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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낙동강 물길따라…떠나자! 상주 핫플레이스] <4> 경작지서 쉼터로 탈바꿈한 '경천섬'

2020-06-25

강물이 만든 20만㎡ 하중도…배 띄우고 시 읊던 옛 흥취 새록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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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의 대표적인 명소인 경천섬은 약 20만㎡의 하중도(河中島)로 일명 '낙동강 오리알 섬'으로 불리기도 한다. 산책로를 따라 섬 둘레를 한 바퀴 도는데 약 2km 정도의 거리가 나온다.

자유롭게 굽이지며 흐르던 낙동강은 상주 땅에 들어 비교적 직선에 가깝게 잠시 남하한다. 그러다 경천대 앞에서 한번 훅 굽고 다시 오상리 비봉산(飛鳳山) 아래에서 서쪽으로 크게 휘어진다. 물길은 '덤밑'이라 부르는 비봉산 벼랑 아래를 오래오래 세차게 돌다 '덤밑소'라는 깊이 모를 소(沼)를 만들었고, 상대적으로 물살이 약한 강의 한가운데에는 안고 왔던 모래를 부려 두었다. 그렇게 소가 깊어지는 동안 모래는 점점 쌓였고 마침내는 섬이 되었다. '경천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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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천섬에는 산책로가 꽃잎처럼 이어져 있다. 봄에는 벚꽃과 유채꽃이 피고 가을에는 코스모스와 메밀꽃을 볼 수 있다. 지금은 개망초 꽃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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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천섬에 다양한 수종의 숲이 조성되어 있다. 텐트를 치고 휴식을 취할 수 있어 나들이객에게 인기다.

#1. 상주의 명소 '경천섬'

섬의 서쪽은 상주시 도남동, 동쪽은 중동면 오상리다. 경천섬은 도남동과 범월교(泛月橋)로 연결되고 오상리와는 낙강교(洛江橋)로 연결된다. 도남동 도남서원 앞에 넓은 주차장이 있다. 낙동강생물자원관의 옆모습이 슬쩍 보이는 자리다. 달이 뜨는 다리, 범월교를 건넌다. 나무로 만든 부드러운 다리가 걸음 소리를 삼켜 물소리가 선명하다. 다리 가운데에는 하얀 구조물이 사뿐히 얹혔는데 비봉산에서 보면 나비 모양이라 한다. 나비 아래에서 잠시 남쪽을 바라본다. 상주보가 지척이다.

경천섬은 약 20만㎡의 하중도(河中島)다. 일명 '낙동강 오리알 섬'으로 불리기도 한다. 남북으로 길쭉한 나뭇잎 혹은 나룻배 모양으로 긴축은 약 1㎞, 짧은 축은 약 350m 정도 된다. 산책로를 따라 섬 둘레를 한 바퀴 도는데 약 2㎞ 정도의 거리가 나온다. 섬은 지형의 굴곡이 없는 평평한 땅이다. 원래는 인근 주민들이 무와 감자 등 농작물을 경작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2009년경 4대강 사업이 시작되고 그 일환으로 '낙동강 희망의 숲' 조성사업이 추진되면서 밭은 숲이 되었다. 경천숲이다. 무궁화동산이 보이고, 어린 소나무들의 숲도 보인다. 느티나무와 이팝나무, 산수유와 벚나무도 있다. 아직 어린 경천숲에 무성한 숲 그늘은 없지만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드리워 놓은 동그마한 그늘 속에 가족들이, 연인들이, 벗들이 앉아 있다.


섬 산책로·강 주변 4개 탐방로 인기
국내 최장 현수교·경관조명도 재미
1196년 이후 '洛江泛月' 시회 전통
인근 도남서원 '낙강시제'로 이어져




섬 안에는 산책로가 꽃잎처럼 이어져 있다. 산철쭉들과 나란히 걷다 보면 정자쉼터 몇 개를 만나고 화장실도 지난다. 봄에는 벚꽃이 피고 또 유채꽃이 핀다. 가을에는 코스모스와 메밀꽃이 핀다. 지금은 개망초 꽃들로 가득하다. 뜨거운 공기를 가르는 스프링클러의 물소리도 시원하다.

