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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이사람] 대구경북 도시락 사업 30년 '청구도시락' 권오섭 대표

2020-07-03

"대구시민 미각 뛰어나 30년간 신선하고 맛있는 도시락 개발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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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섭 청구도시락 대표가 대구 수성구 중동 청구도시락·청구푸드시스템 본사 조리실에서 국솥을 점검하며 창업 30년을 앞둔 소회를 밝히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느 업종보다 타격이 심한 식품전문업체이지만 지역사회를 위한 노력에는 변함이 없는 기업이 있다. 1991년 7월2일 설립된 청구도시락은 내년이면 창업 30년을 맞는다. IMF 외환위기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도 해고 직원 한 명 없이 오히려 기업의 사회 환원을 실천하고 있는 권오섭 청구도시락·<주>청구푸드시스템 대표를 지난달 29일 대구 청구도시락 본사에서 만나 지난 29년의 소회를 들어봤다.

▶'청구도시락'이라고 하면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도시락 기업으로 각인돼 있다. 어떤 노력들이 지금의 청구도시락을 있게 했다고 생각하는가.

"꾸준한 메뉴 개발과 시설 투자, 직원 복지 및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이 지금의 청구도시락을 있게 한 것 같다. 사실 어느 업종보다 경기에 민감 하지만, 시대적 요구를 따르지 않을 수 없어 항상 변화를 생각하는 마음이 직원들의 생각과 맞아 떨어진 것 같다."

▶청구도시락과 청구푸드시스템 상호를 함께 사용하는데.

"1991년 창업 이후 청구도시락이라는 상호를 20년 넘게 사용하다가 청구푸드시스템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이유는 상호에 도시락이 포함돼 있다 보니 영세업체 인식이 강해 입찰에서 불리하게 작용해 할 수 없이 푸드시스템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만 해도 상호로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경향이 많았다. 하지만 6~7년 정도 지나자 상호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도 많이 변하고, 청구도시락이란 이름에 익숙했던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청구푸드시스템을 다른 기업으로 인식하는 경우까지 있어 다시 청구도시락이란 상호를 사용하게 됐다. 특히 푸드는 분야가 너무 광범위한 반면, 도시락은 바로 인식되는 경향이 짙었다. 그러면서 위탁급식 등 도시락 외 관련 식품사업을 위한 별도 법인으로 <주>청구푸드시스템을 등록했다."


도시락 원조도시 대구, 내년 창업 30주년
메뉴·시설 투자, 복지·환경 개선 중점
도시락외 식품사업 푸드시스템 등록

지역 상당수 종합병원·관공서 등 납품
대기업까지 가세하며 공급 절반 감소
중소업체 입찰 참여 어려워 안타까움
즉석도시락 인건비·생산비 커 실패도



▶지방에 본사를 둔 식품업체로 30년 업력은 쉽지 않은데,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나.

"대구가 대한민국의 도시락 원조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점이 한 몫을 했다. 대구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데다 음식이 맵고 짜 식문화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미각적인 부분에서는 뛰어나 도시락 문화가 가장 발달된 도시가 됐다. 대구경북에 치킨 브랜드 본사가 가장 많은 점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다양한 변화를 위한 노력도 30년 업력을 있게 한 것 같다. 20년 전 맛동산도시락과 함께 힘을 합쳐 청미급식센터를 개소한 적이 있다. 급식센터를 위해 일본에서 45일간 현장교육을 받기도 했다. 비록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공약으로 내건 직영 학교급식을 위한 시설비 지원이 현실화 돼 5년을 넘기지는 못했지만, 이런 노력들이 이후 사업 다각화의 계기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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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대표(왼쪽 둘째)가 라이온스클럽 대구지구 총재 재직시절인 2010년 캄보디아에서 따게오주정부 관계자와 우물파기사업 조인식을 갖고 있다.

▶지역의 많은 관공서는 물론, 종합병원 등에도 도시락을 납품하는데, 현재 몇 곳 정도인지.

"대구지역 종합병원은 거의 다 청구도시락에서 납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관공서도 90% 정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후 대기업까지 가세하면서 지금은 절반 정도에만 납품을 하고 있다. 청구도시락이 한 창 인기가 좋을 때는 대구경북뿐 아니라 울산과 경남 관공서까지도 납품했다. 현대자동차 파업 때 도시락이 처음 공급될 당시 청구도시락이 들어갔다. 특히 집회와 시위가 많았던 시절에는 단기간에 많은 도시락을 만들 수 있는 대량생산시스템을 갖춘 곳은 우리밖에 없어 경찰서 도시락은 모두 우리 몫이었다."

