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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라디오방송 보조MC 정효찬씨, 코로나로 전시회 무산되자 역발상

2020-03-11

'굿바이코로나' 작품으로 시민 위안
감염우려 커져 개인전 취소돼
테이프로 그린 그림 SNS공유

핑크촬리정효찬
'핑크 촬리' 정효찬씨가 마스킹테이프로 그린 그림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대구의 한 라디오방송 아침 프로그램 보조 MC로서 기분 좋게 하루를 열어가도록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사람, '핑크 촬리'로 불리는 그는 고정 팬들이 많다.

유쾌하고 재치 넘치는 언변을 가지고 10여 년 동안 꾸준히 방송해 오고 있는 그가 한때 지역사회에서 큰 화제였고, 관심의 대상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핑크 촬리 정효찬씨는 찰리 채플린의 희학적이고 유쾌한 사회풍자적인 성향이 자신과 닮았고, 핑크라는 단어가 가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남자도 핑크를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핑크 촬리 정효찬'이라고 인사를 한다고 했다.

조소를 전공한 그는 약 20년 전 지역의 한 대학 시간강사 시절 제출했던 기말고사 문제로 여러 가지 사회적 이슈를 낳으며 결국 '엽기 강사'라는 별명을 얻은 채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다. 당시 그는 '엽기적'이라는 면에만 초점을 맞춘 언론의 집중 공격과 네티즌들의 악플로 인해 공황장애를 앓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해 준 서울의 한 대학에서 '유쾌한 이노베이션'이라는 강의를 맡게 되면서 인기 강사로서의 명예를 회복했다.

정씨는 20년 만에 개인전을 준비했다. 지난 2월22일~3월13일 대구 동일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전시회 오픈을 닷새 앞둔 2월18일 대구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대구는 패닉에 빠졌다. 촬리는 전시회를 포기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갤러리가 문을 닫았다.

개인전은 무산됐지만, 그의 창의성이 다시 힘을 발휘했다. 전시하려던 작품들은 창고에 넣어두고 그는 마스킹테이프를 샀다. 그리고 닫힌 갤러리 문을 열고 빈 벽에 테이프로 그림을 그렸다. 아무도 볼 수 없는 그림들…. 자신이 마치 타이타닉의 연주자가 된 것 같다는 마음으로 부질없는 그림들을 그렸다고 한다.

정씨는 이렇게 그린 그림들과 그림을 그려나가는 과정을 영상으로 만들어 SNS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는 시간이 멈춰버린 대구에서 그림을 본 사람들이 잃어버린 시간을 다시 생각해 내길 바라며, 답답한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푸하하' '크크크' 박장대소하며 웃는 날이 빨리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촬리의 전시회는 이제 이름을 바꾸었다. '굿바이 코로나'. 기간은 코로나 끝날 때까지. 안전상 갤러리 출입은 할 수 없다고 한다.

글·사진=양은주 시민기자 yej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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