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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누구도 아프지 않기를

202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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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계 유학생에 대한 몇 가지 선입견이 있다. 대부분 중국인일 거라는 것, 엄청난 부자일 거라는 것, 평가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학업에 소홀할 거라는 것. '외국인을 위한 대학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나는 그들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베트남, 몽골, 일본 등 다양한 국적이 섞여 있다는 것과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도 많다는 것은 비교적 초반에 알게 되었다. 강의시간마다 손을 들고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을 질문하는 친구들을 보면, 나도 수업 준비에 소홀할 수 없었다.

부유한 학생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은 한참 뒤에 알았다. 중간고사 이후 제출한 에세이 속에서 그들은 용돈과 책값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시달리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일터에서 벌어진 이런저런 실수들과 자신을 감싸주었던 한국인 사장에 대한 이야기, 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이 서툰 문장으로 묘사된 글을 읽고 나는 내심 놀랐다. 개인 헬기를 띄워 한류스타의 생일을 축하한다던 소문 속 중국 거부의 모습은 적어도 내 수업에서는 찾지 못했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나도 학부생 때는 유학생들과 친하지 않았다. 어쩌다 팀플 조원으로 맺어지면 내 몫이 늘어날까 봐 부담스럽고, 너무 기초적인 단어를 설명하느라 수업의 맥락이 끊기면 불편했다. 무의식 중에 나는 그들을 우리와 달라서 배려해주어야 할 귀찮은 존재쯤으로 여겼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 대학가를 보면 이런 식의 이질감이 '코로나 공포'와 결합하면서 유학생 혐오로 번지는 것 같아 조금 안타깝다. 대학 커뮤니티에 난무하는 혐오 표현들에는 유학생을 대상화하는 시선이 알게 모르게 녹아있다. 나는 그것이 최근 한국인을 조롱하는 일부 유럽인의 태도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문제에 느슨하게 대응해도 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바이러스 확산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만이 서로를 위한 최선이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하는 것과 특정 인종을 비하하는 것은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업 마지막 날 복도에서 마주쳤던 한 여학생이 떠오른다. 무거운 수업 자료를 나누어 들어 주던 그녀는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성인이 되기 전에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친구들이 이곳에 있기 때문에 나중에 가족이 돌아가더라도 자기는 서울에 남고 싶다고. 그 친구는 잘 지내고 있을지 가끔 궁금하다. 누구도 더는 아프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김세연<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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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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