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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기업사냥꾼 사냥

2020-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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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적인 기업사냥꾼(corporate raider)에게 무방비로 당하는 한 회사가 있었다. 형사고소, 이사직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조치를 취하면서 기업사냥꾼과의 긴 전쟁을 시작하였다. 기업사냥꾼들은 신속ㆍ교활ㆍ잔혹하였다. 치명타를 날렸다고 생각했는데 좀비처럼 되살아났다. 회사 제도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교묘하게 악용하였다. 일반인의 상식을 완전히 초월하여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법의 허점과 느림을 틈타 예상치 못한 반격과 역습을 여러 차례 해왔다. 기업사냥꾼은 많은 사람을 해치는 '마기(魔氣)가 강한 1급 요괴'여서 이들을 잡으려면 손오공이 필요하다는 비유가 떠올랐다.

원래 그 기업은 우량한 코스닥 상장회사였다. 기업사냥꾼의 공격을 받자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격히 감소하였다. 2년 만에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고 법원에 회생 신청을 하였다. 적절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아니하면 이 회사는 파산할 수밖에 없다. 파산은 기업의 사망을 의미한다. 기업사냥꾼들은 구속되어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기업사냥꾼들에 의해 입은 치명상은 아직도 회사를 괴롭히고 있다.

주로 사모펀드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공격적인 M&A, 구조조정 등 기업가치 높이기, 차익 챙기기로 이어지는 이른바 '행동주의 투자(activist investment)' 자체는 불법은 아니다. 기업사냥꾼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먹튀라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이들은 투자과정에서 대체로 교도소 담장을 넘어가는 범죄행위를 저지르지는 않는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불법적인 기업사냥꾼에게 좋은 사냥터이다. 기업사냥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가 미흡하고, 기업사냥으로 얻는 경제적 이득 대비 처벌이 경미하며, 포식자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허술한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사냥의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먹잇감의 선택이다. 야생에서 포식자는 어리거나 늙거나 병들어 방어능력이 취약한 동물을 먹잇감으로 선택한다. 마찬가지로 기업사냥꾼도 체력이 허약한 한계기업을 먹잇감으로 정한다. 한번 맛보면 잊지 못하고 계속 사냥을 하게 된다. 불법적 기업사냥꾼들의 재범률이 일반 범죄인에 비해 월등히 높은 이유이다.

기업사냥꾼의 무기는 사기, 횡령,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개별 범죄행위다. 기업사냥에 대한 법적 응징은 사냥의 수단으로 사용된 개별 범죄행위를 처벌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결과적으로 처벌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기업사냥으로 사망하거나 치명상을 입은 기업의 종업원, 주주, 협력업체 등이 입은 피해가 양형과 처벌에 충분하게 반영되지 않는다. 최근 한 법원이 기업사냥 주범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하였다. 그는 코스닥 상장기업을 무자본으로 인수하여 480억원을 빼돌리고 회사를 상장폐지 위기에 이르게 함으로써 1만여명의 개미주주에게 피해를 줬다고 한다. 불법적 기업사냥꾼에게 500억원은 징역 8년과 거래할만한 엄청난 거금이다. 징역 8년은 교환의 유혹을 물리칠 수 없는 수준의 응징일 수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기업은 자연인(natural person)과 마찬가지로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가진 사람(person)'이라고 선언하였다. 사람을 살해하거나 상해를 입히면 살인죄와 상해죄로 높은 형벌에 처하듯이 기업사냥 그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도 필요하다. 기업사냥꾼에게 형벌과 돈을 교환하는 유혹을 아예 단념케 하는 엄중한 처벌이 요구된다.남영찬 법무법인(유한)클라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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