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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교육] 교사들은 헤쳐나갈 것이다

20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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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학교에 가지 못한 지가 40일이 넘었다. 교회는 사순절 지나고 수난절을 지나면 부활을 맞는다. 올해 부활절은 4월12일이다. 40일이 지났으니 학교도 4월6일엔 개학이라는 부활을 맞으면 좋겠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개학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교사들과 학부모, 심지어 아이들까지 이렇게 개학을 기다린 적은 없었다. 이맘때면 하는 학교 숲의 꽃들을 학습하고, 감자를 심고 쑥을 뜯어 떡을 해 먹던 즐거움도 사라지고 있다. 개학을 한다손치더라도 교사가 할 일은 아이들이 서로 친하게 어울리는 것을 막느라 온 정신을 쏟아야 하니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것이다. 수업인들 제대로 될지 모른다. 그래도 개학하면 좋겠다.

학교도 지금 코로나19가 심각하다. 교사들은 머리가 복잡하다. 개학이 3월9일→ 23일→4월6일로 미루어지면서 기껏 준비한 교육과정은 몇 번을 다시 짜 두었다. 이것도 개학이 또 미루어지면, 생각도 하기 싫지만, 생각을 해야 한다. 지금 학교는 두 가지를 준비하고 있다. 개학하면 해야 할 발열 체크 당번을 짜두고 책상 배치도 해두고, 환경 구성도 해두면서 한편으로는 오프라인 개학이 온라인 개학이 될 경우를 대비해서 난데없이 온라인 강의 방법을 익히고, 아이들이 가정학습이 가능한지 점검하고 있다. 컴퓨터나 태블릿, 휴대폰은 다 갖추고 있는지도 걱정이고 아직 얼굴도 직접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다.

그나마 3학년 이상은 어떻게든 해볼 수 있겠지만, 1·2학년은 어찌하나? 특수학급 학생들은 또 어떻게 하고, 유치원은? 보호자가 없거나 있어도 온라인 학습을 지도할 수 없는 경우는 결국 학교에 오게 해서 학습하게 해야 하는데 이건 또 누가 맡아서 하나? 정보보호는 문제없을까? 걱정은 끝이 없고 분명하지도 않다. 여기에다 학교 공무직과 돌봄, 방과후 강사들의 근무를 두고 여기저기 오해와 갈등이 괴롭히고 있다. 아마도 교육부나 교육청, 학교의 교장·교감들은 더 머리가 아플 것이다. 무리해서 밀어붙이지만 않으면 된다.

60만 명이 넘는 확진자, 3만 명에 육박하는 사망자.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우리 인간들이 저지른 결과일 뿐이다.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가 나돌았지만 이젠 전 세계를 덮쳤다. 마치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식이 되었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폭증한 나라를 보면 미국을 비롯해 G7 국가이고, 더 넓히면 OECD 국가들이 많다.

깊이 되돌아볼 일이다. 자신만만하던 미국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오히려 우리나라 의료와 복지가 이 정도였나 싶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가 가장 후진적인 것은 정치다. 어떤 이들은 언론이라고도 하지만 정치나 언론이 바뀌려면 결국 민주시민교육, 정치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은 교육이 문제다.

이를 감당해야 할 교사들은 정작 정치적 금치산자다. 기껏 2월부터 '좋아요'를 누르거나 기사를 공유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4월15일 총선이 다가오지만 교사들은 정치적 발언을 할 수가 없다. 교육 관련법은 국회가 만드는데 교사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수십 년 동안 교육을 바꾸자고 외쳤지만 정부나 국회는 답이 없다. 그나마 크게 목소리를 냈던 전교조는 2천349일째 법외노조다.

이 문제는 전교조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권에 대한 문제다. 현 정부는 지난 지방선거가 끝나면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미루었다. 이번 총선이 끝나면 가능할까? 학교교육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더는 미루어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혹시라도 또 미루어지게 된다면 우리는 심각하게 9월 신학기제를 검토하는 게 옳다. 어쩌면 새로운 기회가 될지 모른다. 교사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학교 교육을 혁신하려면 교사들을 전적으로 믿어야 한다. 물론 교사들도 분명하게 답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 그 나라의 교사들이 아닌가? 충분히 헤쳐나갈 것이다.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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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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