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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안용모의 배낭 메고 중미를 가다] 쿠바 트리니다드(Trinidad)

2020-09-18

밤새 살사와 음악이 흐르는 무지갯빛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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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니다드는 1500년경 스페인 사람들이 건설한 도시로 곳곳에는 쿠바 식민지 시대의 흔적과 성당등 그 역사를 잘 간직한 매력적인 풍경들이 보존되어있다.

천장 높은 식민지풍 건물들
사진작가가 사랑하는 이곳
세계문화유산 도시로 지정

부촌·시장 위치한 마요르광장
종탑 전망대서는 시내 한눈에

마을 언덕·루프톱서 즐기는
시내 전망과 저녁노을 백미
달콤한 칵테일 칸찬차라까지

광장 위 비포장 산길 오르면
천연동굴 속 '아얄라 클럽'
새벽 3시까지 열정으로 가득


◆형형색색 일곱 색깔 무지개의 도시

산타클라라에서 트리니다드까지는 남쪽으로 106㎞ 떨어져 있으나 시외버스로 3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 의아했다. 들뜬 배낭 여행자를 실은 버스 앞 유리엔 혁명과 낭만의 나라 쿠바에 와 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체 게바라의 얼굴이 보인다. 세상에 나온 지 50년은 넘었을 것 같은 올드카가 검은 연기를 내뿜고 마차와 소들도 이따금 지나간다. 마을마다 정차하고 버스에 배달인 듯한 물건을 싣고 내리고 휴게소를 들러서 3시간이 지나서야 쿠바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트리니다드에 도착했다. 비아슬 버스터미널에 내리자 저만큼 많은 사람들이 여행자를 환영이나 하듯이 횡열로 서서 자신의 까사로 데려가기 위해 다녀간 여행자들이 써준 한글 까사 정보 안내판을 들고 따라오며 저렴하고 좋은 숙소를 어필한다. 인심 좋게 생긴 아주머니를 따라갔다. 집은 아담한 2층으로 베란다 앞에 주렁주렁 매달린 망고가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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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에 물든 골목을 음미하다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찾은 레스토랑에서 모히또와 크리스탈 맥주를 놓고 원주민이나 다른 여행자와 대화를 나누며 여행을 재충전한다.

트리니다드는 1500년경 스페인의 정복을 받았을 당시에 스페인 사람들이 건설한 도시로 쿠바 식민지 시대의 흔적과 그 역사를 잘 간직한 매력적인 풍경들이 보존되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500년이 훌쩍 넘은 도시인데 여전히 마요르광장 주변에 대문 크고 천장 높은 식민지풍의 건물이 당당한 자세로 서있다. 알록달록 예쁜 파스텔톤의 집들이 평온한 풍경을 만들면서도 밤이면 떠들썩하게 축제가 열리는 인구 7만5천명의 도시다. 옛날 사탕수수 산업이 번창할 땐 그 부를 고스란히 누렸을 곳이다. 말을 타고 다니는 풍경도 종종 보이는 트리니다드는 쿠바 섬 중부 카리브 해안의 항구 카실다 북쪽, 트리니다드 산맥의 남쪽 능선에 자리 잡고 있다.

컬러풀한 도시는 파랑 노랑 갈색 핑크 초록 등이 줄줄이 이어진 집들의 벽이 색채를 이루고 있어 사진작가들이 사랑하는 도시로 입소문이 나 있다. 이곳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파스텔톤 집들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연한 파스텔톤으로 칠해진 건물과 어우러진 세월에 반들거리는 돌길을 걸으며 트리니다드를 찾아 나섰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 19세기로 돌아간 느낌을 갖게 한다. 트리니다드에선 길거리의 음악과 밤에 빛나는 별과 종일 다녀도 신비스러운 골목길이 환상적이다. 말이나 기차로 떠나는 외곽과 카리브해를 마주한 앙콘 비치와 마차타기 등도 이곳 여행의 매력이다. 즐비한 고풍의 음식점과 분위기 좋은 카페도 넘쳐서 완전 매력 덩어리이자 아름다운 멋진 석양에 감탄하게 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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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르광장은 여행자들이 모여 낮에 계단에 앉아 꽃과 바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멀리 바다를 볼 때의 모습과는 다른 밤에는 음악이 멈추지 않는 열정과 낭만의 도시 트리니다드의 하이라이트로 여행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

