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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화요진단] '왝더독'정권

2020-02-18

문재인 정권 언행불일치에
보이스피싱 당한 느낌들어
속 들여다보면 '닥치고 권력'
편 가르고 진영구축에 사활
국가의 가치와 원칙 흔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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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가 개를 흔든다.(The tail wags the dog)' 150년 전에 생겨난 미국 속담이다. 줄여서 흔히 '왝더독(Wag the dog)'이라고 한다. 주객전도(主客顚倒)란 뜻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모순적 현상이나 상황을 일컫는다. 경제에선 주식시장의 꼬리 격인 선물(先物)이 몸통인 현물(現物)을 좌지우지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정치에선 더욱 위험한 함의를 지닌다. 정치적 위기에 처한 권력자가 대중을 속이기 위해 연막을 치는 행위다. '정치사기극'이란 말과 다르지 않다.

미국의 이미지조작 정치를 풍자한 영화 '왝더독'(1997년 제작)이 이를 잘 보여준다. 대선을 앞두고 미국 대통령의 성 스캔들이 드러나자, 대통령 참모들이 가짜 전쟁쇼를 펼쳐 선거에서 승리한다는 줄거리다.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섬뜩하다. 음험한 권력의 교묘한 조작과 술수에 우매한 대중은 속기 마련이라는 것. 그렇다면 현실에선 다를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다는 게 세계 역사에서 증명된 교훈이다. 그럼 우리나라는? 세세한 설명이 필요치 않다. 한국 정치야말로 조작과 선동의 흑역사로 점철돼 있지 않은가. 더 큰 문제는 이게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는 데 있다.

문재인정권 출범 초기만 해도 기대가 컸다. 적어도 국민의 촛불로 태워버린 권위주의 정권과는 다를 줄 알았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도 했다. 그 말에 어느 정도 진정성은 있을 것으로 믿었다. 국민을 속이지 않고 진솔하게 소통하리라 여겼다. 하지만 이게 뭔가. 말과 행동이 이토록 다를 줄이야. 속았다. 보이스피싱이라도 당한 느낌이다.

문 대통령의 최대 패착은 조국 사태를 촉발한 것이다. 그와 가족의 비리 혐의가 차고 넘치는 데도 기어이 법무부 장관 자리에 앉힌 결과는 어땠는가. 극심한 국론 분열과 사회 혼란만 야기하지 않았나. 검찰 개혁을 위해 조국 장관이 꼭 필요했다고? 궤변이다. 그가 어떤 인물인가. 특권과 위선의 상징 아닌가. 자녀 입시와 재산 증식을 위해 법과 도덕 따위는 우습게 여겼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조국 사랑은 절절하다. 그에게 마음의 큰 빚을 졌다며 공개 사과까지 했다. 오로지 검찰개혁 사명 때문에 고초를 겪는다는 뜻으로 읽힌다. 궁금할 따름이다. 그가 관여한 갖은 비리 의혹은 정녕 아무것도 아니란 말인가. 그래서 그냥 묻어두길 원했는데 고집불통 윤석열 총장이 들쑤시는 바람에 미안하게 됐다는 겐가. 최고 권력자에게는 그 정도 비리가 대수롭지 않을지 몰라도, 힘 없는 장삼이사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그의 반칙과 꼼수로 가장 마음에 상처를 입은 건 청년세대와 서민이다. 제대로 된 나라라면 대통령이 마음의 빚을 져야 할 대상은 바로 그들이어야 한다.

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 인지부조화를 느낀다. 그들은 정의와 공정을 외치지만 불의와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통합과 소통의 정치를 하겠다지만 국민 분열과 대립, 혐오가 깊어간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정권의 진짜 속내는 '닥치고 권력'이기 때문이다. 편을 가르고 철옹성 같은 진영 구축에 목숨을 거는 이유다. 그들의 언어는 위장술이다. 가장 핵심인 '우리 편(을 위한)'이라는 접두사가 생략돼 있다. 이 키워드만 넣어 보면 모든 게 쉽게 해석된다. 그들이 말하는 국민이 누구인지, 정의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요즘 가장 안타까운 건 권력 놀음 탓에 다수 국민의 이성과 상식마저 부정 당한다는 점이다. 한 줌 권력이 국가 공동체의 가치와 원칙을 뒤흔드는 것, 이 역시 왝더독이다. 사필귀정이 만고의 진리라면, 왝더독 정권의 운명이 심히 걱정된다.

허석윤 중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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