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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청년에게 매력적인 도시

20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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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석〈극작가·연출가〉

우리 도시의 청년 유출은 심각한 지경이다. 통계청의 국내 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1만2천명이 넘는 청년들이 대구를 떠났다. 전년보다 84.9%나 급증한 수이고, 2006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전국의 광역시·도 가운데에서도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청년들은 왜 대구를 떠나는 걸까. 대구시가 2018년 조사한 청년실태조사에서 그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대구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3명 중 2명은 다른 지역으로의 이주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주거지에 대한 기대와 좋은 일자리를 얻고자 하는 열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지역 분위기 때문에 대구를 떠나고 싶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청년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일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청년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내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조사는 보여주고 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우리 도시에는 참으로 훌륭한 청년 예술가들이 많다. 각 예술 장르마다 치열하게 작업을 하는 존경스러운 예술가들이 있다. 이들은 다른 예술가들과 협업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그러한 결과물을 시민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오페라와 판소리가 만나기도 하고, 미술과 무용이 만나기도 하고, 연극과 아프리칸 타악이 만나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걱정되는 지점은 우리 도시의 가장 훌륭한 청년 예술가들이 다른 도시로 유출될 것 같은 조짐이 보인다는 점이다. 아니, 사실 유출은 이미 시작되었다. 지금 글을 쓰는 필자도 계속 이 도시에 있을 것인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협업하던 다양한 젊은 예술가들의 유출이 본격화되면, 모였던 좋은 기운은 사라지고 남아 있는 예술가들은 작업에 대한 열정을 상당 부분 잃게 될 것이다.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문화를 누가 만들어낼까? 청년 예술가들이 만들어낸다. 우리 지역에 있는 창의적인 청년 예술가들이 우리 도시에 남아 지속적으로 훌륭한 결과물들을 선보일 때 대구는 청년에게 매력적인 도시가 될 것이다. 무조건 남아 있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어떻게 해야 청년 예술가들이 이 도시를 매력적으로 느끼게 될까? 요즘 필자의 가장 큰 고민이다.
손호석〈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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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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