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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해외 취업, 직장인 이직, 중년층 이혼 고민 많아…도심 점집 문전성시

2020-02-07

■ 점 보러 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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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낮 시간대임에도 대기 손님들로 가득 찬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타로·사주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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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SNS 등을 통한 타로점 및 사주를 보는 젊은층이 늘어나면서 기존 오프라인 타로·사주 집들이 세일은 물론, 타로·사주·손금까지 한꺼번에 봐 주는 '1+1+1' 이벤트까지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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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내 한 타로·사주 집 벽에 붙어 있는 사주, 궁합, 1년운세 가격표.
설이 지나면 점(占)을 보는 사람들이 평소보다 많아진다. 올해 운세가 어떻게 될지 궁금한 점도 있지만, 한 해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인생 전반에 대한 고민까지 맞물리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깊어진다. 이럴 때 주로 찾는 곳이 바로 점집이다.

기성세대는 주택에 대나무를 꽂아놓고 '박수무당' '처녀보살' '애기동자' 같은 간판을 내건 점 집을 많이 찾는 편이다. 이런 곳을 찾지 않는 20~30대도 자신의 운과 미래에 대한 궁금증은 마찬가지. 이들은 도심 번화가에 위치한 타로·사주 집을 찾아 타로 점이나 사주를 본다.

점집을 찾는 사람들의 상담 내용을 통해 현대인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최근 들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학생들의 해외 취업과 중년층의 이혼 고민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대구 중구 동성로 타로골목 '쪽집게 천사 2호점'에서 '청남 샘 이모'라는 이름을 쓰는 구정미씨는 "새해 들어 사주나 타로점을 보러 오는 고객들은 전반적으로 사업운, 신년운세 상담이 주류를 이루지만 특이한 것은 이혼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물어보는 손님이 크게 늘어난 것"이라며 "여기에 더 해 대학생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20대 후반의 청년들은 해외 취업을 고민 중인데, 괜찮겠냐는 것을 묻는 사례가 부쩍 많아졌다"고 전했다.

취업난 지속, 연초 공무원 시험운 문의 증가
중고생 연애운, 30대 상사와 불화, 40대 건강
50대 자녀문제, 60대 자식결혼 연령대별 고민

이별사주 나와도 이혼 하라고 말할 수는 없어
잠시 떨어져 지내보며, 이후 결정 하라 권유
삶은 운명이 결정하는 게 아닌 만들어 가는것
한날 한시 태어난 세쌍둥이도 사주 각각 달라
예나 지금이나 가장 관심 많은 것은 '금전운'

구씨는 또 "취업난이 지속되면서 매년 12월과 1월만 되면 공무원시험 운에 대한 문의도 늘어난다"며 "특이한 것은 점을 보러 온 손님 중 일부는 공무원이 자신의 팔자에 있는지 여부를 묻는 경우다. 이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거나 합격을 해 놓고도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방학이면 중·고생도 많이 찾는다고 전한 구씨는 "여고생과 여중생 대부분은 연애운에 대한 상담이 많다"면서 "20대는 연애와 진로 및 취업에 대해, 30~40대는 사업운과 다니는 직장의 이직 여부, 50대는 자녀 문제와 이혼 여부를 묻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역술인들은 이혼 여부를 묻는 고객을 상담할 때 가장 힘들다. 구씨는 "사주에 이혼할 팔자라는 것이 나와 있더라도, 무조건 이혼을 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내 자신도 내 팔자대로 살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 가정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이혼을 어떻게 강요할 수 있겠느냐. 일단 떨어져 살아보고 그다음에 이혼 여부를 결정하라고 얘기해 준다. 이혼소송에서도 준비기간이 있듯, 부부가 떨어져 살다 보면 서로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팔자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운명이라고 모두가 운명대로 인생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세쌍둥이도 모두 사주가 다르다. 어떤 이름을 가지느냐와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사주팔자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인연이 그 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공부하는 것이 인연법"이라고 덧붙였다.

구씨는 한 예로 8년 전 자신을 찾아왔던 여중생 사연을 소개했다.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사고뭉치였던 중3 여학생이 '내가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답답해하길래 이것저것 물어보다 간호사가 적성에 조금 맞는 것 같아 '간호사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당시 그 여학생의 사주에는 간호사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한참 뒤 그 여학생과 어머니가 찾아와 그때 얘기해 준 것 때문에 간호사를 목표로 공부를 시작해 간호사가 됐다며 고맙다고 했을 때 사주팔자는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

그는 황당한 상담을 하는 고객도 적지 않다고 했다. "한 번은 한의사 전화상담이었는데, 결혼을 앞두고 있는 자신이 레즈비언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물어왔다. 어떤 분은 부모님이 자살을 했는데, 자신의 수명은 어떻게 되는지 묻는 경우도 있었고, 매일 귀신을 본다며 귀신을 쫓아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구씨는 그래도 가장 많은 상담은 과거나 현재나 여전히 '돈'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저런 고민을 많이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점을 보러 오는 분들 모두가 금전운에 대한 관심이 가장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이 찾는 대구 동성로 '김사부 사주·타로'의 류혜정씨(가명 류양양)는 연령대별로 상담 내용이 확연히 구분된다고 전했다.

류씨는 "예상과 달리 30대보다 20대에서 사주를 많이 본다. 타로점은 주로 30대에서 보고, 나머지 연령층에선 대부분 사주를 보는 편"이라며 "상담 내용은 20대는 취업 및 아르바이트, 30대는 연애운과 함께 이직 및 상사와의 불화 문제, 40대는 건강 및 대인관계, 50대는 부모 사주 및 자신의 이혼 고민, 60대는 자식의 결혼 및 취업 문제가 주를 이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0대인 중·고등학생들은 미래 자신의 직업과 어떤 사람과 결혼할 것인지 여부, 대학에선 어떤 전공을 해야 할지, 유학 여부 등에 대한 고민이 많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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