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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예산 황새 '청정'과 구미 두루미 '두루'가 의성 안계들판에서 부부처럼 만나다

2020-06-19

황새는 충남 예산 황새공원에서, 두루미는 경북 구미 해평면 조류생태환경연구소에서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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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 물고 물끄러미 // 황새(앞)와 두루미. 황새가 부리에 미꾸라지를 물고 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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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들판 '여기가 천국' // 황새(왼쪽)와 두루미가 경북 의성 안계들판에서 사이좋게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경우에요. 황새와 두루미가 함께 먹이활동을 한다는 게 신기할 뿐입니다."

 


대한민국 황새 복원의 본부인 충남 예산군 황새공원 김수경 박사(선임연구원)는 지난 5일 황새와 두루미가 경북 의성군 단북면 안계 들판에서 한 달 가까이 함께 노닐고 있다는 기자의 제보를 듣고 매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1급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는 황새(천연기념물 199호)와 두루미(천연기념물 202호)가 경북 의성군 안계 들판에 함께 나타났다는 보도(영남일보 6월2일자)가 나간 뒤 카메라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4일 오후 안계 들판을 찾았다.


황새와 두루미를 처음 발견한 오미정(의성군 안계면)씨의 가이드에 따라 위천 둑방을 돌며 안계들을 훑었지만 녀석들은 보이지 않았다. '에니멀 워칭' 경험상 찾고자 하는 야생 동물을 발견하기란 인내와의 싸움이다. 점심을 걸러 배가 고팠지만, 다시 원점에서 차를 몰고 들녘 중앙을 가로질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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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 B76.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바로 그때 황새 'B76'이 하오의 따가운 햇살을 받은 채 논둑에서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쭉 빠진 몸매에 부리부리한 눈과 길고 두터운 부리가 영락없는 황새였다. 전 세계에 2천500여 마리 밖에 없는 황새를 이곳에서 만난 것이다. 


30여분 간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한 뒤 다시 두루미를 찾았다. 두루미는 황새가 있는 곳 1㎞ 근방 논에서 미꾸라지를 잡느라 여념이 없었다. 


두루미는 황새보다 덩치가 더 크다. '오리의 짧은 다리 학의 다리 되도록애~'라는 시조에서 보듯 다리도 훨씬 길다. 정수리에 붉은 점이 있다고 해서 중국에서 단딩허(丹頂鶴)이라고 부르는데, 옛 선조들은 학이라 했다. 보통 사람들은 백로와 왜가리를 통칭해 학이라 부르는데, 이는 잘못이다. 크레인이 두루미를 닮아 영명은 'Crane'이다. 정식 명칭은 'Red-crowned Crane'. 우리나라엔 두루미를 포함한 재두루미, 흑두루미 3종류의 두루미가 한반도를 찾는다. 모두 전 세계에서 1만 마리 내외밖에 없는 진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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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먹어볼까// 두루미가 먹이사냥을 하고 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새 촬영은 차 안에서만 이뤄져야 한다. 탁 트인 개활지에선 더욱 그러하다. 둘 다 모내기가 끝난 논에서 미꾸라지와 개구리를 잡아먹으며 주린 배를 채우고 있는 모습을 차 안에서 엿봤다.
2시간여 두 마리를 번갈아 가며 관찰하던 중 갑자기 두루미가 황새가 먹이활동을 하는 무논으로 날아갔다. 두 마리는 서로를 의지한 채 각자 먹이를 찾고 있었다. 서로 1m 가까이 접근한 적도 있었으나 황새가 두루미를 피하는 듯 보였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자 두루미가 먼저 날개를 펼치며 경북 구미 선산 쪽으로 날아갔다.


이 황새와 두루미는 충남 예산 황새공원과 경북 구미 해평면 조류생태환경연구소(소장 박희천 경북대 명예교수)가 복원한 것이다. 'B76' 발찌를 찬 황새의 이름은 '청정'으로 3살 암컷이고, 두루미는 4살 수컷으로 이름이 '두루'다. 각각 2018년 7월과 2019년 10월에 서식처였던 예산과 구미를 떠나 한반도 전역을 날아다니다가 안계 들녘에서 조우를 했다. 


'청정'은 지난해 10월 말 낙동강 해평 들녘을 찾은 북방의 야생 재두루미와 놀다가 가출한 녀석이다. 인공 알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 자연분만으로 세상에 나왔다. 박희천 교수가 야생적응훈련을 하기 위해 잠시 내보내곤 했는데, 평소 잘 돌아오다 어느 날 갑자기 재두루미와 함께 떠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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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뭐하고 놀까// 두루미(앞)와 황새가 서로 마주보며 걸어가고 있다.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황새 엄마' 김수경 박사는 경북대 생물학과 출신으로 박희천 교수로부터 석사 학위를 받았다. 스승 박 교수가 구미에서 복원한 두루미와 제자 김 박사가 예산에서 복원한 황새가 의성 안계들녘에서 만난 것이다. 문화재청은 2015년부터 지금까지 예산 황새공원에서 80여 마리의 황새를 방사했으며, 조류생태환경연구소엔 현재 약 30마리의 두루미를 키우며 연구하고 있다.
황새는 나무 위나 전봇대 위에 둥지를 트는데 비해 두루미는 갈대숲이나 강 모래톱을 좋아한다. 의성 안계 들판은 멸종위기종인 황새와 두루미가 서식하기엔 안성맞춤이다. 


의성군이 관심을 갖고 이 둘을 잘 보호한다면 안계의 명물이 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 경남 김해 봉하마을 앞 봉하뜰은 국가습지보호구역인 화포천과 함께 황새 서식처가 됐다. 2014년 일본에서 날아온 복원 황새 '봉순이'가 지금까지 봉하마을을 찾고 있다. 이는 지난 10여 년 간 친환경 농업이 활발히 이뤄져 황새가 서식하기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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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왼쪽)와 두루미가 경북 의성군 단북면 안계들녘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지난 13일 박희천 명예교수는 2㎏ 분량의 미꾸라지를 이들 도래지에 방사했다. 그는 "8개월만에 보는 '두루'가 나를 보고 안면 몰수했는데, 새는 번식기가 되면 더 이상 부모를 찾지 않는다, 어쩔 수 없다"면서 "의성군과 안계면, 단북면이 함께 머리를 맞대 안계 들녘을 친환경 농업의 본고장으로 삼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곳에서 생산하는 '안계미'가 전국 제일의 쌀이 될 수 있음은 물론 생태관광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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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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