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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김정숙의 스타일 스토리] 퍼프 슬리브

2020-05-01

당당함으로 응답한 '뽕 소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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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를 논하지 않고 요즘 패션을 말할 수 없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세계적 복고 열풍이 2020년 전후를 기점으로 뉴트로(Newtro)로 재점화하고 있다. 뉴트로의 열풍 속에 올봄은 한동안 패션에서 사라졌던 퍼프 슬리브(Puff Sleeve), 일명 '뽕 소매' 패션이 몰고 온 거대한 '볼륨'과 '당당함'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지난해부터 젠더리스의 영향으로 유행의 초점이 어깨로 옮겨가면서 급진적 볼륨감으로 무장한 퍼프 슬리브가 당당히 '어깨 전쟁'에 참여해 유행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퍼프 슬리브(Puff Sleeve)의 'Puff'는 '불룩한 것, 부푼 부분'이란 뜻으로, 소매 선을 주름으로 부풀려 과장시키고 팔이나 손목 부분은 꼭 맞게 만든 소매를 말한다. 퍼프 슬리브는 볼륨감 있는 실루엣과 여성적인 디테일로 요약할 수 있다. 퍼프는 소매디자인상 매우 장식적인 소매이며, 패션 이미지가 사랑스럽고 로맨틱하며, 귀여움으로 특화되어 있어 역사적으로 여성들이 가장 애호하며 특별히 여성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패션에 사용되어왔다.

젠더리스 영향, 급진적 볼륨감 무장
거대한 퍼프 스타일 봄 패션계 접수
왕조패션 연상·로맨틱, 다양한 변주

퍼프 슬리브 상의+데님 팬츠 발랄함
베기 팬츠와 매치, 격식있는 여성미
네크라인 노출해 목선 살린 우아함

퍼프 슬리브는 오랫동안 공주풍 디자인과 만나 동화 같은 사랑을 꿈꾸는 여성들의 로맨틱 패션 심벌이었다. 그러나 2020년 등장한 퍼프 슬리브 패션은 현대 여성의 당당함을 표현하기 위해 소환되었다는 점에서 크게 구별된다. 과거 드레스, 원피스, 블라우스 소매에 달려 타자를 향해 러블리를 과시했던 퍼프 슬리브가 올해는 남성적인 재킷이나 코트, 버버리 같은 아우터에 쿨한 방식으로 재해석되었다. 2020년 등장한 파워 퍼프는 양다리 소매(Legs of Mutton Sleeve)에 가까운 과장된 형태로, 어깨를 강조함으로써 마치 1980년대 유행한 과시적 파워 슈트(Power Suit)를 연상시키며, 1890년 세기말 빅토리안 시대의 소매를 떠오르게도 한다. 올해 퍼프 슬리브 패션은 사회적 존재로서 여성의 당당함을 드러냄과 동시에 여성성도 놓치지 않고 부각시키려는 양면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퍼프 슬리브의 유행은 작년 F/W(가을·겨울) 시즌 패션계를 강타한 신조어 BDE(Big Dress Energy) 즉, 과장된 볼륨과 구조적 실루엣의 의상이 던지는 에너지와 존재감 넘치는 표현이 강탈 시선룩으로 주목받으면서 일찌감치 감지되었다. BDE의 돌풍에 힘입어 2020년 거대한 퍼프 스케일은 올봄 패션계를 완전히 접수해버렸다.