▶대기업을 비롯해 서울에 본사를 둔 대형 푸드 기업들이 많은 상황에서 아무리 같은 지역 업체라도 지역 기관·단체 등에서 계약을 따내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종합병원 등에 CJ 등이 진출했지만, 우리 도시락 메뉴를 따라오지는 못했다. 하지만 발주처에서 대기업에 몰아주는 형국이 되면서 입찰에도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입찰보증금을 50억원 이상 올려 중소업체의 입찰 참여를 아예 봉쇄하고 있다. 지역 병원과 지역 사업장인데도 지역 업체의 입찰을 막기 위해 입찰보증금을 과도하게 올리면서 납품 병원과 기관이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기관장과 기업주들의 인식 전환이 아쉽다. 16년 전쯤에는 편의점에도 도시락을 납품해 봤지만, 반품 회수와 30%의 높은 수수료로 2년을 버티지 못하고 포기했다. 대기업들의 중소기업을 위한 배려가 좀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권 대표 개인의 남다른 노력이 지금의 청구도시락과 청구푸드시스템을 있게 했다고 들었다, 어떤 노력들이 있었나.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다른 도시에 비해 대구 소비자들의 입맛이 가장 까다롭다. 거기다 섬유산업이 하향곡선을 그린 후 중견기업도 거의 없다시피하다 보니 도시락 수요처가 다른 도시에 비해 10분의 1 수준 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연구한 것이 즉석도시락이었다. 전국 체인점을 목표로 대구 수성구청 앞과 부산 해운대에 매장을 열었다. 하지만 매출은 잘 나왔는데, 가격 대비 인건비를 포함한 생산비가 너무 많이 들어 결국 실패했다. 사실 즉석도시락이 맛도 좋을 뿐 아니라 신선도가 높지만 다른 업체들도 대부분 폐업하고 말았다. 비록 즉석도시락은 실패했지만, 이를 계기로 종합병원 직원식당 푸드코트, 위탁급식 등 사업 다변화에 나설 수 있었다. 실패도 많았지만 성공도 적지 않았다고 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청구도시락의 원동력이 아니었나 싶다."


봉사는 사회환원이라 생각, 활동 매진
코로나로 행사 올스톱, IMF보다 위기
직원 수 줄이지 않고 함께 이겨 낼 것
요양시설 설립, 힘든분 도움 주고싶어
마스크 공장 계획, 고용창출 힘 보탤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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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대표가 급식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권 대표는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 등 많은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까지 몸 담았거나 현재도 몸 담고 있는 단체는 어떤 곳이 있나.

"대구 남구에서 36년째 살고 있고, 사업장은 수성구에 있다 보니 대구 지역사회를 위한 노력에도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30년 전부터 지역 기관단체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각종 모임도 40여 개나 된다. 기업은 이윤이 첫째지만 봉사도 기업의 사회환원이라고 생각한다. 남구생활체육회장과 남구새마을회장, 대구생활체육회 부회장, 자유총연맹 남구지회 부회장 등을 맡았었고 지금은 봉덕2동주민자치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라이온스클럽 대구지구 총재로 활동하던 2010~2011년 캄보디아 따게오주에 우물 100개를 만들어 준 봉사는 기억에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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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대표가 배달에 앞서 도시락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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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도시락·청구푸드시스템 차량이 배달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청구도시락과 청구푸드시스템의 직원 수는 어떻게 되나.

"시급제 30명을 포함하면 모두 86명이다. 창립 당시 8명에 비하면 엄청난 규모다."

▶코로나19로 경영이 힘든 상황에서도 직원 수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들었다. 어떻게 버티고 있나.

"30년 가까이 업을 하면서 이렇게 어려운 시기는 처음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모든 행사가 올스톱되면서 한마디로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회사가 어렵다고 회사만 바라보고 있는 직원을 내보낼 수는 없었다. IMF 때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한 명의 직원도 줄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청구도시락 매출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다른 4개 사업분야에서 나온 수익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 걱정은 올해보다 내년이다. 전문가들이 올해 말까지 코로나19 여파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1~2년 더 갈 것으로 예상돼 사실 걱정이 많다."

▶그럼에도 코로나19로 대구가 힘들 때 청구도시락이 많은 역할을 했다. 어떤 도움을 주었나.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해 더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다. 16년 동안 홀몸 어르신 81명에게 매월 13·23일 도시락을 지원했는데, 2016년 지방선거와 관련해 향응제공 우려가 제기되면서 그만 둔 것은 지금도 너무 아쉽다. 지역사회에서 작은 지원이라도 요청이 오면 능력이 되는 한 최대한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 단체의 협조에 대해서는 외면을 할 수 없다."

▶앞으로의 꿈이나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30년 사업을 하면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돌파구를 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젊고 새로운 경영인을 선임해 새로운 방식의 마케팅에 나서는 것도 하나의 방안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는 지역사회에 대한 환원 차원에서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을 설립해 어렵고 힘든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이미 포항에 부지를 매입하고 건축허가까지 받아 놓은 상태다. 장기적으로 대구에도 이런 시설을 계획하고 있다."

▶끝으로 시민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면

"30년 청구도시락 사랑에 대해 감사할 따름이다.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더욱 노력하고 더불어 지역사회를 위해 베풀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마다하지 않겠다. 어렵지만 당연한 일이다. 무엇보다 지역 고용창출에도 더욱 노력하겠다. 업을 하면서 고용창출에 대한 매력을 느꼈다. 코로나19뿐 아니라 황사 등에 대비해 앞으로 마스크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마스크 공장도 준비하고 있다. 지역의 고용창출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다."

글·사진=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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