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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페미니즘의 궁극적 목적은 평등·정의"

2020-03-14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
"차별과 혐오,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
인종·계층·장애·성적지향 등 이유로
어떤차별도 정당화될 수 없음을 강조
여성중심주의 아닌 복합·다양성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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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순 지음/ 한길사/ 324쪽/ 1만7천원

차별은 혐오를 낳고 폭력을 정당화한다. 문제는 누구나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코로나19의 광풍이 한국 사회를 휩쓰는 동안 우리는 이를 절감할 수 있었다. 중국인, 우한, 신천지, 대구 등이 이유 없는 차별과 혐오를 감내해야 했다. 하나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의 차별과 혐오는 곳곳에 널려있다.

폴 센란의 '거리의 찬양'이라는 제목의 시에는 '내가 나일 때 나는 너다'라는 구절이 있다.

나의 구성이란 너를 배제하고는 불가능하다는 인간의 상호연관성, 동시에 너와 나의 상호관계성이란 나의 주체적 자리가 확보되고 존중될 때라야 비로소 작동한다는 의미다. 공동체의 이름으로 개체성이 함몰된다든지, 또는 개체성의 이름으로 공동체성이 배제되는 것을 정당화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는 인간이 지닌 다양한 존재 방식을 끌어안는 책이다. 어떤 차별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모름지기 인간이라면 그 다양성을 끌어안고 함께 살아가는 세계를 꿈 꿔야 한다고 말하는 책이다.

미국 텍사스 크리스천대학교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인 저자 강남순은 "페미니즘의 출발 지점은 여성이라는 젠더 문제지만 도착 지점은 젠더만이 아니라 인종, 계층, 장애, 성적 지향 등 다양한 근거로 차별받으며 제2등 인간으로 살아가는 주변인과 소수자들이 온전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평등과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라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여성도 인간'이라는 페미니즘의 주장을 진정으로 믿는다면, 그 여성의 자리에 다양한 모습의 사람을 넣을 수 있어야 한다.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 트랜스젠더, 장애인, 게이, 레즈비언 등 다양한 모습의 성 소수자들은 물론 난민 등 우리 사회의 주변부에 있는 이들 모두가 인간이라는 인식을 체현해야 하는 것. 성차별은 출발점일 뿐 진정한 페미니즘의 궁극적 도착 지점은 여성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인간됨을 위해 개입하고 연대하는 '코즈모폴리턴 페미니즘'이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책은 페미니즘에 대한 쉬운 교양서다. 일곱 가지의 핵심 질문을 통해 페미니즘 앞에서 다투고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페미니즘을 둘러싼 다양한 논란에 대한 명쾌한 대답과 해결방안을 제시함으로써 페미니즘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는 페미니즘을 여성중심주의로 오해하는 사람들에게 페미니즘이 지닌 복합성과 다양성을 제기한다.

'성차별이란 무엇인가'에서는 남녀 모두에게 가해질 수 있는 차별에 대해 말한다. 성차별을 비롯한 모든 차별은 지배의 논리에 의해 작동된다. 모든 것을 우월하고 열등한 것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유방식에 의해 구성된 지배의 논리는 일상의 전 영역에서 작동하면서 다양한 지배와 종속 구조를 생산·재생산한다. 그러므로 인종차별, 종교차별, 장애차별, 나이차별 등 차별에 대한 인지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변화를 모색하고 연대를 구성하여 이런 차별의 담론을 정치적 장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성과 페미니즘은 어떤 관계인가'라는 질문에서는 "남성도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성성뿐만 아니라 남성성 역시 사회적으로 구성되고 학습되고 강요되고 확산되고 재생산되는 것이라는 저자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 역시 균질화된 이미지 속에 자신을 맞추며 살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게 이들 질문은 여성에서 시작해서 결국은 인간으로 귀결되는, 이론만이 아니라 실천적 구조와 연결된, 현재 진행형으로서의 페미니즘의 도착점인 '모두가 인간인 세상'으로 우리를 이끈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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