국내 패션계에서 퍼프(Puff)는 흔히 '뽕'이라고 하는데, '뽕'이라는 단어는 어감이 귀엽고 재미있는 단어로 우리 주변의 여러 분야에 스며들어 독특한 단어와 키치한 의미 조합으로 확장을 거듭해 왔다. 뽕이 붙는 단어로 뽕나무, 뽕 소매, 어깨나 가슴에 넣는 패드인 뽕, 전통가요 뽕짝, 방귀 소리인 의성어 뽕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 퍼프 소매를 '뽕 소매'라 부르는 어원은 명확하지는 않으나 두 가지 정도로 추측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뽕나무의 열매인 오디의 모양을 일컫는 뜻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오디는 열매 알갱이가 오돌토돌(거죽이 고르지 못하여 요리조리 잘게 부풀어 오른 모양)하며 잇따라 씨앗처럼 생겼다 하여 '오디'라 하였고, 오디가 달리는 나무는 뽕나무라 불렀는데 그리 부르는 연유는 알 수 없으나 둘의 개연성을 추정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뽕은 뾰루지가 '부풀어 오른 모양'이라는 뜻에서 기원한 것으로도 추정되는데, 속어적 표현으로 이런 모양새를 한 소매에 친근하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슬리브는 중세 초기 형태가 정착되기 시작해 르네상스 시대 많은 종류가 만들어지고 유행하였다. 퍼프 슬리브는 중세 말기 남성용 푸르푸앵(Pourpoint-남성복 상의)에서 처음 나타났다. 이 옷은 아이러니하게도 남녀의 성차를 의복에 뚜렷이 드러내기 위해 어깨에 퍼프를 넣어 어깨가 넓어 보이도록 한 것으로, 사실은 남성미를 강조하기 위한 패션이었다. 17세기 말 남성복이 심플해지면서 남성복소매에서 퍼프가 사라지고, 퍼프 슬리브는 여성복을 특화하는 패션 디테일로 새롭게 진화하기 시작했다. 19세기 초 엠파이어 시대는 간소한 짧은 퍼프 스타일이 유행했고, 19세기 중반 로맨틱 시대는 어깨선에서 살짝 떨어진 지점에서 볼륨이 매우 과장된 소매를 붙인 드롭트 퍼프 슬리브가 유행했다. 1890년엔 르네상스의 변형된 레그 오브 머튼 슬리브가 재유행하며 벨 에포크 시대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1981년 웨스트민스터성당에서 거행된 세기의 결혼식에서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웨딩드레스는 사람들의 기대만큼이나 크고 높은 환상적 스케일과 드라마틱한 퍼프슬리브로 여성들의 환호와 열광을 이끌어냈다.

2020 패션 컬렉션에서 눈에 띄는 파워 퍼프 디자인으로는 빅토리아 왕조 패션을 연상시키는 알렉산더 맥퀸의 드레스, 현대 여성의 로맨틱과 당당함을 도트와 파워 퍼프로 표현한 리처드 퀸, 볼륨감 넘치는 짧은 미니 드레스로 사랑스럽게 표현한 캐롤리나 헤레라, 과하지 않으나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셀린 등의 패션에서는 다소 아트피스와 같은 퍼프 슬리브 디자인의 다양한 변주를 볼 수 있다.

퍼프 슬리브 전성시대. 어떻게 입으면 스웨그 넘치는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을까. 퍼프 슬리브는 별다른 코디 아이템이나 스타일링 없이도 쉽게 룩을 완성할 수 있다. 퍼프 슬리브를 과하지 않은 데일리룩으로 입으려면 캐주얼한 스트레이트 데님 팬츠나 숏 팬츠, 미니스커트에 산뜻한 컬러의 심플한 퍼프 슬리브 상의를 매치해 입으면 상하 대비에서 오는 신선함이 의외로 상쾌하고 눈부시다. 미니스커트나 베기 팬츠에 매치하면 좀 더 격식 있게 여성미를 부각할 수 있다. 당당한 현대 여성 이미지를 연출하려면 어깨에 힘을 한 껏 준 풍성한 퍼프 슬리브가 달린 재킷이나 트랜치 코트, 코트의 허리가 잘록한 아우터를 선택하거나 벨트를 해주면 유니크하면서도 당당함이 배가되고 멋스럽다.

퍼프 슬리브를 효과적으로 입는 팁을 말하자면 몇 가지 사항을 주의하는게 좋다. 먼저 네크라인은 가능하면 시원하게 노출하면 목선이 우아하게 살면서 퍼프가 강조되어 효과적이고, 얼굴이 상대적으로 작아보이는 효과도 있다. 퍼프 슬리브는 상체가 과장되어 보일 수 있고 키가 작아 보일 수 있어 허리를 강조해 비율에 신경을 쓰면 좋다.

코로나19로 침체 되었던 올봄, 새로운 패션에 도전하고 싶다면 파워 퍼프 슬리브의 매력에 한 번쯤 풍덩 빠져보면 어떨까.

영남대 의류패션학과 교수

▨ 참고문헌

△ 서양복식문화사.(교문사 유송옥) △ 패션전문자료사전.(한국사전연구사) △나무에서 배우는 우리말과 한자의 비밀 2-'뽕나무'와 '상(桑)'의 어원.(https://blog.naver.com/moo12wool/80194634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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