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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영화] 프랑스여자

2020-06-05

20대와 40대, 파리와 서울…경계인의 소외와 고독

프랑스여자

배우를 꿈꾸며 20년 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미라(김호정)가 다시 한국 땅을 밟는다. 프랑스인 남편과 결혼해 통역가로 파리에 정착했던 그는 이혼 후 오랜만에 찾은 서울에서 예전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과 재회한다. 지금은 영화감독이 된 영은(김지영)과 연극연출가 성우(김영민)다. 과거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단골주점에서 회포를 풀던 그들은 자연스럽게 2년 전 세상을 떠난 후배 해란(류아벨)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다. 그들 모두에게 저마다의 기억으로 남아 있는 해란은 특히 무엇 하나 선명하지 않은 미라에게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특별한 여행의 안내자 역할을 한다.

'프랑스여자'는 '열세살, 수아' '청포도 사탕: 17년 전의 약속' '설행 - 눈길을 걷다'까지 매 작품 평단의 호평을 받아온 김희정 감독의 4년 만의 신작이다. 전작을 통해서 삶과 죽음,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살아남은 이들의 이야기를 농밀하게 담았다면, 이번엔 경계인 여성의 삶에 주목했다. 프랑스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한국에 돌아온 40대 여성 미라가 주인공이다. 영화는 그의 시선을 따라 20대와 40대, 파리와 서울, 선명하지 않은 기억과 강렬한 환상을 유영하듯 자연스럽게 뒤섞으며 색다른 감성의 세계로 관객을 초대한다.

김희정 감독의 감각적이고 능숙한 연출력은 러닝타임 내내 진가를 발휘한다. 그중 돋보인 건 시공간을 뒤틀고 기억의 차이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유연하게 중첩시킨 영화적 화법이다. 어떠한 혼란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서사가 안정적인데, 그 과정에서 과거의 기억을 현재로 소환하는 대신, 현재의 미라를 과거 속으로 밀어넣는 방식을 택했다. 감독은 여기에 더해 시공간의 재배치와 경계를 허무는 판타지적 요소까지 적극 활용했다.

'프랑스여자'는 오랜 기간 폴란드와 프랑스에 체류했던 김희정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녹아 있다. 그는 "외국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이방인, 특히 한국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꼭 한번 하고 싶었다"며 "자신이 사는 프랑스에서도, 자신의 나라 한국에서도 정착하지 못하고 낯선 감정을 느끼는 경계인의 소외와 고독을 영화적으로 담아내려 했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절묘한 조화는 영화를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특히 경계인의 삶에 대한 불안과 혼란의 감정을 밀도 높은 연기로 표현해낸 김호정의 존재감이 유독 빛을 발한다. 그는 예술의 꿈을 접고 일상인과 예술인의 경계에 서 있는 인물의 쓸쓸함, 프랑스와 한국, 그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한 채 부유하는 이방인의 고독을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그려냈다.(장르:드라마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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