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00917010002439

영남일보TV

외면 받던 '여성 서사' 한국영화산업 중심에 서다

2020-09-19

비주류 관념 깨고 흥행 연타…점차 상업영화로 외연 확장

여성 서사가 한국 영화산업의 중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82년생 김지영' '벌새' 등 여성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간 영화들이 흥행과 비평 면에서 좋은 결과를 나타냈듯, 올해 역시 새로운 형태의 여성 서사들이 다양성 측면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덕분에 여성 이야기가 지배적인 서사로 자리 잡은 한국 독립·예술영화의 경향성은 그대로 유지되는 가운데, 차츰 상업영화로 외연을 확장해 나가는 모양새다. 그 중심에 섬세한 관찰력과 심리 묘사로 관객과의 소통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여성 감독들이 있다.

작년 흥행 톱 10 중 4개가 女감독 연출
올해도 '남매의 여름밤' 등 관객 호응
섬세한 관찰과 심리묘사로 대중 공감
세계 영화제 석권 예술적 성장도 이뤄

"미투·페미니즘 관심이 영화판 흔들어
작품 수 급증 속 장르 다양성 확대 주목"


2020091701000619100024391
남매의 여름밤

◆해외에서 주목 받고 상업적 성취까지 이루다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이 지난 12일 폐막한 제19회 뉴욕아시안영화제 최우수 장편 영화상을 수상했다. 뉴욕아시안영화제 최우수 장편 영화상은 새롭고 아직 발굴되지 않은 작품을 찾아내 수여하는 상으로 2018년 전고운 감독이 '소공녀'로 수상한 바 있다. 심사위원들은 "윤단비 감독이 아름답고, 생활감 넘치며, 진정성 있는 디테일과 함께 능수능란한 통제력을 선보였다"며 "분명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할 것"이라는 심사평을 남겼다.

시장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지난달 20일 개봉한 '남매의 여름밤'은 9월16일 기준으로 1만6천751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최근 몇 해 독립·예술영화 흥행 지표를 본다면 눈에 띌 정도의 성적은 아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속에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나름 의미 있는 결과로 볼 수 있다.

2020091701000619100024392
프랑스 여자
결백
결백

'남매의 여름밤' 이전에도 다수의 여성 서사가 극장을 채워 나갔다. 라미란 주연의 '정직한 후보'와 신혜선·배종옥 주연의 '결백'이 각각 153만 명과 88만 명을 동원한 것을 필두로, 독립·예술영화인 이주영 주연의 '야구소녀'와 강말금 주연의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코로나19로 영화시장이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도 각각 3만 명과 2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이밖에도 송지인 주연의 '성혜의 나라', 조민수·김은영 주연의 '초미의 관심사', 김호정 주연의 '프랑스여자' 등이 호평을 받았다. 개봉을 앞둔 신민아·이유영 주연의 '디바'는 여성 제작진들의 의기투합으로 오래전부터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벌새1
벌새

◆남성 중심에서 여성 서사로

한국영화에서 여성 감독, 그리고 여성 중심 서사가 크게 증가한 건 2018년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8년 결산자료에 따르면 총 77편의 상업영화 중 여성감독 영화가 10편(13%), 여성 주연 영화가 24편(31.2%)을 기록해 지난 5년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 여성 감독 영화의 평균 관객수(59만 명)와 여성 주연 영화의 평균 관객수(57만 명) 역시 전년 대비 각각 28.8%, 41.4% 증가했다.

그런가 하면 2019년은 독립·예술영화에서 여성 중심 서사가 폭발적인 반응을 나타낸 해이다. 대표적으로 김보라 감독의 장편 데뷔작 '벌새'가 전 세계 영화제를 휩쓸며 화제의 중심에 선 것은 물론 국내에서도 14만4천255명의 관객 수를 기록해 독립·예술영화로는 크게 흥행에 성공했다.

같은 시기 고아성·김새벽 주연의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116만여 명을 모아 독립·예술영화 흥행 1위에 자리했고, 김희애 주연의 '윤희에게', 윤가은 감독의 '우리집', 이옥섭 감독의 '메기', 한가람 감독의 '아워 바디' 등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 주인공이 스크린에 등장해 관객은 물론 평단의 고른 지지를 받았다. 물론 상업영화에서 이룬 결실도 눈부시다. 김도영 감독의 '82년생 김지영'은 36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2019년 한국영화 흥행 순위 6위에 올랐고, 박누리 감독의 '돈'은 339만 명으로 7위, 김한결 감독의 '가장 보통의 연애'는 292만 명으로 9위를 차지했다. 2019년 한국영화 흥행 순위 10위권 중 4편이 여성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었다.

2020091701000619100024395
82년생 김지영

◆한국영화 다양성 확대해야

한국영화에서 여성이 감독하거나 주연한 영화의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영화 산업 전체를 두고 보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은 크고 높기만 하다. 그 점에서 2019년이 특별했던 건 여성 서사를 원하는 관객이 다수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한 해이자, 여성 감독이 연출한 상업영화의 흥행 가능성을 확인한 해이기 때문이다. 여성 서사가 그 자체로 한국영화 다양성에 보탬이 됨은 물론 그 안에서도 더 많은 갈래의 다양성을 담보하고 있음을 입증한 해라고도 할 수 있다.

여성 영화가 보다 다양한 결을 가질 수 있으려면 여성 감독과 여성 주연작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편수가 늘면 자연스레 장르 다양성이 확대되고, 서사의 줄기도 여러 방향으로 넓어질 수 있다. 김광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여성 서사가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이를 지지하는 여성 관객의 힘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며 "2017년부터 본격화된 영화계 내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한국 상업영화와 독립·예술영화 시장을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았고, 이는 대중문화 주요 소비층인 20~30대 여성이 드디어 자신들의 이야기에 더 큰 공감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윤용섭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