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00611010001645

영남일보TV

[문화산책] 대학생 한문연수 '소학'

2020-06-12

김미향1
김미향 〈샘갤러리 대표〉

봉산문화거리 남쪽 입구에서 2차선 도로를 따라 100m 정도 걸어 올라가면 대구향교가 있다. 이곳을 알게 된 것은 2008년 여름으로 성균관청년유도회에서 진행하는 대학생 한문연수 '소학' 강좌에 참석하게 되면서였다.

평소 분야를 가리지 않고 관심 가는 책을 읽는 편이다. 읽은 책에서 언급하는 책을 구매해두거나, 관심 가는 내용의 경우 연관된 책을 찾아본다. 또 작가가 마음에 들면 거의 책 대부분을 찾아 구매한다. 그리고 그 작가의 철학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과 사람 등 연관성이 있는 내용의 책은 살펴 본 후 일단 구매해 두고 조금씩 읽어나간다. 유교경전도 그런 책 중 하나였다. 사자소학을 읽다가 계몽편·동몽선습·격몽요결을 알게 되고, 사서오경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사서(四書)를 제대로 읽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논어의 경우 워낙 알려진 문구가 많아 쉬운 책인 듯하나 그 역사적 배경을 제대로 알고 읽어야 온전히 알 수 있다는 것을 공부를 하고서야 알았다. 그 외 책들도 마찬가지였다.

대구향교에서 한 달 가까이 진행되는 양재 이갑규 선생님의 '소학' 강의는 평소 받아왔던 학습방식과는 달랐다. 선생님은 소학을 만들게 된 이유를 밝히는 서문과 통론에 해당하는 '소학서제'와 송나라 주희가 쓴 '소학제사'에 많은 시간을 들이셨다. 그 짧은 내용을 몇 주 동안 하셨는데, 본문 진도를 나가게 되면서는 매 수업 시작과 함께 소학제사의 전체 내용을 큰소리로 낭독하게 했다. 그리고 틈틈이 암기해 둘 것을 강조했다.

또 본문 문장을 읽어나가며 한자의 음과 뜻, 문장구조와 문법을 쉽게 풀어 반복해 설명해주셨고, 책 내용과 연관되는 역사 속 사건과 인물에 대한 이야기로 당시 문화를 알면서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 주셨다. 암기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어느 순간 짧은 문장이 입에서 술술 나오고, 본문 진도를 나가면서는 책 전체의 구조 속에 내용을 올려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러한 교육방식으로 알아가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었고, 한결같은 선생님의 모습을 통해 스승과 어른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1992년부터 시작해 지금도 진행되는 대학생 한문연수는 인원이 많을 때는 200명이 넘을 정도였다고 한다. 책을 들고 공부하러 오는 학생들로 인해 향교 인근에 번화했던 유흥가가 사라졌다고 하니 당시의 상황을 조금은 짐작해볼 수 있겠다. 대학생 한문연수를 거쳐 간 많은 학생은 어떤 깨달음을 얻어갔을까. 그리고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김미향 〈샘갤러리 대표〉

기자 이미지

이은경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