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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김정숙의 스타일 스토리] '도트'

2020-06-05

중세시대 전염병 연상 무늬 미운털…생기발랄 빈티지 감성 런웨이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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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전쟁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해 총알에 구멍이 난 듯한 도트 패턴의 펀칭디자인. ( 출처: 메죵 마르뗑 마르지엘라 2020 S/S 컬렉션)

어린 시절 봄이 오면 비눗방울을 곧잘 불곤 했다. 아기천사가 보내준 눈송이 같은 비눗방울은 눈부신 허공을 날아올라 어린 시절 나를 빛나는 꿈의 세계로 종종 데려가 주곤 했다. 요즘 비눗방울처럼 동글동글한 도트 무늬(Dot Pattern)의 인기가 상한가다. 도트는 누구에게나 유년의 꿈을 떠올리게 하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패턴으로 유행이나 계절에 상관없이 꾸준히 사랑 받아왔지만, 최근 강력한 1970~80년대 레트로 무드를 등에 업고 명품브랜드 런웨이의 화려한 주인공으로 당당히 등장했다.

도트 무늬는 연령에 상관없이 선호도가 높지만, 특히 젊은 세대 패션에서 각광 받아 왔다. 그런데 올해 도트 무늬는 과거 이미지와 달리 단순히 귀엽거나 스위트하지만은않으며,오히려 젠더리스(Genderless)라는 강력한 시대적 키워드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약화된 현대 여성의 우아함과 도시적 감성을 재무장하고 세련되게 돌아왔다. 또 하나 새로운 점은 블라우스, 원피스뿐 아니라 트렌치 코트, 재킷, 와이드 팬츠, 드레스, 블라우스와 같이 볼륨이 큰 아우터나 드레시한 이브닝웨어와 같은 아이템에도 도트를 적용하여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다는 점과 도트가 현대미술 오브제처럼 큼직하게 사용된 것이 눈에 띈다.


젊은 세대 패션 각광… 순수·유쾌함
민속·댄서복 사용, 리듬감 시선 집중
작은 크기 핀, 중간-폴카, 동전-코인
최신 핫 아이템은 주먹 만한 사이즈
무늬별 귀여움·우아·대담한 분위기
도트 적극 활용한 구찌, 복고 재해석


도트, 즉 점은 위치만을 가지고 있는 최소의 조형단위이며 가장 간결한 형태다. 도트는 작고 단순한 형태 때문에 조형성을 간과하기 쉬우나 디지털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월드와이드웹을 구성하는 닷, 미술 작품 속 우주를 품은 이우환의 점과 영원성을 향하는 쿠사마 야요이의 점, 무수한 알약 속에 응축된 데미안 허스트의 점들은 아름다움의 시작이자 마지막이고, 하나지만 전부인 점의 응축된 본질과 주장을 보여준다. 또한 문장 속 마침표로서의 점, 단어와 단어를 이어주는 가운뎃점, 말을 다하지 못했을 때 문미에 여운을 남기는 점들을 보면, 의외로 도트에 내재된 다양한 시적 서정과 가능성을 느낄 수 있다.

도트 무늬는 우리말로는 '물방울 무늬'라고 하며, 흔히 '땡땡이 무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땡땡이 무늬는 옷감에 프린트된 물방울무늬를 뜻하는 단어로 일본어에서 유래되었다. '몇 개의 점'을 뜻하는 일본어 '텐텐(てんてん·点点)'에 우리말에서 어조를 고르는 접미사 '이'가 붙어서 '땡땡이'가 된 것이다. 도트 무늬의 유래는 명확하지 않으며, 패션 무늬로 자리 잡은 것도 다른 문양들에 비해 역사가 아주 짧다. 중세시대 도트는 피부에 종기가 나거나 전염병을 연상시킨다는 편견으로 사용이 제한되었고, 19세기가 되기까지 의상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19세기 들어 스페인의 민속복에는 도트 무늬가 많이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플라멩코 댄서의상의 과장된 프릴과 더불어 도트 무늬는 격렬한 춤에 생기를 부여하고 리듬감을 만들어내며 주위의 시선을 끌도록 해주었다. 1850년대 체코슬로바키아 보헤미아지방 폴카에서 발생한 폴카댄스복에 도트 무늬가 사용되며 폴카춤의 유행과 함께 폴카도트도 전파되고 유행하게 되었다. 이 시기를 거치며 도트는 패션에 자연스럽게 활용되기 시작하고, 특히 젊은 여성들의 패션에 자주 채택되면서 세련된 무늬로 간주되었다. 또한 산업혁명 후 기계로 균일한 도트 무늬가 만들어지며 도트는 보다 정교하고 다양한 종류의 패셔너블한 패턴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러나 현대패션에서 도트의 유행은 아이러니하게도 1928년 디즈니가 탄생시킨 캐릭터 미키마우스의 여자 친구인 미니마우스의 패션으로부터 비롯되었다. 미니마우스가 입은 물방울무늬 스커트와 머리의 빅 리본을 장식한 도트는 도트 무늬의 매력을 새롭게 조명하며 유행하게 되는데, 심지어 사람들은 월트디즈니에 의해 도트 무늬가 발명되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한다.

