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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여명 갇혀...병원내 감염 확산에 공포 휩싸인 청도대남병원

2020-02-22
청도대남병원
용역업체 직원들이 청도 대남병원에 대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청도대남병원
청도 대남병원에 있다가 확진 판정을 받은 코로나19 환자 1명이 다른 병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들것에 실려 119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청도대남병원
16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 발생한 청도 대남병원.
청도대남병원
다른 병원으로 이송이 확정된 코로나19 확진환자 1명이 청도 대남병원을 나오고 있다.

"어서 창가에 나와 손 한 번 흔들어 봐." 21일 오후 청도 대남병원 출입구 앞.
병원 안을 바라보던 50대 여성이 다급하게 손짓하며 휴대폰으로 애타게 외쳤다. 그러자 이 병원 5층 폐쇄병동 간호사실로 보이는 창문에서 딸인 듯한 한 젊은 여성이 손을 흔들어댔다. 관계가 어떻게 되냐고 기자가 묻자, 직원 가족이라고 밝힌 이 여성은 "(딸이) 안동의료원으로 이송된다고 해요"라고 짧게 말한 뒤, 타고 온 차량을 타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창문의 젊은 여성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간호사로 추정됐다.

또 다른 20대 여성은 "엄마가 일반병동에 입원해 있는데 걱정이 돼 자주 통화한다. 안에서 먹고 자는 것은 큰 불편이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걱정이 된다. 아무 탈 없이 빨리 봐야 되는데…"라며 발을 동동굴렀다.

코로나19 감염증으로 국내 첫 사망자와 함께 14명의 확진자가 집단 발생한 청도 대남병원이 무거운 침묵과 극심한 공포로 뒤덮였다. 병원출입문은 지난 19일 오후부터 굳게 닫힌 상태이며 입원환자, 종사자, 보건소직원 등 600여명이 건물 안에 갇혀 있다. 간간히 연결되던 병원 내부와의 연락도 21일부터 완전 차단됐다. 평소 이곳을 오가던 주민 발길도 거의 끊기고 취재진만 부산하게 움직였다. 뜨문뜨문 방역차량이 소독작업을 했다. 병원 인근 선별진료소와 병원매점은 문을 닫았고 인근 청도군어린이도서관도 3월 초까지 임시휴관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10시10분쯤에는 보건소 응급차가 대기하더니 남성 확진자 1명이 의료진의 부축을 받으며 병원 밖으로 모습을 보였다. 응급차에 올라탄 이 환자는 음압병동이 있는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어 오후 4시쯤에는 폐렴증세가 있는 또 다른 의심환자가 두 번째로 이송됐고, 다시 40여분 뒤에는 여성으로 추정되는 확진자 1명이 119응급차에 실려 안동의료원으로 이송됐다. 청도군은 병원 내에 있는 확진자 12명 중 6명은 이송을 마쳤으며 나머지 6명은 이송할 병원이 정해지지 않아 병원 내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병원 내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식자재 배달업체에서 건물 입구에 식재료를 두고 가면 이를 챙겨 환자들의 식사를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고, 군보건소 직원들은 주문한 음식이 입구에 도착하면 들고 들어가 끼니를 때우고 있다.

지역 주민의 걱정과 우려도 더욱 깊어가고 있었다. 병원 건너편 길에서 만난 한 주민은 "정부에서 청도를 감염병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한다고 하는데 평생 지역에서 살면서 이런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 줄 몰랐다. 무서워서 외출도 잘 안한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은 "손님이 뚝 끊겨어요. 무슨 대책이라도 마련돼야 할텐데 장사가 안돼 죽겠다"며 울상을 지었다.

병원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청도군청도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것은 마찬가지. 군청 민원실을 찾는 민원인 발길도 뚝 끊겻다. 민원실 한 직원은 "평소 10건 정도인 여권 발급 수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청도군은 청도소싸움경기장, 한국코미디타운, 청도신화량풍류마을 등 주요관광지와 지역 내 316곳의 경로당 등을 폐쇄하고 지역 5일장도 잠정 휴장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이날 청도 대남병원에 근무 중인 의료진도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환자와 환자 간, 환자와 의료진 간 '병원 내 감염'도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료진 감염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에선 처음이다. 21일 청도군 등에 따르면 전날 대남병원의 코로나19 확진자 13명(사망 1명 포함) 중에는 간호사 4명과 직원 1명도 포함돼 있다. 나머지 확진자는 정신병동 입원환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사들이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진 정신병동에서 감염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21일 청도 주민 1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주민은 대구 중구보건소에서 양성판정을 받았으며, 대남병원과는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사진=청도 박성우기자 parks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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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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