고 돌아와 내놓은 신작. 신자유주의 시대 빈부의 세계를 수직적인 구조와 감춰지지 않는 체취로 그렸다.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로 가장 세계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까지 거머쥐었다. 악인이 등장하지 않은 희비극으로 기생과 공생, 상생의 화두를 던지는 봉준호 감독의 2기가 시작되었다.

② 사바하(장재현 연출)

한국 상업영화계에서 엑소시즘을 이만큼 전면에 내세운 영화가 있었던가. ‘검은 사제들’은 비상업적인 장르를 배우 강동원 같은 스타 파워로 돌파해낸 희귀한 케이스였다. 장르영화 팬으로 솔직히 유사 소재를 다룬 영화들의 자장을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한 전작을 온전히 신뢰하진 않았다. 전작의 미심쩍음으로 떠올리기 힘들었던 ‘사바하’로 신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는 장재현 감독은 충무로에서 독보적인 감독임을 증명했다.

③ 생일(이종언 연출)

‘세월호 참사’를 그린 최초의 상업 장편영화. 30분 가까이 이어지는 생일 모임 장면은 ‘생일’의 진심이 담긴 장면이다. 실제로는 3시간 정도 모임을 한다고 하며 그 시간이 남아 있는 이들에게 필요한 시간이라 생각한 감독은 그때의 경험을 고스란히 담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배우 전도연과 설경구를 비롯해 그 신에 모인 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기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이창동 감독 작품에서 연출부를 지낸 이종언 감독의 장편 데뷔작.

④ 우상(이수진 연출)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과소평가 받은 작품. 이수진 감독이 배우 천우희와 함께 ‘한공주’를 내놓았을 때 나는 그가 만들 다음 영화를 내내 기다렸다. 천우희에 이어 배우 한석규와 설경구까지 합류했다. 세 인물의 욕망이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기이함에 상징과 은유가 더해져 많은 관객들의 선택을 받진 못했지만 그만큼 한국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어떤 쾌감을 불러온다.

⑤ 극한직업(이병헌 연출)

“지금까지 이런 영화는 없었다.” 배우 류승룡이 그간의 부진을 딛고 이 영화로 기사회생했고 이하늬, 진성규도 재평가 받았다. 오직 관객을 웃기겠다는 목표를 향해 착실하게 달려 나가는 영화. 기존 한국 코미디물들이 코미디에 신파나 액션을 결합하는 방식이 아닌 코미디 하나만으로 1천만 영화에 등극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완벽한 타인’으로 인정받았던 배세영 작가의 각본에 독립영화감독 시절부터 코미디 장르에 뛰어났던 이병헌 감독의 연출.

◆다양성 영화

① 벌새(김보라 연출)

김보라 감독의 장편 데뷔작. 전작이었던 단편 ‘리코더 시험’에서 리코더를 잘 불어서 사랑받고 싶어 하던 초등학생 ‘은희’가 자라 중학생이 된 1994년의 세계가 주 무대이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성숙한 데뷔작”(베를린국제영화제), “보편적인 그러나 구체적인 이 영화에 완전히 사로잡혔다”(시애틀국제영화제) 같은 호평을 받으며 개봉 전에 이미 전 세계 25관왕이라는 수상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놀랍고도 놀라운 마법 같은 영화.

② 김군(강상우 연출)

난데없이 광주 항쟁의 북한 개입설을 들고 나온 보수논객 지만원의 주장에 맞서 신원불명의 ‘김군’을 찾아 나선 고군분투. 서스펜스와 긴장으로 구성된 영화 형식으로 마지막까지 숨죽이며 지켜보게 만드는 연출은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5·18의 트라우마와 살아남은 자로서의 죄책감을 짊어진 광주 시민들의 내밀한 고백을 통해 가장 뜨거운 진실을 밝혀내고 역사 왜곡에 맞서며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는, 5·18을 겪지 않은 세대가 만든 5·18 영화.

③ 메기(이옥섭 연출)

기존의 국가인권위원회 제작 영화들과는 결이 다른 영화. 취업난, 불법 촬영, 인간관계의 균열 등 믿기 힘들지만 현실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사건들을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면서 2019년 불신의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회에 날카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단편 ‘4학년 보경이’ ‘연애다큐’ 등을 통해 개성 넘치는 아이디어와 유머로 자신만의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이미 구축해 온 이옥섭 감독의 장편 데뷔작.

④ 우리집(윤가은 연출)

“아이들의 세계를 담아내는 투명하고 세밀한 접사”(이예지), “소녀들의 ‘진짜’ 세계를 그리다. 올해의 데뷔작!”(이주현) 같은 찬사를 받은 바 있는 ‘우리들’을 만든 윤가은 감독의 차기작. 전작에 이어 자연스러운 아이들의 연기를 사려깊게 이끌어내는데 성공한다. 한국영화의 귀하디귀한 미학적 성취.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출신 프로듀서들이 만든 제작사 ‘아토ATO’가 창립작이었던 ‘우리들’에 이어 이번에도 제작을 맡았다.

⑤ 월성(남태제·김성환 연출)

핵발전소도 모자라 방사성폐기물처리장에 핵폐기물처리 관리시설까지 모여 있는 곳이 바로 경주 월성이다. 대한민국에서 전기를 만들기 위해 돌리는 핵발전소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의 절반 이상을 이곳이 떠안고 있다. ‘자백’ ‘공범자들’ ‘김복동’에 이은 탐사 보도 전문 뉴스타파의 네 번째 프로젝트.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쓰레기”라 불리는 핵폐기물 옆에 사람이 살고 있다니, 대구와 경주의 거리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올해는 다양성영화에서 여성감독의 주목할 만한 데뷔작들이 많이 나왔다. 이들이 어서 상업영화에도 들어와 새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덧붙여 한국영화의 다음 100년을 맞는 내년부터 선보일 영화를 고민 중일 남성감독들의 분발을 바란다.

독립영화감독·물레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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