◆트리니다드 여행의 중심 마요르광장(Plaza Mayor)

마요르광장은 옛날 부유했던 이들의 대문 높은 까사와 박물관, 교회 그리고 음악이 있는 주요 관광 포인트와 식당가가 밀집되어 있는 언덕에 위치하고 있다. 트리니다드에서 와이파이존이기도 한 마요르광장은 외국의 가족과 영상 통화를 하는 여행자들이 즐겁고 행복한 표정으로 고향과 만남의 시간을 갖는다.

시립 역사박물관, 중앙 종탑, 칸찬차라 바, 수공예품 시장 그리고 살사가 가득한 '까사 데 라 뮤지카(Casa de La Musica)'가 열리는 무지개다리까지 만나볼 수 있다. 아름다운 골목길의 화려한 색감이 시선을 사로잡아 트리니다드의 모든 길은 마요르 광장으로 통한다고 한 것 같다. 먼저 혁명역사박물관을 찾아 종탑 전망대에 오르니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주황색의 지붕을 한 낮은 집들이 평화롭고 아름답다. 광장 주변의 골목은 낮이면 기념품 시장으로 채워진다. 쿠바 여성들이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기운 손수건과 테이블보가 트리니다드 특산물이다. 현지인과 흥정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돌로 포장한 시내를 다니다보면 말 발굽소리가 마치 음악처럼 들리고 시간을 거슬러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트리니다드의 또 하나의 볼거리는 선셋이다. 마요르 광장 주변 언덕의 레스토랑 루프톱에 자리를 잡고 석양을 기다리자 황홀한 석양에 반하게 된다. 모히또와 크리스탈 맥주를 곁들이면 더 좋다. 또다른 멋진 시내 전망과 석양을 즐기려면 마을 뒤의 언덕을 올라가서 도시 풍광과 그 너머로 펼쳐지는 일몰에 감동하는 시간을 놓치지 말자. 쿠바에 와서 노을 질 때의 하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닫고 가는 것 같다. 하늘을 보고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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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연주가 늦은 밤까지 이어지고 여행자들과 현지인 할 것 없이 자연스레 섞여 살사 본능에 몸을 맡기는 트리니다의 밤은 전 세계인이 하나가 되어 춤을 즐기는 듯하다.

◆살사의 본고장 트리니다드의 마법 같은 밤

트리니다드의 밤은 갈 곳이 많아서 좋다. '까사 데 라 뮤지카'에서 춤과 공연을 볼 수도 있고 작은 바에서 은은하게 들리는 음악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도 좋다. 매일 밤 파티가 열리는 이곳이 여행자들의 핫 플레이스다. 그 외에도 수준 높은 라이브 재즈 클럽,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카바레 공연, 18세기 건물들 사이에서 즐기는 플라멩코 공연, 쿠바의 최고 춤꾼들이 보여주는 정통 살사 댄스 등이 밤을 더욱 황홀하게 만들어준다.

