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00310010001872

영남일보TV

코로나19 직격탄 대구 자영업자 붕괴위기....정부 긴급지원도 실효성 의문

2020-03-11
2020031101010003596.jpg
10일 오후 6시쯤 한창 퇴근시간대의 수성구 범어동 맛집 거리. 이곳은 평소 인근 직장인들의 저녁식사 혹은 회식 장소로 이 시간대면 차와 사람으로 북적댔지만 이날은 조용했다.
2020031101010003582.jpg
도시철도 2호선 범어역 인근 한 카페. 가게 안에 한 팀의 손님 외엔 아무도 없다. 평소 자정까지 운영했던 이 가게는 이날엔 초저녁 일찍 마감했다.
경기불황에 코로나19 타격까지 겹치면서 영세자영업자들이 고사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감염보다도 무서운 게 생활고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대구시내 곳곳에 유동인구가 없어지면서 업종을 막론하고 상권은 초토화된 지 오래다. 올 봄, 자영업자들에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비명지르는 자영업자들
외식업계가 느끼는 코로나19의 파괴력은 엄청나다.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달 25~28일 방문·전화 면접 조사 결과, 경상권의 평균 고객 감소율은 66.8%였다. 10일 만난 대구 중구 대봉동 구 봉리단길 상인 천종순씨(60)는 "장사는 전멸상태다. 어제는 오후 늦게까지 손님 한 팀도 못받았다. 다른 집들도 손님이 있어도 한 팀씩 있다"고 했다. 김선진 종로맛집상가번영회 회장은 "문 연 집이 70개 중 10곳인데 종업원이 많은 집은 타격이 더 크다. 홀 직원 월급이 240만원, 주방은 360만원 정돈데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충당하겠나"라고 말했다. 동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장모씨(55)는 "수입은 없는데 은행 대출에 가게 월세는 달마다 나가고 있다. 한달 벌어 한달 갚는 식으로 운영을 해왔었는데 이달엔 어찌해야 할지 감도 안 선다"라고 했다.

시민들이 대면접촉을 꺼리다보니 부동산 거래도 줄어들었고, 인테리어업이나 설치업, 이사업체 등도 줄줄이 도미노처럼 영향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대구 아파트 거래는 633건이었는데, 이는 지난해 동기(1천419건)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대구 한 커뮤니티 회원은 "인테리어업 종사자는 수주를 위해선 고객 집 방문이 필수인데 상황이 이런 탓에 한달 넘게 마이너스다"라고 했다. 수성구에서 네일샵을 운영하는 김모씨(여·29)는 "한동안 쉬다 지난 3일부터 다시 운영을 시작했지만, 일주일 동안 받은 예약 건수는 달랑 3건이다"면서 "SNS, 커뮤니티 등에 할인 이벤트를 하고 있다고 홍보하는 중이지만 예약 손님이 없다"고 전했고, AS업, 자동차 렌트업 등도 "콜이 거의 없다"며 비명을 질렀다.

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문 닫고 영업하지 않는 상태로 매달 임대료와 기타비용이 나가는 업체가 대다수일뿐더러 이 비용들을 보증금으로 해결하는 업체들도 수두룩하다. 또 권리금이 없는 가게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가정들에선 부부 중 한명이 가게나 학원 문을 닫고 아르바이트나 일용직 노동, 배달 등에 뛰어드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휴원당한 (?)학원가 어찌하오리까
"식당은 문이라도 열 수 있지 우리는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 돼야 비로소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울상짓는 업종도 있다. 학원업이 대표적이다. 10일 대구 한 맘카페 회원은 "부부가 학원을 함께 운영하는데, 다른 자영업은 문이라도 열 수 있지 우리는 문도 못열고 월세도 모두 내야한다. 학원은 휴원 안하면 교육청과 국세청, 소방청에서 다 같이 학원조사가 들어온다"고 호소했다. 김희덕 범어라이크학원장은 "31번 확진자가 나온 지난달 18일부터 지금까지 거의 모든 학원이 무기한 휴원상태다. 공부방들조차도 운영이 거의 되지 않고 있다"고 했고, 경북 칠곡에서 수학·영어 학원을 운영 중인 장경미씨(여·49)는 "지난달 25일부터 문을 닫았지만 기존 직원 9명 월급과 매달 나가는 프랜차이즈 비 등 고정적 지출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다시 운영한다 해도 130여 명의 학원생이 다시 다 오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회복하는데 몇 개월이 걸릴지 몰라 앞이 캄캄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날 학습지 노조에 따르면, 이달 학습을 중지한 학생의 비율이 20% 이상인 교사는 43%, 4월에 학습중지가 우려되는 학생의 비율이 20% 이상인 교사는 52%인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대구의 학원·교습소 7천441개소 중 94%(7천17개소)가 휴원 중이다. 지역 학원들은 대구시교육청이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휴원을 권고한 이후 대부분 문을 닫고 있다. 지난달 18일 대구에서 처음으로 31번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지역 학원·교습소의 휴원율은 꾸준히 높아졌다. 19일 휴원율 8%로 시작해, 23일부터는 90% 이상의 휴원율을 유지해왔다. 대구·경북 확진자 수가 1천명을 넘어선 직후인 지난달 27·28일에는 휴원율이 98%에 달했다.

