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다양한 스토리텔링 전개
드라마로 장르 확장 인기몰이
OTT업체 앞다퉈 시리즈 제작
영화로도 만들어져 흥행 저력
국내 첫 오디오 시네마 론칭도
웹툰이 킬러 콘텐츠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소비자의 콘텐츠 접속이 다변화되면서 웹툰 향유는 보다 다양해지고, 대중적 지지는 폭넓어졌으며, 원천 콘텐츠로서의 잠재적 가치는 빠르게 급성장했다. 영화와 드라마의 원천 콘텐츠로서의 활용뿐만 아니라 미디어 플랫폼과의 결합에서도 유연하고 다양한 매력을 갖추고 있는 웹툰의 확장성을 주목해본다.
◆소비 형태와 환경까지 변화
네이버웹툰의 대표작 '마음의 소리'가 지난달 30일 완결됐다. 만 13년 9개월 22일, 총 5천45일간의 연재, 누적 조회 수 70억건에 달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만화가 조석이 2006년 9월8일 연재를 시작한 '마음의 소리'는 작가 자신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일기체 형식의 개그 웹툰이다. 서울에 사는 한 가족의 일상을 코믹하게 그린 이 작품은 긴 줄기로 스토리를 이어가는 게 아니라 10분 내외의 짧은 분량으로 매번 에피소드들이 완결된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슬쩍 보고도 금방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형태다.
하나의 가능성에서 출발했던 웹툰은 이제 단순히 웹을 기반으로 서비스되는 만화의 의미를 넘어섰다. 2017년 '마음의 소리'를 대한민국 만화대상에서 대상으로 선정한 문화체육관광부는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만화 영역의 확장, 높은 대중성 등 모든 측면에서 뚜렷한 성취를 거둔 우리나라 만화사의 중요한 이정표가 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를 오래전부터 눈여겨본 KBS는 예능국 최초로 '마음의 소리'를 웹 드라마로 제작했고, 이후 지상파에 편입시켰다.
웹툰은 다양한 장르와 다채로운 문법으로 소비자의 이용 형태와 환경까지 변화시켰다. 대중으로부터 검증받은 웹툰이 제작사들의 관심과 기대를 모은 이유다. 쌍천만의 신화를 달성한 '신과함께'부터 '강철비' '내부자들'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 다양한 웹툰 원작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사실 웹툰은 기승전결의 구조가 뚜렷한 TV 드라마와 좀 더 궁합이 맞는 편이다. 선악이 분명하고, 개성 있는 조연들이 포진해 있고, 다음 회를 궁금하게 만드는 에피소드 연작 형태 등이 영화보다는 드라마로 전환하기에 알맞은 형태다. '미생' '치즈 인 더 트랩' '송곳' '오렌지 마말레이드' 그리고 최근 종영한 '쌉니다 천리마마트' '이태원 클라쓰' 등 웹툰 원작 드라마들 대부분이 이 사실을 입증하듯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트랜스미디어의 최적 콘텐츠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전개에 있어서도 웹툰은 가장 매력적인 콘텐츠 중 하나다. 넷플릭스 같은 국내외 OTT 서비스 업체는 물론 콘텐츠 제작사와 손을 잡은 통신사들도 웹툰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있다.
넷플릭스는 김보통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새 오리지널 시리즈 'D.P.'를 제작한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육군 헌병대 군무이탈 체포조 D.P.(Deserter Pursuit)를 소재로 군 가혹행위와 인권 문제를 그린 작품이다. 이미 웹툰 원작을 기반으로 한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을 서비스한 넷플릭스는 웹툰을 포함한 IP 확보에 적극적이다.
KT의 OTT 서비스 시즌(Seezn)은 최근 오리지널 웹 드라마 '썸툰 2020'을 공개했다. 인기 웹툰 '썸툰×오마이걸'을 각색한 작품으로 1020 시청자들을 공략해 회당 10분 내외의 숏폼 형식으로 제작됐다. 시청자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결말을 선택할 수 있는 다중 결말 구조를 도입해 개인별로 맞춤형 설렘을 선사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덱스터스튜디오는 LG유플러스와 손잡고 누적 조회수 30억뷰의 인기 웹툰 '유미의 세포들'을 AR로 제작해 'U+AR' 앱을 통해 서비스한다. '유미의 세포들'은 주인공인 유미의 직장생활과 연애사, 그리고 그녀의 체내 활동 등을 세포로 의인화한 귀여운 비주얼로 독자들 사이에서 두꺼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AR는 총 5종의 숏폼 형식으로, 웹툰의 대표적인 인기 세포 캐릭터들이 일상 공간에 3D로 등장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보는 웹툰이 듣는 영화로
아날로그 감성으로 밀려났던 '오디오 콘텐츠'도 최근 웹툰을 기반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은 새로운 변화의 흐름에 맞게 국내 최초로 오디오 시네마 3편을 론칭했다.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 강소라·김동욱 주연의 '남과 여', 이세영·찬열 주연의 '두근두근 두근거려', 그리고 웹소설을 원작으로 이제훈·유인나가 목소리 주연을 맡은 '그대 곁에 잠들다'이다.
오디오 시네마라는 파격적이고 신선한 기획 배경에는 네이버웹툰의 자회사인 스튜디오N의 참여가 있었다. 스튜디오N은 오디오 시네마를 론칭하면서 네이버 웹툰 및 웹소설의 시나리오 기획 및 대한민국 대표 영화음악감독의 오디오 시네마 감독 데뷔, 그리고 유명 배우 섭외 등 프로젝트 총기획을 담당했다.
스튜디오N 권미경 대표는 "전세계가 급변하는 시대 상황에 맞춰 빠르게 아이템을 기획하고 다변화를 모색 중이다. 그 하나로 기획 방식과 노출 창구를 새롭게 시도해 내놓은 결과물이 오디오 시네마"라며 "언제 어디에서도 가장 가까운 영화관처럼 오디오 시네마를 통해 네이버 웹툰과 웹소설을 영화로 만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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