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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의 마음 토크] 미스터 트롯

2020-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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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진스마음클리닉 원장

미 해군 장교 스톡테일은 베트남 전쟁에서 포로로 잡혀 약 8년 간의 독방생활 끝에 풀려난 인물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지나치게 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희망과 상실감을 반복하면서 죽어가는 것을 봤다고 하면서,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것에는 '마침내 이겨내겠다는 믿음'과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는 것'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하였다. 지나친 희망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이것을 '스톡테일 패러독스'라고 불렀다. 또한 미 해군 잭 샌드 대령은 7년 간의 독방생활동안 몸은 갇혀 있지만 정신까지 갇힐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고향에 있던 골프장 코스를 상상하면서 매일 머릿 속으로 골프를 치면서 견디었고 실제로 석방된 이후 골프 실력이 더 향상되었다.

곧 좋아질 것이라는 달콤한 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내적 불안과 연관되어 있고, 단기적인 희망에 집착하는 것은 일종의 '희망 고문'처럼 언어적 허상이 될 수도 있다. 보이스 피싱에 당하는 것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심리학계에서는 내적 불안이나 스트레스가 없는 사람은 오로지 죽은 사람뿐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사람은 다 불안, 스트레스가 있다. 그것이 완전히 없는 상태를 추구하는 것이 오히려 더 독이 될 수 있다. 다만 그것이 자신을 집어 삼키지 않도록 늘 주의하고 조심할 뿐이다.

삶을 말을 타고 길을 가는 것에 비유해 감정적인 요소는 말, 이성적 요소는 기수에 빗대어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 말이 흥분하거나 불안하여 흔들리면 기수도 따라서 흔들리고 정신을 차리기 힘들다. 그럴 때일수록 기수(이성)는 안정감을 유지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말을 안정시키려고 노력할 것이다. 말이 흥분할 때 기수가 포기하고 떨어지거나, 나 몰라라 하면 말은 통제되지 않을 것이고 제대로 길을 가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감정이 휘몰아칠 수록 우리는 이성에 좀 더 집중하여야 한다.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지금 해야 할 것에 더 차분하게 집중해야 한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here & now'라고 표현한다.

일부에서는 이 단어를 마치 현재를 즐겨라라는 의미로 미래에 너무 신경쓰지 말고 현재에 만족하고 즐기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미래가 없다면 현재는 없다. 미래도 언젠가는 현재가 되고 현재는 바로 과거가 되기 때문이다. 즉 현재에는 항상 과거와 미래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래 예측이 포함되지 않은 단편적 행위로 현재를 만족하는 것은 마치 n번방 사건 같은 것으로 표출될 수 있다.

지금과 같이 거의 자가격리 상황에서도 가능한 일상을 유지하고 이성을 놓지 말고 차분히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 생계적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을 것이고 그래서 더 불안하고 안절부절 못할 수도 있겠지만, 차분히 경과를 지켜보고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더 도움 될 것이라 믿는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사회적 존재이다. 평소 지인들과 영상통화 등으로 안부를 확인하고 격려와 응원을 보내면서 물리적 격리보다는 정서적 연결을 확인한다면 우리는 더 잘 견딜 수 있다. 어떤 일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을 수 있다. 기도하고 기다리는 것이 최선일 때도 있다. 어떠한 개인적 행위도 사회적 맥락을 완전히 벗어나서 해석되어질 수 없다. 건강한 상식을 바탕으로 현재에 충실한다면 우리가 헤쳐나가지 못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힘들어하는 모든 분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의료진에게는 감사의 말을 전한다. 음치인 필자는 요즘 집에서 '미스터 트롯'을 자주 본다. "나는 꿈을 안고 산 다오~ 나는 사랑하며 살 테요~"(남진의 '사랑하며 살테요' 노래가사 중 일부)
박용진 진스마음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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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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