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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새로운 대구를 향한 단상

2020-03-2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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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대구시의원 기고.

범어네거리 한 모퉁이에 '우선 멈춤'의 표시처럼 진달래가 활짝 피었고 골목 안쪽엔 벚꽃이 두 팔을 끝까지 뻗어 반기고 있다. 언제 피어 있었는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봄꽃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쓰린 고통을 뚫고 내 품에 안겼다.

봄의 기운을 느끼기에는 시절이 하 수상하여, 머위 나물은 지천에 늘렸는지 냉이와 달래는 얼마나 자랐는지 누구에게 물어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이웃의 안부와 안전을 기원하는 일,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했나. 바들바들 떨던 낙화의 공포가 봄기운을 밀어내고, 앞집 옆집의 경계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요하고 있었다.

오늘 드디어 봄이 오나 보다. 대구의 코로나 확진자 수가 10명대로 내려앉았다. 끝없이 치솟고 줄어드나 싶으면 집단 감염자가 확인되는 등 봄은 왔는데, 도대체가 봄이 아니었다,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인 말단 공무원에게도, 생과 사의 가르마를 타는 의료봉사자들의 눈물 위에도, 도시락으로 마스크로 응원해 준 방방곡곡 한 분 한 분에게도, 봄볕은 소리 없이 내려앉아 어깨를 토닥이고 머리를 쓰다듬는다.

차분하게 이 싸움에 슬기와 지혜를 모아준 이웃들과 엠뷸런스로 코로나19 확진자들을 최전선에서 만났던 119 구급대원들에게 감사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대구는 팔공산과 앞산으로 막힌 지형적 특성상 태풍과 폭우피해도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적었고, 나름 산업화의 중심도시라는 긍지와 유수의 역대 대통령을 배출한 자부심으로 살았다. '대구봉쇄'니 '대구 신천지'니 하는 비아냥을 들으며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민폐인 이런 참담함은 경험해 보지 못했다. 철저한 고립의 아픔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픔을 벗고 극복의 새옷을 입어야 한다. 봄나들이를 기다리는 시민들을 향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아닌 사회적 연대와 포옹의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대구는 봄·여름·가을·겨울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대구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계절을 요구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 이 시간에도 새로운 시대의 문이 열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남이가'라고 하는 특유의 '끼리 문화'와 유교를 바탕으로 하는 보수성은, 로봇과 교감하고 운전자 없는 자동차가 거리를 활보하는 시대에는 맞지 않은 옷이다.

새로운 봄기운이 어디로, 어떤 형태로 모일지는 예단할 수는 없지만 완전히 새로운 기운을 만들어 낼 거라는 것은 확실하다. 이왕 새로운 도시 기운을 만들어 낼 양이면 좀 더 개방적이고 따뜻한 도시, 좀 더 역동적이고 젊은 도시, 좀 더 진취적이고 상상력 풍부한 도시가 되면 좋겠다.

역사의 흐름은 결코 영원 불변하지 않다. 통일신라가 고려가 되고 고려가 조선이 되고 조선이 대한민국이 되는 동안에도 수 십 년 아니면 수년 단위로 권력은 부침을 반복했고 정치지형 또한 바뀌었다. 역사는 흘러가는 것이고 과거는 잊히는 것이다.
자, 이제 우린 어떤 대구를 만들고 싶은가.

김동식 (대구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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