잔디밭 위에 '낙강범월 시공원'이라 새겨진 비가 있다. 아래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낙강에 배 띄워 달을 바라보니 벗과 함께 주고받던 말도 시가 되고 노래가 되었네. 산천의 모습이 변해도 700리 낙강의 물길은 아직 묵향을 기억하고 있으니 그 옛날 풍류를 읊던 선현들의 향기를 잊을 수 없어 하노라.' 2013년에 새겨 세운 이 시공원 비의 유래는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낙강범월'은 오늘날 경천섬의 두 다리 이름이 되기 이전에 상주 낙강이 낳은 시회였다. 1196년 백운 이규보의 '낙강범주유(洛江泛舟遊)'에서 시작되어, 1862년 계당 류주목의 시회까지 666년 동안 51회의 시회가 열렸다. 그 가운데 1622년 창석 이준의 시회가 전성기였다고 한다. 도남서원 앞 강변에는 '낙강범월시유래비'가 서 있으며 낙동강에서 뱃놀이하며 시를 읊었던 흥취는 지금도 도남서원에서 매년 개최되는 낙강시제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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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물 위를 걷는 '경천섬수상탐방로'는 길이 975m로 국내 최장이다. 탐방로는 물에 떠있는 부교로 '폰툰길'이라 불린다.

#2. 경천섬 수상탐방로 '폰툰길'

낙강교를 건넌다. 길이 345m로 국내에서 가장 긴 보행자용 현수교다. 다리를 건너면 왼편으로는 옛 나루터 자리에 조성한 회상나루 관광지가 펼쳐지고 오른쪽으로는 비봉산 아래 낙동강 물 위를 걷는 '경천섬수상탐방로'가 시작된다. 길이 975m로 국내 최장이다. 탐방로는 물에 떠 있는 부교로 일명 '폰툰길'이라 한다. 폰툰(Pontoon)이라는 부유 구조물을 이용해 만든 길이라는 단순하고 멋없는 이름이지만 어쩐지 걸음마다 '폰뚠 폰뚠' 소리가 날 것만 같다. 흔들리는 길은 생각보다 안정적이지만 너무 가깝게 출렁이는 수면이 아찔하고 낭랑한 물소리에 귀가 멍해진다. 길 가운데 조금 넓게 마련되어 있는 쉼터에 몇몇 사람들 뱃놀이하듯 앉아있다.

비봉산의 덤밑이 손에 잡힐 듯하다. 비봉산은 봉황이 날개를 펴고 나는 형상이라 생긴 이름이다. 해발 230m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워낙 명산이라 정상에서 기우제 등의 제를 올렸다고 전한다. 물 위에서 올려다본 비봉산은 까마득하다. 비봉산 등산로에서는 전설을 가진 '이무기바위'를 만날 수 있다. 옛날 경천섬에는 천년 묵은 금개구리가 살았다고 한다. 어느 날 학이 금개구리를 잡아먹고는 봉황이 되어 하늘로 날아갔고 그 사실을 늦게 알게 된 뱀이 울면서 내려오다 굳어버려 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금개구리가 살던 시절의 경천섬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문득 뒤돌아본 경천섬에는 어린 나무들이 앞으로의 천년을 바라보며 자라고 있다.

수상탐방로를 지나면 비봉산 숲속을 걷는 힐링길 426m가 이어진다. 길은 상주보로 연결되고 다시 도남서원으로 원점회귀한다. 총 길이는 5㎞ 정도다. 경천섬 탐방로는 섬을 중심으로 강의 좌, 우안을 연결하는 4개의 코스가 있다. 도남서원 원점회귀 코스는 그중 가장 짧은 4구간으로 1시간20여분 걸린다. 가벼운 트레킹도 좋고 경천섬을 산책하며 낙강범월의 풍취에 빠져보는 것도 좋겠다.

지난달부터는 낙강교에 경관조명이 가동되어 일몰과 범월, 그리고 빛나는 야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낙강교 경관조명은 미디어파사드 형태로 벽면에 영상을 비춰 표현하는 예술이다. 다리에 가는 케이블을 설치하고 작은 LED등을 촘촘하게 달아 화려한 영상을 보여준다. 운영 시간은 매일 오후 7시30분부터 밤 10시10분까지로, 상주와 경천섬을 주제로 한 'I Love Sangju' '빛+무리' 'Bloom(개화)' 등 세 편이 차례로 상영된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참고=한국콘텐츠진흥원 누리집, 상주시 누리집

■ 자전거 대여소·푸드 트럭

범월교 앞 주차장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1시간 기준 1인용 5천원, 2인용 8천원으로 경천섬 내에서 이용 가능하다.

주차장에는 푸드 트럭의 다양한 메뉴도 맛볼 수 있다. 하얀 트럭은 '길거리 맛나 주전부리'로 녹차호떡, 핫도그, 소시지 등을 판다. 커피색 트럭은 '로드 카페'로 다양한 커피와 차 종류를 판다. 방문 날에는 없었지만 추로스를 파는 트럭도 온다는데 '세상 어디에도 없는 맛'이라는 소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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