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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김지혜의 클래식 오딧세이] 하이든 현악 4중주 '러시아4중주' No.1~6, Op.33

2020-06-05

귀족·시민 어울려 교감 '살롱문화'에서 탄생한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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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바이올리니스트·다원예술그룹 ONENESS 대표)

1781년 크리스마스, 비엔나에 있는 마리아 페도로브나의 아파트에서 하이든의 '러시아 4중주'가 초연되었다. 마리아는 하이든에게 피아노를 배우던 음악 애호가로 훗날 러시아의 황제가 되는 파벨 페트로비치의 아내였다. 하이든은 이 곡을 파벨 대공에게 헌정했고, 이것이 작품번호 33번으로 분류되는 6개의 현악4중주를 '러시아 4중주'라고 부르는 이유다.

현악 4중주는 2대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 4대의 현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을 말한다. 18세기 유럽에서는 많은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유흥을 위한 실내악 연주를 했는데, 그들이 즐겨 연주한 악기 편성이 현악 4중주였다. 가벼운 오락으로 연주했던 현악 4중주는 점점 음악적 형식미를 갖추며 전문 연주자들의 화려한 기교가 요구되는 연주용 음악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당시 현악 4중주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은 마리아 페도로브나의 아파트 같은 '살롱'이었다.

살롱 문화와 실내음악 연주는 17~18세기에 들어 크게 확산되었는데, 이것은 당시 유럽의 시민 계급 성장과 관련이 있다. 시민 계급은 고대 시대부터 등장해 상공업을 바탕으로 도시 경제를 이끌었던 사람들로, 18세기 중엽에는 대규모 상공업, 은행, 세관, 언론, 교육 등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의 요직을 차지할 만큼 성장했다.

경제력을 통해 많은 것을 이룬 시민 계급은 중앙 권력과 긴밀히 교류하면서 더 광범위한 사회적 지위를 얻으려 했다. 그들은 명예를 추구했고 귀족들과 같은 '교양인'이 되려고 노력했다. 귀족들 역시 왕권을 견제하기 위해 시민계급과 결속이 필요했고 이 두 계급은 서로의 이익에 따라 견제와 연합을 반복하며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이런 정치·사회적 갈등은 의외로 문화 공간에서 해소되었는데 그곳이 '살롱'이다. 귀족 부인들이나 상류층 여성들은 자신의 집에 귀족, 시민 계급의 인사들, 예술가들을 초대해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었다. 시민 계급이 주도적으로 형성한 문화는 궁정 예술보다 밝고 유쾌한 문화로 합리적이고 자유로웠다. 이런 매력으로 상당수의 귀족들이 살롱을 찾았고 이들은 곧 연주회, 낭독회, 토론을 즐길 때 신분 차이가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을 알게 된다.

엄격한 신분 제도가 어느 정도 희석된 것은 토론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예술가들의 참여로 살롱은 '예술 비평의 장'이 되었다.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평가나 당시의 주류 문화에 대한 토론에서 영감을 얻기도 했다.

하이든 역시 이런 살롱에서 영향을 받아 '러시아 4중주'를 작곡했다. 미국의 음악학자 그레첸 휠록은 이 곡에 대해 "연주자들 간의 대화를 넘어 청중에게도 의식적으로 말을 거는 것 같은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농담'이라는 부제를 가진 2번 곡은 그 특징을 잘 보여준다. 유머, 위트, 아이러니와 같이 '유쾌한 대화'를 이루는 여러 요소들, 다양한 감정의 혼합과 대조를 통한 역전과 반전, 예상에서 빗나가는 아이러니를 통해 감상자는 연주자들이 표현하는 유머에 공감하며 마치 그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듯한 인상을 받는데 이런 특징은 확실히 살롱 문화의 영향으로 보인다.

하이든은 단순한 감성 자극에 머물지 않고 객관적인 논리와 독창적인 음악 어법으로 이 곡을 채웠다. 4명의 연주자에게 각자 다른 성격의 선율을 부여해 연주자들 간의 음악적 대화가 이루어지게 했고 또 청중들과 교감하도록 구성했다. 이것은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사고하며 대화하는 인간'의 모습과 닮았다.

하이든은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이 관찰하고 해석한 세상, 개인의 세계관을 순수한 음악으로 표현하며 비로소 '예술적 인간'으로 존재하는 작곡가의 시대, 그곳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바이올리니스트·다원예술그룹 ONENES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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