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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이사람] 대구 보현사 주지 지우 스님

2020-04-24

"인간 중심 '과보'로 혹독한 시련…모든 생명체 존중·배려하는 마음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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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 스님이 불기 2564년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스스로 진리를 깨쳐서 깨달은 진리를 다른 사람들과 나눈다는 의미인 '자각각타'(自覺覺他) 글이 새겨진 보현사 일주문 주련 앞에서 '부활'과 '열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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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 스님이 지난해 12월26일 보현사 건물 외벽에 조성된 '보현사 스토리보드' 제막식에서 관계자들과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보현사 제공〉

오는 30일은 불기 2564년 부처님 오신 날이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각 사찰에서 준비한 부처님 오신 날 행사는 모두 5월30일로 한 달 연기됐다. 1919년 3월30일 동화사 지방학림 학승 10명에 의해 '덕산정시장(현 염매시장) 만세운동'을 준비한 국내 항일운동 사적지인 대구 보현사(중구 남산동) 주지 지우 스님을 만나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와 종교 간 화합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부처님 오신 날 행사 한달 연기 개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적극 동참

스스로 진리 깨쳐 나누는 '자각각타'
종교간 화합, 가정·국가 중요한 초석
불교 열반, 성서 부활, 같은 의미 공감
탐욕·분노·무명 '탐·진·치' 벗어나야
우리 집안 형제자매간 4대 종교 공존
공통점·장점 알리고 더불어 살아가야

미얀마 수행 당시 원인불명 바이러스
몸·마음 정진, 고통 뚫고 나올 수 있어
상생하는 지혜 모으고 나눠 아픔 극복


▶올해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행사가 모두 연기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불교계는 코로나19에 따른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부처님 오신 날인 30일 예정했던 행사를 모두 한 달 뒤로 연기했다. 동화사 직할 포교당인 보현사에서도 5월30일에 모든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는 오전 9시 관욕(灌浴-아기 부처를 맑은 물로 씻겨드리는 의식)을 시작으로 불공 및 육법공양, 법요식, 축하공연, 봉축행사까지 진행된다."

▶부처님 오신 날 신도와 시민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신도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부처님께서 강조하신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다. 부처님의 말씀을 제대로 배웠는지 점검하면서 사유(생각)하고 실천해 주었으면 한다. 나 자신부터 이 세 가지에 입각한 자세를 견지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특히 부처님은 '자각각타'(自覺覺他)와 '전법도생'(傳法度生)을 강조하셨다."

▶'자각각타'와 '전법도생'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 준다면.

"자각각타는 스스로 진리를 깨쳐서 깨달은 진리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다. '자각'은 자기에 대한 사랑, '각타'는 다른 존재에 대한 사랑을 의미한다. 여기서 다른 존재라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라 일체의 모든 존재다. 너무 인간 중심으로 가게 되면 과보(果報)를 겪게 된다. 지금 전 세계인이 고충을 겪고 있는 코로나19도 과보에 대한 혹독한 시련인 셈이다. 수많은 동물을 인간이 잡아 먹으면서 인간의 힘으로 이겨내기 힘든 바이러스를 만든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에 대해서도 사랑하고 구체적인 실천을 할 때가 됐다. 이를 실천하지 않으면 과보는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인간만이 아니고 다른 생명체 모든 존재에 대해 존중과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부처님의 말씀이다. 제가 정말 놀란 게 부처님이 출가자들에게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를 함부로 베지 말라고 한 것이다. 하물며 부처님은 씨도 훼손하지 말라고 하셨다. 전법도생은 법을 널리 전하여 중생을 인도한다는 뜻으로, 부처님이 나눔을 강조하면서 어리석은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 하신 말씀이다."

▶평소 종교 간 화합을 많이 강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종교 간, 아니 서로 다른 종교인들 간의 화합이야말로 가정, 지역, 사회, 국가를 튼튼히 하는 중요한 초석이다. 얼마 전 부활절을 맞아 한 언론에서 천주교 정양모 신부를 인터뷰한 기사를 봤다. 성서 신학에 있어서 당대 최고의 석학으로 꼽히는 정 신부가 하신 말씀 중에 '부활'을 '열반'과 같다고 한 부분이 있다. 나 역시 100% 공감한다. 부활은 불교의 열반이다. 불교에서 열반은 첫째 탐욕이 없는 상태로 태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탐욕 없는 태어남이다. 둘째 화, 미움, 분노, 원망, 증오, 적대감 등이 없이 태어나는 것이다. 셋째는 무명(어리석음)이 없는 지혜로운 태어남이다. 몸과 마음에 대해 완전히 통찰해서 그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깨달아 아는 그러한 통찰의 지혜를 일컫는다. 이 세 가지가 없는 것이 열반이자 곧 부활이다. 이 세 가지를 탐(貪)·진(瞋)·치(癡)라고 한다."

▶탐(貪)·진(瞋)·치(癡)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쉽게 말해 탐·진·치로부터의 자유로움이 열반이자 부활이다. 이름만 다를 뿐이다. 불교, 천주교, 개신교 모두 사이좋게 탐·진·치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도와가며 서로 배려하고, 서로 존중하고, 서로 사랑하고, 서로 나누는 그런 사회를 만든다면 대구도 좋아지고 대한민국도 좋아진다. 각 종교 간, 종교인 간 벽을 만들고 다툼을 일으키는 것은 진리를 잘 못 공부해서 혹은 바르게 배우지 못해서 생긴 것이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다툼을 일으키고 서로 공격하고 미워하고, 싫어하고 도와주지 않으면 살기 좋은 공동체는 요원하다. 지역과 사회, 국가가 무너지는 것이다. 종교인들이 먼저 좀 더 큰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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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 스님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3개월간 고생을 했던 미얀마 수행시절 모습. 승려 중 둘째가 지우 스님. 〈지우 스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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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사 직할 포교당 보현사 주지 지우 스님이 코로나19로 급식이 중단된 동화사 부설 무료급식소인 자비의 집(대구 중구 남산동) 입구에서 간판을 보고 있다.

