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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영화] 공포분자…1980년대 도시인이 타인에게 주는 상처

2020-09-18

공포분자

1970년대 대만 영화는 20년 넘게 이어진 계엄령과 가파른 경제성장이 맞물리면서 팝콘용 오락영화가 주류를 이뤘다. 이런 가벼움과 단순함에 차츰 지쳐갈 무렵 해외 유학파 감독들이 하나둘 귀국하게 된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변화의 움직임이 싹트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대만의 사회현실을 비판하거나 자신들의 진짜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바로 '대만 뉴웨이브'의 태동이다. '공포분자'는 대만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하나인 에드워드 양의 1986년 작품으로 앞서 개봉한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타이페이 스토리'에 이어 그의 '타이페이 3부작' 트릴로지를 완성하는 마지막 영화다.


'대만 뉴웨이브' 대표 에드워드 양의 '3부작' 완성
고독·불안·붕괴된 삶…빛·어둠 활용 미학적 그려

동네 불량배들과 어울리던 한 소녀(왕안)가 경찰 수사를 피해 도망가다 발코니에서 떨어져 다리를 다친다. 사진 찍기가 취미인 부잣집 소년이 우연히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리고 소년은 사진 속 소녀에게 점점 매료된다. 이후 병원에서 부상을 치료 중이던 소녀는 엄마에게 잡혀 집 안에 갇힌다. 소녀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무작위로 장난전화를 걸게 되고, 마침 의사 남편과의 결혼 생활에 권태기를 느끼고 있던 여성 작가 주울분(무건인)이 그녀의 전화를 받는다. 소녀의 장난 전화에 각성한 주울분은 남편을 떠나 소설을 완성하기로 한다. 그런 아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지만 남편 이립중(이립군)의 모든 관심은 자신의 과장 승진에 맞춰져 있다.

'공포분자'는 같은 도시 속에 살아가는 이방인들이 의도치 않게 타인에게 상처를 남기는 비극의 드라마다.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야기와 등장인물들의 관계 변화에 따라 서사의 방향성이 바뀌는 독특한 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사건과 우연의 연속적인 충돌에 의해 이들의 현재는 수시로 교차되고, 제각기 다른 하나의 사건으로 절묘하게 중첩된다. 흥미로운 건 과거와 현재가 수시로 충돌하고,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하기 모호한 상황을 무심코 따라가다보면 에드워드 양의 냉정한 시선과 비련한 태도가 유독 돋보이는 쓸쓸한 도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속에 급격하게 성장한 대만의 낯선 풍경과 개인의 비극이 녹아 있다.

현대 도시인들의 고독과 불안, 붕괴된 삶을 다룬 '공포분자'는 에드워드 양 감독 특유의 미학적 성취도 느껴볼 수 있다. 빛과 어둠을 활용한 독창적이고 디테일한 화면은 물론 그만의 화법으로 담겨진 이야기와 형태, 구성은 형식주의자로서 에드워드 양의 완벽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1987년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은표범상을 수상했다.(장르:드라마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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