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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교육]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

202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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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지나가리니' 했던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대구의 현실이 되었다. 지난 20일 대구시교육청은 비상대책으로 각급 학교 개학을 3월9일로 연기하는 초유의 조치를 내렸다. 학교는 시시각각 내려오는 공문을 보고 각 학교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느라 여념이 없다. 잠정 연기했던 워크숍은 사실상 취소되었고, 비포스쿨도 축소했다가 다시 취소했다. 강당 대여 및 운동장 개방도 주의 촉구 및 유의사항을 강조하여 개방하던 것에서 폐쇄조치로 대처했다. 이제 대구는 온 국민의 우려와 일부 네티즌의 공개 혐오 속에 놓였다.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사태에 대구 사람들은 움츠러든다.

인내를 필요로 하던 절망의 시간이 떠오른다. 2007년 12월7일 충남 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 앞바다에서 삼성중공업 해상 크레인과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유조선 오일탱크에 구멍이 나면서 1만2천547㎘의 기름이 바다로 쏟아졌다. 에메랄드빛 바다가 순식간에 시커먼 기름띠로 뒤덮였다. 사상 최악의 해양오염 사고로 기록된 순간이었다. 국제포럼에서 세계 각국의 환경 전문가들은 태안지역에 장기적인 생태·환경 파괴가 일어날 것을 우려했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수십 년이 걸려도 사고 이전으로 되돌리기 힘들 것이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그 끔찍한 현장에 전국에서 자원봉사자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내가 근무하던 학교에서도 삼삼오오 태안까지 기름을 걷으러 자원봉사를 갔다. 반나절 죽자고 해도 끝도 없는 바위에 낀 기름을 닦아내는 건, 지극히 작은 일부분인데 이게 얼마만큼 나아질까. 현장에 와서 더 회의적으로 변했다. 수많은 봉사자가 입고 버린 일회용 비닐옷과 닦아낸 흡착포, 헌옷이 산더미가 되어 또다른 오염물이 쌓였다. 거기에 자원봉사자들이 웃고 떠들고 사진 찍는 행보가 홍보용인 것 같아 기분도 좋지 않았다.

그런데 대구로 오는 버스 안에서 사람들은 이야기했다. "이렇게 많은 국민들이 이 문제에 직접적인 관심을 갖는 건 엄청난 힘이야. 이건 마음만 앞서 서두를 일이 아니야. 태안을 살리는 데 뚜렷하고 쉬운 답은 없어. 웃고 떠들고 … . 그리고 또 힘내서 오래 버티고 나가는 거지…. 그리고 이 재앙을 야기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책임을 묻는지 지켜봐야 해. 국민 정서에 호소해서 감동을 연출하는 게 다는 아니지." 그 순간 뒷목이 당겼다. 위기를 극복하는 우리의 자세와 올바른 실천이 어떠해야 하는지 분명히 보였다.

몇 년의 세월이 흐른 뒤, 태안에서 군생활을 하는 아들을 면회하러 간 저녁, 여름 끝자락 만리포 저녁놀과 천리포 해변을 보고 나는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예쁜 바닷가가 이만큼 몰려있는 곳, 절대로 사람들의 현실적인 욕망이 이곳을 그냥 버려두지 않을 거라고. 반드시 살려내고 악착같이 이곳에 깃들어 살아갈 것이라고. 마침내 2016년 태안해안국립공원은 세계자연보전연맹으로부터 생태적 가치가 우수하고 관리·보전 상태도 뛰어나다는 등급 Ⅱ로 상향 조정되는 기적을 일궜다. 현재 코로나19도 단시간에 박멸시킬 확실하고 쉬운 답은 없는 듯하다. 일상을 살며 각자 주어진 매뉴얼을 지키는 노력이 차분히 지속될 때 또 기적을 일구어 낼 것이다. 한편 이러한 사태로 확대시킨 직접적인 문제는 반드시 짚고,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김희숙 〈대구 새론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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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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