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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고수와 하수

2020-09-28

자본주의 사회에서 구성원들이 생활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다들 직장을 원하고 일 한 대가로 돈이라는 재화를 받아 사용한다. 돈이 많으면 좋은 집과 고급 음식 등 훨씬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다. 고수익을 추구하는 이유다. 그러나 무작정 많은 돈을 벌려고 무리하다가 난치병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 그 중병 치료에 번 돈을 다 날리고 고생한다면 이는 어리석은 짓이다. 인생에서 '하수'가 하는 행동이라는 말이다. 눈앞의 이익에 함몰돼 법을 어기면서 돈을 벌다가 범법자가 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요식업자가 이윤 증대를 위해 나쁜 식재료를 사용해 음식을 만들면 얼마 못 가서 들통이 날 것이다. 반대로 좋은 식재료를 꾸준히 사용하면 언젠가는 인정을 받아 수익 증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수는 상황이 힘들어지면 곧바로 포기를 한다. 그러나 고수는 어려울 때 한 판 쉬어가는 여유를 보인다. 고수와 하수는 이처럼 처신이 다르다.

흔히들 고수와 하수의 차이는 '통찰력 차이'라는 말을 한다. 축구 경기를 예로 들어 보자. 하수는 열심히 공만 따라 다니는데도 공 한번 제대로 차기 어렵다. 반면, 고수는 공이 어디로 갈지 혹은 어디로 올지 길을 알고 그 길목에서 기다린다. 물론 킥 구사 능력, 즉 기술에서도 차이가 있다. 멀리 내다보는 능력을 많이 갖추면 고수, 바로 앞만 보면 하수다. 바둑에서도 고수는 미리 몇 수를 더 내다보고 알을 놓는다고 하지 않는가. 고수는 선천적으로 타고 나기도 한다. 하지만 고수의 길은 험난하다. 선천적 재능이 없다면 무엇보다 수고를 많이 하는 수밖에 없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동반하는 수고가 누적되면 고수가 되는 것이다. 마치 인연이 반복돼 연인이 되듯이.

진정한 고수는 실력을 갖췄으면서도 자랑하지도 않고 낮은 자세로 봉사하는 사람이다. 테니스장에 이런 멋진 고수들이 더러 있다. 일찍 나와 구장을 정리하고 라인까지 그으면서 전혀 내색을 않는다. 그런 후 하수들의 난타 파트너를 맡는다. 당연히 존경을 받는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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