교육당국은 코로나 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학원 휴원을 유도하기 위해 '당근'을 내놓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6일 학교 개학 전까지 한시적으로 비대면 온라인 교습으로 학원비를 받을 수 있게 했다. 교육부도 휴원 동참 학원을 대상으로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기업은행 소상공인 초저금리 대출 등을 활용할 수 있게 하고, 고용유지지원금 등 학원이 대상이 되는 정책을 안내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은 자구책에 불과하다는 게 지역 학원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온라인 교습은 평소 받던 학원비를 그대로 받게 되면 학부모와 적정성 시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원생 이탈을 막기 위해 무료로 강의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음악·미술의 경우, 특성상 비대면 교습을 하면 강사가 지도하는 데 어려움도 있다.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도 지원 대상인 교육서비스업에 학원이 포함되어있지만, 입시·보습 학원은 제외하고 있다. 이에 한국학원총연합회는 9일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지원 대상에 입시·보습학원을 포함할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정동화 대구학원총연합회장은 "교육부에서 강력하게 휴원 권고를 해왔고, 지역 학원들도 권고에 따라왔다"라며 "그러나 PC방, 스터디카페, 음식점 등 학생들이 갈 수 있는 다른 장소에는 그런 권고를 내린 적이 없다. 학원을 운영 못하는데 임대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학원들은 점점 더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긴급지원 나섰지만 실효성은 “글쎄”
10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을 위해 대출, 보증 등을 해주기로 했고, 국세·지방세·관세·카드 등과 관련해서도 신고 납부 기한을 연장하거나 감면, 세무조사 유예 등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문제는 그 지원이 영세자영업자들에게까지 닿기까지 시간이 길게 소요되거나, 이들이 지원대상이 아닐 수 있다는 것.

대구지역 한 자영업자는 "가게 문을 닫고 바로 소상공인 대출을 신청했지만 5일 뒤 돌아온 답변은 신청자가 많아 최대 2개월까지 소요될 수 있다고 것이었다"며 "당장 도움이 된다하기도 어렵고, 2개월 후에 받는다 하더라도 어차피 그것도 빚이지 않나"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학원을 운영하는 김모씨(여·42)도 "대출받고 싶어도 신용이 좋아야 한다. 이미 우리는 대출을 받을대로 받은 상태라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라고 했다. 양기환 동성로상점가 회장은 "정부의 코로나19 지원자금은 '그림의 떡'이다"라며 "대출을 이미 쓸 수 있는 만큼 다 끌어썼고 대부분의 영세자영업자는 현재 신용도로 대출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행히 지원 대상에 속한다해도, 절차가 간단하지 않고 자금이 나오는 데 한참이 걸린다"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의 월세와 인건비인데, 이 부분에서 차질을 빚는 것이다. 이들의 운신의 폭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례도 목격된다. 전국직업전문학교총연합회 대구경북지회 관계자는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관내 전체 훈련기관이 전면 휴업에 들어가 우리도 훈련과정을 전면 휴강했다"며 "재정적 곤경과 파탄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직업훈련기관에 대한 정부, 지자체 차원의 특별지원이나 고정운영비 등 손실보정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결정이 전혀 없다. 훈련생들 역시 교육이나 취업 지원을 받는 것에 애로사항이 생긴 상황"이라고 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정지윤수습기자 yooni@yeongnam.com
최시웅 수습기자 jet123@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서민지

정경부 서민지 기자입니다.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최미애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정우태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정지윤

영남일보 정지윤 기자입니다.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최시웅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