▶천주교와 개신교에서 강조하는 사랑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정 신부가 하느(나)님의 말씀 중 가장 감동적인 것이 신·구약 성경을 통틀어 딱 두 군데서 나오는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라고 했다. 정말 중요한 말이다. 하느님은 시기, 질투, 탐욕, 어리석음이 아니라 이런 것들을 없애는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뭐가 하느님이냐,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하느님이다. 어리석음을 없애기 위해선 진리를 제대로 알아야 되는데, 몸과 마음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진리는 몸과 마음에서 나온다. 하늘이나 땅속 같은 다른 데서 찾는 것이 아니다."

▶그럼 종교인들은 사랑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나.

"서로 상대방 종교의 장점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나누는 과정에서 진정한 사랑이 나온다고 본다. 종교인일수록 서로서로 배려하면서 지내야 한다. 내 종교가 아니라고 배타적으로 대하고 미워한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다. 종교인들 간 서로 장점을 잘 이해하는 그런 살기 좋은 대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대구가 대한민국을 리드할 수 있다. 무엇보다 무지·무명하면 화합을 이룰 수 없다. 정 신부가 부활의 개념을 정립해 줬다. 열심히 공부해 엑기스를 알려준 것이다. 절에 가서 배울 것이 있으면 절에 가서 배우고, 성당에 가서 배울 것이 있으면 성당에 가고, 교회에 가서 배울 것이 있으면 교회에 가야 한다. 서로서로 왕래하면서 배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폐쇄적 종교는 진정한 종교가 아니다. 서로 오픈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종교가 돼야 한다. 이것이 부활절의 의미이자 초파일의 의미다."

▶형제들이 종교가 다르다고 들었는데.

"우리 집안에는 4대 종교가 다 있다. 누나는 개신교 열렬 신자이고, 한 분은 천주교 수녀, 조카는 원불교, 다른 형제들은 불교다. 자손들이 여럿이다 보면 서로 인연 따라 종교를 갖게 된다. 종교가 다르다고 마음의 균열, 거리감, 싫음이 있다면 형제자매 간에 불행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종교 교육과 관련해 중대한 종교 복지가 마련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제 우리 사회에도 종교 간에 공통점, 장점들을 교육하고 상담해 행복지수가 높은 종교인으로 거듭나는 살기 좋은 사회로 만들어 가야 한다.

▶수행 차 미얀마에 계실 때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고생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2007년부터 3년간 미얀마 선원(禪院)에서 수행할 당시 무슨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지 석 달간 죽을 고생한 적이 있다. 온 몸이 매일매일 다양하게 아팠다. 어느 날 새벽엔 옆구리 통증 때문에 너무 아파 몸부림을 치기도 했다. 갑자기 새벽에 온몸에 엄습한 한기를 정면 대응하며 암담하고 가슴 시린 새벽을 보내기도 했다. 밤 11시부터 새벽 내내 통증과 씨름했는데, 어느 시간이 되면 사라졌다. 아픔의 생멸을 본다는 것은 중대사였다. 하지만 수행처에서는 병원 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픔도 수행의 대상이기에 정진의 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3개월간 종일 힘없이 누워 살았다. 근육통, 고열, 20여 일 간 설사를 하니 힘이 다 빠졌다. 매일 체온을 확인하는데 정상 체온을 넘어선 상태로 두 달을 보낸 듯하다. 어떤 날은 아주 고열이 났다가 조금 내렸다가를 반복하는 하루하루였다. 42℃까지 올라가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체온 36.5℃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때 깨달았다."

▶왜 바로 귀국을 하지 않았나.

"귀국도 생각했지만 비행기 탈 힘조차 없어서 포기했다. 그 때 몸과 마음 현상들을 대상으로 한 수행법을 몰랐으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고통을 극복하고 뚫고 나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이 참 소중한 피난처였다. 우리는 언제 닥쳐올지 모를 고통 위에 살고 있다. 그래서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예수(豫修)다. 미리 예(豫), 닦을 수(修), 절에서 윤달에 지내는 예수재가 그 의미다. 아이러니하게도 예수님도 수행과 사랑을 실천하신 분 아닌가. 우리에게 곧 뼛가루가 닥쳐 온다. 언제 뼛가루될지 모른다. 곧 뼛가루 된다는 지혜로운 사유(생각)가 있으면 훨씬 나은 삶을 살리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픔을 대상으로 수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안다는 것은 견딜 수 있는 힘이고 희망이다. 지독한 괴로움 속에 있는 자에겐 생명수와 같다.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고통의 현상들을 그대로 조견(照見)하는 내공을 쌓아야 한다. 그때그때 일어나는 현상들을 현상으로서 비추어 보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처절한 아픔이 있어도 잘 인내하며 견뎌낸다. 너무 힘들면 한 곳으로 집중하기도 하고, 또 심신 전체를 주시하기도하고, 마음 상태를 점검하기도 한다. 지독한 아픔일 때는 스스로가 설정한 어느 한 곳에 집중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끝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우리는 경험하며 상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완벽하지 못한 몸과 마음을 갖고 태어난 우리, 서로서로 부족함 속에 상생할 수 있는 지혜를 나누려는 노력이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이다." 글·사진=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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