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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금주의 영화]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2020-03-20

끊임없이 삶의 혁명 꿈꾸는 거침없는 영화인
장편 데뷔작 오마주, 새로운 형식 개척한 궤적 담아
자유 호흡한 60년대, 독특하고 유쾌·대담한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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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품은 다 쓰레기다. 그래서 버릴 것이다." 누벨바그의 아이콘이자 영화사의 이단아로 통하는 장 뤽 고다르. 그는 혁명을 향한 사랑과 이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설명하고 포장하는 온갖 수식어구의 개념들, 그러니까 자신의 작품, 우상, 친구는 물론이고 인간관계며 심지어 자신의 이름, 그리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까지 팽개쳐버리려 했다. 이는 그에게 있어 정치적, 예술적 진리를 향한 심오하고 진실한 탐구의 과정이기도 했다.

영화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는 영화인으로서, 또 혁명을 외치는 지식인으로서 장 뤽 고다르의 알려지지 않은 모습에 주목한다. 재능 있는 감독으로 평가받는 삶에 안주하지 않고 신랄한 비판에도 기죽지 않으며, 끊임없이 자신의 삶의 혁명을 꿈꾸는 거침없고 당당한 모습이다.

거장 프랑수아 트뤼포가 "고다르 이전의 영화와 이후의 영화가 존재한다"고 밝힌 것처럼 고다르의 영화를 만든다는 건 일종의 도전적인 과제일 수 있다. 2012년 '아티스트'로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한 미셀 하자나비시우스 감독이 고다르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의 표현으로 영화화를 결심했다. 그는 영화를 완성한 후 "고다르를 통해 사랑, 창조, 정치, 자부심, 질투 등 모두에게 보편적인 대상과 주제를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며 "그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고 헌사했다.

영화는 고다르의 아내이자 배우 겸 소설가 비아젬스키의 회고록 '1년 후'를 근간으로 삼았다. 이에 기초해 장 뤽 고다르의 장편 데뷔작 '네 멋대로 해라'를 다양하게 오마주하며 당시 새로운 형식을 개척했던 그의 궤적을 따라간다. 자유를 호흡한 1960년대 고다르 영화들에서 감지되는, 끊임없이 독특하지만 유쾌하게 대담한 고다르식 연출을 말이다. 이는 흑백 무성 영화(아티스트)로 파격적인 시도를 한 미셀 감독과도 상통한다.

68년 혁명의 중심에 있는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당시 고다르가 겪었던 위기와 급진화, 그리고 고다르와 비아젬스키의 관계가 어떤 붕괴의 과정을 거쳐 끝내 파경에 이르는지를 보여준다. 전적으로 비아젬스키가 바라보는 관점이다. 누구보다 고다르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비아젬스키는 영화 서두에서 이렇게 정리한다. "그는 영화사의 한 흐름을 상징하는 누벨바그 그 자체다. 거칠고 열정적이며 재미있고 예측 불가능하지만, 매력있고 정치적이며 자유로웠던 사람"이라고.

영화는 감독이자 혁명가로서의 모습보다는 고다르와 비아젬스키의 사랑 이야기에 보다 심취한다. 거리 시위에 참여해 군중 속에서 목소리를 내고, 경찰들에게 쫓겨 넘어지기도 하는 좌충우돌의 상황에서도 고다르의 곁에는 늘 비아젬스키가 함께 있다. 하지만 질투심 때문에 시작된 비아젬스키와의 논쟁에서 자존감이 상한 고다르는 자신이 내뱉은 말에 진정한 힘을 부여하기 위해 자살까지 시도한다.

그럼에도 영화의 정서는 시종 밝고 유쾌하다. 특히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칸에서 돌아오는 차량 속 장면은 '네 멋대로 해라'의 점프컷을 재해석하며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이처럼 많은 장면이 고다르의 영화 속 순간을 흥미롭게 재조명한다. '몽상가들'(2005)에서 특유의 퇴폐적인 매력을 발산하며 존재감을 선사했던 루이 가렐이 고다르 역을 맡아 또 한 번 깊은 인상을 남겼다.(장르:드라마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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