도트 무늬는 모든 장식 무늬 중에서 가장 눈에 잘 띄며 현대적이며 젊고, 순수하고 유쾌하게 보인다. 도트는 사이즈에 따라 가장 작은 크기의 핀 도트(Pin dot), 중간 크기의 폴카 도트(Polka dot), 동전 크기의 코인 도트(Coin dot)가 있으며, 최근 트렌드에서는 작은 도트보다 주먹만큼 큰 도트가 핫하다. 도트는 패턴의 밀집도, 크기, 도트 색깔과 바탕색과의 대비에 따라 분위기와 느낌이 달라진다. 핀 도트는 드레시하고 우아하며, 폴카도트는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큰 도트 무늬는 시원하고 대담한 느낌을 준다. 또한 바탕색과 도트 색의 명도차가 강하게 대조되면 도트의 느낌이 선명하다.

올해 도트 프린트의 화려한 복귀는 복고 트렌드 중 레이디 라이크 룩(Lady Like Look)과 그래니 룩(Granny Look·할머니 룩)의 유행 덕분이다. 1950년대 잘록한 허리선과 플레어 라인의 물방울 원피스로 단아한 여성스러움을 보여준 오드리 헵번의 패션과 할머니의 옷장에서 막 꺼낸 듯한 1970년대 풍의 도트 블라우스는 새로운 밀레니얼세대에게 신선한 빈티지의 매력을 일깨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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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한 크기의 도트는 현대미술작품같다. (출처: 2020 S/S 드리스 반 노튼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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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들어 도트 감성의 새로운 해석이 나오기 시작한다. (출처: 2020 S/S 구찌 컬렉션)

이번 시즌 도트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브랜드로는 복고 감성을 그대로 재해석한 구찌(Gucci)로 'it so Gucci'(구찌스럽다!)라는 감탄사가 나올 만큼 1970년대를 다채롭고 신선하게 보여주었다. 마이클 코어스는 폴카도트 리본 블라우스 위에 반소매 쇼트 니트로 레이어드의 진수를 보여주었고, 드리스 반 노튼은 트렌치 코트에 오버사이즈의 큰 도트를 배치해 대담하게 활용하였다. 크고 작은 도트를 여러 가지 섞어서 리드미컬하게 배치한 알투자라의 패션은 도트가 인체 위에서 춤을 추듯 매우 리드미컬하다. 마르텡 마르지엘라는 여성복뿐 아니라 남성복의 영역까지 넘나들며 프린트가 아니라 컷 아웃(Cut out)으로 표현한 독창적 도트를 선보였다. 반면에 셀린은 데일리 감성의 도트로 누구나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타운웨어로 도트를 살려냈다.

이번 시즌 도트 패턴에 입문하고 싶다면 남성은 핀 도트 넥타이로 시작하면 과하지 않고 이지적이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고, 여성은 귀엽고 산뜻한 폴카 도트 삭스나 프티스카프를 포인트로 해보는 것이 좋다. 평이한 듯 가장 세련된 방식은 화이트 베이스나 블랙 베이스에 롱 스커트나 화이트 팬츠에 상의는 흰색 혹은 검은색으로 매치하면 여성스러우면서 센스 있는 패션을 즐길 수 있다.

패션스타일의 고수라면 다양한 크기의 도트를 상하의에 믹스해 레이어드 스타일링에 도전해도 특별한 멋을 즐길 수 있다. 포인트 아이템으로 기분전환도 하고, 레트로한 무드의 향수도 즐기면서 도트의 매력이 무제한 제공되는 올 시즌의 즐거움을 놓치지 말자.

영남대 의류패션학과 교수

▨ 참고문헌

△서양복식문화사.(교학사·정흥숙) △패션전문자료사전 한국사전연구사. △점, 선. 면 칸딘스키의 예술론.(열화당 1990) △복식디자인.(교문사·유송옥) △현대패션에 나타난 스페인 민속복 연구.(이치영·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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