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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미디어 핫 토픽] 설악산 흔들바위

2020-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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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흔들바위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홈페이지)

지난 1일 설악산 흔들바위가 추락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야기인즉, 설악산을 찾은 미국인 등 11명이 흔들바위를 밀어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경찰이 이들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했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그럴듯한 이 소식은 역시 거짓말이었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하루 종일 쇄도하는 문의 전화에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고 한다. 급기야 공원사무소는 공식 페이스북에 '흔들바위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잘 있다'는 글까지 올렸다.

설악산 흔들바위 추락 이야기는 해마다 만우절이면 등장하는 단골 뜬소문이다. 시작은 1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서울 채권시장에 흔들바위 추락 이야기가 처음 돌았다. 당시에도 설악산사무소 직원들이 진위를 묻는 전화에 업무를 보지 못할 정도였다. 이후 흔들바위 추락 이야기는 해마다 조금씩 내용이 바뀌어 만우절 거짓말 단골 메뉴로 자리 잡아 인터넷 등에 오르내리고 있다.

설악산 흔들바위는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 170에 위치한다. 설악산 소공원에서 울산바위로 향하는 도중에 있다. 신라 고승 의상·원효 대사가 수도했다는 계조암(繼祖庵) 앞에 소가 누운 모양의 평평한 와우암(臥牛岩) 모서리에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다. 무게는 약 32t, 높이는 사람의 키보다 조금 더 크고 네댓 사람이 팔을 벌려야 안을 수 있는 정도다. 흔들바위라는 이름은 100명이 밀어도 한 사람이 민 것과 같이 흔들릴 뿐이라 하여 붙여졌다. 설악산 팔기(八奇-8가지의 기이한 자연현상) 가운데 하나다. 원래는 소의 뿔처럼 2개의 바위가 있었으나 불가(佛家)의 영기가 왕성함을 시기한 풍수지리가가 1개를 굴러 떨어뜨렸다는 속설이 전한다.

우리나라에는 설악산 흔들바위와 비슷한 바위들이 산재해 있다. 남해 금산 보리암 흔들바위, 여수 봉화산 흔들바위, 여수 금오산 흔들바위, 고성 구절산 흔들바위, 강진 주작산 흔들바위, 고흥 팔영산 흔들바위, 부산 금정산 흔들바위, 김해 무척산 흔들바위, 의성 금성산 건들바위, 영동 천태산 고래모양 흔들바위, 안성 팔봉산 흔들바위 등이 대표적이다.

나는 설악산에 딱 한 번 가봤다. 고등학교 2학년 수학여행 때다. 그때의 기억은 거의 다 사라졌다. 그러나 계조암 앞의 흔들바위에 대한 기억만은 남아 있다. 손을 짚고 슬며시 밀어봤다. 꿈쩍도 안 했다. 왜 흔들바위라고 하는지 의아했다. 만우절날 거짓말에 한 조각 남은 38년 전 설악산 추억이 스쳐 지나간다. 졸업 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나씨 성을 가진 친구 생각이 난다. 

김기오 디지털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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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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