어둠이 내려앉은 마요르광장에 들어서니 쿠바음악 '손'과 레게톤이 들려온다. 광장 인근 카페 '까사 데 라 뮤지카'의 밴드 연주가 늦은 밤까지 이어진다. 무대 근처에 젊은 남녀들은 현지인이나 관광객 할 것 없이 자연스레 섞여 살사 본능에 몸을 맡기는 듯하다. 트리니다의 밤은 전 세계인이 하나가 되어 춤을 즐긴다. 이곳은 밤이면 이 도시의 여행자들이 다 모이는, 모여야만 하는 곳이다. 살사를 신나게 추고 밤바람에 모히또를 마시며 여행의 여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 밤에는 음악이 멈추지 않는 열정과 낭만의 도시 트리니다드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다. 밤엔 꼭 여기서 살사를 즐겨보자. 막춤이면 어떠냐! 그냥 즐기면 된다. 지독한 몸치라도 이곳에서는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들려오는 리듬에 몸을 맡기면 된다. 쿠바 음악에 귀가 행복했고 그들과 어울려 서투른 몸치의 살사를 추어도 즐거웠다. 트리니다드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칸찬차라(Canchanchara)는 작은 항아리에 사탕수수 즙과 꿀, 럼, 레몬 등을 넣어 만든 달달하면서도 강한 맛을 내는 트리니다드식 칵테일이다. 꿀의 단맛을 만난 알코올이 혀끝을 감싼다. 트리니다드를 상징하는 노란색의 벽, 흥을 돋우는 밴드, 맛있는 술, 이 삼박자가 어우러진 자유로운 분위기의 공간에서 잠시나마 밤의 오아시스를 맛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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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천지 어느 클럽이 산언덕 동굴에 있는지 진풍경이 펼쳐진 참 독특한 천연동굴 입구에는 클럽 아얄라(Club Ayala)라고 깜찍하게 적혀있다.

◆천연동굴속 아얄라 디스코클럽(Club Ayala)

까사 데 라 뮤지카 공연이 끝나는 밤 12시쯤에는 핫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천연동굴속 아얄라 클럽을 찾아 나섰다. 마요르광장 위쪽으로 비포장의 경사진 산길을 오른다. 어두운 자갈산길을 짧은 치마를 입고 하이힐을 신은 아가씨들이 오르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가로등도 없고 산속의 언덕에 있는 동굴은 지도에도 표시가 없는 곳이다. 잘못 찾아온 줄 알고 돌아가는 여행자들도 있단다.

클럽입구인 휑한 산언덕의 작은 철문을 들어서면 계산대가 있고, 입장료는 음료 한잔을 포함해 5쿡(6천원)이다. 밤 11시에 오픈하여 다음날 새벽 3시에 문을 닫는다. 들어가니 꽤 많은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 지하 3층 정도의 깊이로 생각보다 동굴이 엄청나게 깊고 내부가 넓다. 이렇게 큰 천연 지하동굴에 디스코클럽을 운영하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동굴클럽을 돌아보며 종유석과 주변을 만져보고 진짜 천연동굴을 확인하고 또 한번 놀랐다.

화장실과 스테이지가 내부의 다른 동굴로 구분된 넓은 공간에 입이 딱 벌어진다. 화장실을 갈 때에는 종유석에 머리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스테이지 천장에는 가끔 물방울이 떨어져서 이게 땀인지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천연동굴의 모습이다. 이곳 동굴 스테이지에서도 밤마다 생동감이 넘치는 춤판이 벌어진다. 동굴 안이라 엄청 습하고 덥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생각보다 시원하고 쾌적하다.

댄스플로어 쪽으로 들어가니 천장도 많이 높고 넓은 클럽인데다가 생각보다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선다. 시간이 무르익자 동굴 안에 트리니나드 여행자 모두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진짜 동굴에서 춤을 추다보면 동굴이란 느낌도 잊어버리게 된다. 혹시 이러다 무너지면 모두 매몰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다른 곳보다 조명이 어두워서, 아니 동굴 안이라서 무작정 막춤으로 흔들어대기가 좋아서 몸치인 나도 마음껏 흥을 돋우었다. 이곳에 온 여행자 모두가 하나가 되어 춤을 춘다. 어느새 새벽 3시가 다가온 것도 잊은 채 천연동굴의 클럽은 여행자들의 환희로 넘친다.

안용모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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