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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소외감으로부터의 새로운 연대

2020-06-22

권효원
권효원〈현대무용가〉

대구미술관은 지난 16일부터 '새로운 연대'라는 전시를 시작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이 위기를 극복하고자 보여준 개개인의 노력과 지난 소중한 일상에 대해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고자 기획된 전시다.

나 스스로도 바이러스로 인해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알 수 없는 소외감을 느꼈다. 내가 하는 일의 특성상 항상 많은 사람과 함께했는데 가족 이외에는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소외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미국 UCLA 나오미 아이젠버거와 매튜 리버만 박사는 집단에서 소외됐을 때 대상자가 느끼는 고통을 알아보기 위해 컴퓨터 상에서 서로 공을 주고받는 사이버 게임을 개발했다. 세 명이 공을 주고받는 게임인데 실제 게임에 참여하는 상대방들은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였다. 실험 참가자들은 이 사실을 모른 채 게임에 참여하고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기기를 이용해 참가자의 뇌 상태를 스캔했다.

실험은 게임이 시작되면 실험 참가자를 의도적으로 소외시키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소외감을 느낀 사람의 뇌는 신체적 통증이 있을 때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소외감을 느낀 실험 참가자들은 스스로 자책을 하거나, 지나치게 화를 내고 상대가 컴퓨터였다는 설명을 듣고서도 분을 풀지 못했다. 스스로 소외되고 있다는 느낌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알려주는 실험이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회 운동가 헬렌 켈러는 생후 19개월 때 앓은 뇌 척수염으로 시청각장애인이 돼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했다.

그러던 그녀를 가정교사 앤 설리번이 맡으면서 그 모든 것을 하나하나 극복해낸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헬렌에게 극도의 인내심을 가지고 언어를 가르치기 시작해 결국 그녀는 농아학교에서 학업도 마칠 수 있게 된다. 헬렌이 스스로 자립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했던 앤 설리번의 헌신과 노력의 성과였다.

헬렌은 그 후 사회운동가로 활약하며 작가로서의 저술 활동, 여성 참정권, 인종차별반대 운동 등 사회 운동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속 거리두기. 우리는 누구도 서로를 소외시키지 않았지만 바이러스는 우리 스스로 소외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누구나 소외되었을 땐 괴롭고 힘들다. 하지만 앤 설리번 선생처럼 손을 내밀어 준다면 보다 나은 삶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더 나은 삶을 위한 새로운 연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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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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