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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동대구로에서] '독존'은 없다

2020-04-01

코로나에 맞선 우리의 방역
전세계에서 단연 두드러져
수준높은 시민의식도 눈길
우리를 과소평가하지 않고
자존감 갖는 계기가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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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다른 존재와 무관하게 오직 홀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가공할 만한 전염력으로 지구촌을 휩쓸며, 인간사회에 엄청난 피해와 두려움를 주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새삼 확인하는 사실이다. 지난 2월23일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대응 수준이 '경계' 단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됐다. 하루 확진자 수가 200명 이상 급증하기 시작하던 상황이었고, 확진자의 대부분이 대구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다음날인 24일(월요일) 낮에 회사 사무실에서 나와 집으로 걸어가는 도중, 동대구역 근처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버스 두 대에 눈길이 갔다. 승객이 한 사람도 없었다. 그때부터 일부러 지나가는 버스를 살펴보았다. 버스 20대 중 승객이 한 사람도 없는 버스가 10대였다. 7대는 한두 사람이 타고 있었고, 나머지는 세 사람이 보였다.

대구 시민들의 행동과 일상이 이렇게 얼어붙었다. 곧 다가올 봄을 생각하던 사람들의 마음이 다시 한겨울로 돌아갔다. 나날이 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올해는 봄이 유난히 빨리 찾아왔다. 대구에는 이미 매화는 져버린 지 오래고, 목련과 개나리에 이어 벚꽃도 벌써 절정을 지나고 있다. 봄기운에다 상황이 조금 진정되면서 오랜 격리생활에서 오는 답답함을 못 이겨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한겨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중국 우한 시민들의 마음이 어땠을까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미국 등이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의 급격한 상황 악화를 겪고 있는 현실을 접하며 남미와 아프리카, 인도 등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가 또 걱정이다.

문명이 아무리 발달해도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이런 상황을 인간은 피할 수 없는 모양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인간에게 이렇게 피해를 주는 것과 관련,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파괴 등이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인간 중심에서 벗어나 모두가 겸손을 잃지 말고 서로 배려하고 도우며 살아가라는 가르침을 다시 한 번 일깨우고 있다.

대구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이 된 신천지 교회의 실체를 보도를 통해 접하면서도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종교를 내세워 연약한 마음의 사람들을 노예로 만드는 사이비 교주들이 끊이지 않는 현실을 보면서, 이러한 것에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마음의 중요성을 새삼 확인한다. 끊임없이 경쟁으로 몰고 가며 마음의 건강을 해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 언제쯤 개선될까 하는 서글픈 마음이 든다.

이번 사태가 우리 국민들이 더 강한 자존감과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방역시스템과 의료진의 헌신, 방역 성과 등을 보면 어느 선진국 부럽지 않은 것 같다.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의 멸사봉공 정신, 차분한 대응 등 수준 높은 시민의식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실수나 허점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잘 대처하고 있다고 본다. 한국의 코로나19 진단키트 등 방역물품의 지원이나 수출을 요청한 나라가 100개국을 훨씬 넘어섰고, 많은 나라에서 우리의 방역 시스템을 배워가고 있다.

이번 경우만이 아니다. 세계인들이 한국을 부러워하고 칭찬하는 일들이 이어져왔다. 그런데도 여전히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사회 리더층이 이런 사대적 사고에서 빨리 벗어나면 좋겠다.

사태가 마무리되면 전국 곳곳에서 대구로 달려와 헌신한 '고마운 마음'에 보답하는 '순회 감사음악회'를 대구가 마련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김봉규 문화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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