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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효현(사회적협동조합 사람과 사람 이사장)...근로기준법 적용 가능할까

2020-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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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현(사회적협동조합 사람과 사람 이사장)

장애인활동지원사업에 근로기준법 적용이 가능한가. 이 명제가 가능하다면 장애인 당사자의 선택·통제권은 어떻게 되는가.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은 2007년 보건복지부의 시범사업을 거쳐 2011년 '장애인활동지원법' 제정과 함께 법제화되면서 그 취지에 대한 내용도 정의됐다. 이 사업은 장애 당사자의 삶에서 다양한 영역으로 그들이 비장애인들과 더불어 동등하게 활동하고 참여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을 조성하는 서비스다. 또한 장애인 자신이 서비스에 대한 선택권과 통제권을 가진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현재, 사업 취지와 본질이 퇴색되면서 장애인 당사자의 당위성이 흔들리고 있다. 가장 큰 계기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의 근로기준법 적용이다. 종전 장애인활동지원사는 근로기준법상의 주 52시간 적용제외 업종이었으나 2018년부터 사회복지서비스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활동지원사도 주52시간 근무제에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현장에서 당면한 어려움의 일례를 살펴보자. 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은 장애 정도에 따라 월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 시간이 정해져 있다. 가령 월 230시간 서비스 받는 장애인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활동지원사가 월 208시간 이상 근무할 수 없어 22시간을 두고 또 다른 활동지원사를 구해야 한다. 22시간을 현금화했을 때 20만원 정도의 급여다. 이 급여로 근무에 나설 활동지원사가 없어 결국 장애인 당사자는 22시간의 서비스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당사자에게 선택권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운 좋게 22시간 근무할 활동지원사를 구했다고 가정 하자. 장애인 당사자와 활동지원사는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는 관계다. 자신의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과 장애인의 가정환경, 가족사, 심지어 목욕과 대·소변까지 맡겨야 하는 입장에서 다수의 타인에게 자신의 전부를 노출해야 하는 상황에 당사자에게 통제권이 있기나 한 걸까. 이쯤되면 장애인 당사자의 선택권과 통제권은 없다고 본다.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은 제공 인력의 일자리 창출사업이 아니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활동지원사들을 위한다는 그 근로기준법이 그들에게도 울며 겨자 먹기가 돼 버렸다. 생계를 위해 시작한 활동보조 일이 주 52시간 적용으로 최대 급여가 190만원대로 하향되었기 때문이다. 190만원대 급여로 부양하는 가족까지 있다면, 활동지원사의 직업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또한 휴게 시간 적용으로 현장에서는 활동지원사들이 9시간의 일을 하고 8시간의 임금을 받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들을 위한다는 근로기준법 적용이 정말 그들을 위하는 것일까.

현장의 실정이 고려되지 않은 획일적인 법 적용으로 사회적 보호를 받아야 할 이들이 오히려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 새로운 국가 정책이 주는 영향은 사회에서 가장 약한 이들에게 먼저 파급되는 듯하며, 약한 이들의 목소리는 가장 늦게 전달되는 현실에 필자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힘이 약한 이들의 작은 목소리는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들여다보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다. 제발 약한 이들이 먼저 피해 보지 않는 사회가 구현되길 소망하며, 하루속히 장애인활동지원사업에 따른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장애인들이 정당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명시화돼야 하겠다.

김효현(사회적협동조합 사람과 사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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