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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금주의 영화] 그 누구도 아닌

2020-03-27

아픈 기억과 파괴된 삶 '나를 살게 한 건 결국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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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파리로 이주해 작은 마을의 선생님으로 살아가고 있는 르네(아델 에넬). 어느 날 교도소에서 출소한 옛 동료 타라(젬마 아터튼)가 찾아오면서 평온했던 르네의 삶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타라는 수감되기 전 맡겨 놓았던 자기 몫의 돈을 요구하고, 그녀의 등장으로 르네는 떠올리기 싫은 과거의 기억과 마주한다. 변두리 폐차장에 살고 있던 6세 키키, 폭력적인 아빠를 벗어나고 싶은 13세 카린, 경마장에서 일하며 새 삶을 꿈꾸는 20세 산드라(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 그리고 인공수정으로 3년 만에 어렵게 아이를 갖게 된 현재의 르네다.

영화 '그 누구도 아닌'은 일견 평범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힘겨운 삶을 살아온 한 여자의 이야기다. 유년 시절의 아픈 기억을 시작으로 자유를 찾아 스스로를 파괴해 나갔던 사춘기, 혈혈단신으로 뛰어든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성인이 되어가는 통과의례를 톡톡히 치르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카메라는 순탄치 않았던 그녀의 삶을 담담히 포착한다. 마치 출구없는 통로처럼 어둡고 답답해 보이는 한편으로 삶과 자유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전사의 모습처럼 강단이 느껴진다.

"나를 살게 한 건 그 누구도 아닌, 결국 나였다." 영화는 이 명제를 위해 네 명의 여배우들이 한 여성의 삶 속, 네 시절을 연기하는 색다른 방식을 취했다. 따라서 그들은 똑같으면서도 다르다. 이름도 다르고 생김새도 제각각이다. 다양한 연령대의 인물이 그들 각각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지나간 시절과 다르게 자신을 규정하기 위한 장치다.

동일한 한 여성의 삶의 연속성은 이처럼 각기 다른 방식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영화를 연출한 아르도 데 팔리에르 감독은 이를 "내 자신에게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으로 정리했다. 덧붙여 "이 영화가 단순한 허구 이상의 것이며,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과 자유를 위해 싸우는 여자의 투쟁을 다른 시각으로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소 친절하지 않은 서사와 여백이 오히려 매력으로 승화된 이 영화의 완성도는 배우들의 존재감이 크게 한몫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언노운 걸' '120BPM' 등을 통해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아델 에넬과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시빌' 등으로 주목을 받은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의 탄탄한 연기가 특히나 인상깊다. (장르:드라마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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