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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새로운 생존 패러다임 With 코로나 .1] K-방역의 핵심 D-방역 (상)

2020-10-12

세계의 롤모델 'K-방역' 성공 일궈낸 대구경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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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발생 이후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달라졌을 뿐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더 달라질지 아무도 모르는, 오늘을 견뎌내야 하는 상황이다. 전 세계가 같은 상황이지만 대구는 조금 달랐다.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2월18일 이후 10월12일 현재까지 238일이 지났다. 1년의 70%도 안 되는 기간 대구는 '위기와 함께 찾아온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동안 수도권 등 여타 지역에 가려졌던 대구는 코로나19 1차 대유행의 위기를 이겨낸 경험으로 다가올 새로운 세상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냈다.

지난 2월 신천지 집단감염의 포문이 터진 당시 대구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가 국내에 창궐하게 만든 미운 오리새끼'였다. 동시에 이 '바이러스와 맞서야 하는 인기 없는 주연 배우' 자리에 강제로 앉혀지다시피 했다. 그러나 불과 7개월여가 지난 지금은 가장 모범적인 방역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도시로 평가받고 있다.

대구는 첫 확진자 발생 이후 2월27일에는 340명, 29일에는 하루에만 741명이 늘어났다. 그렇게 한달간 누적 확진자는 6천144명을 기록했다. 2차 대유행 시기인 지난 8월15일부터 30일간 수도권(서울·경기·인천) 누적 확진자 5천379명보다 많다. 거기다 수도권 인구(2천601만명)가 대구(242만명)의 10배가 넘는 점을 고려하면 대구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다. 대구 한 도시에 수도권의 10배가 넘는 확진자가 넘쳐났지만, 138일 만인 7월4일 지역감염 '0명'을 기록한 뒤 수도권 2차 대유행 전인 8월15일까지 43일간 '코로나19 청정지역'을 유지했다.

이 성과의 가장 큰 지분은 대구시민이다. 지역 봉쇄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 스스로 문을 걸어 잠갔다. 어려움을 '비대면' 연대 의식으로 함께 이겨내며 '국채보상 DNA'로 코로나19와의 1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경험을 쌓았다. 이제 이 경험을 큰 기회로 활용할 때다.

◆D방역이 K방역의 핵심인 이유

'K(Korea)방역'의 핵심에는 1차 대유행 당시 국내 전역으로 퍼질 수 있는 코로나19를 막아낸 'D(Daegu)방역'이 있다. 대구에서 탄생한 획기적인 방역 관련 정책들은 성과를 냈고, 이제는 국내를 넘어 전 세계 표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월18일 이후 꼭 한 달 만인 3월18일 0시 기준 대구 누적 확진자는 6천144명. 2월29일엔 하루 추가 확진자만 741명이나 됐다. 8월15일 전국적으로 일어난 2차 대유행 이후 최다 확진자 441명(8월27일)보다 300명 많은 확진자가 대구에서 발생한 것이다.

아비규환이 펼쳐졌다. 매일 생겨나는 수백명의 확진자를 모두 수용할 만한 의료시설이 부족해 입원 대기 줄은 길어졌다. 병동에 중환자만 선별해 받을 방법이 없는 의료진의 고민도 커져만 갔다.


드라이브 스루 검진 최초 도입
확진자 폭증에 중증-경증 분리
생활치료센터 아이디어 발상지
디지털 방역도 정부보다 앞서

D-방역 완성 원동력은 시민의식
자발적 고강도 격리·거리두기로
의료 붕괴·대유행 고리 끊어내



대구시 관계자는 "메르스 당시 경험 등으로 첫 확진 환자 발생 시점에는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학조사 결과 신천지 교인 집단감염을 확인한 후부터는 불안감이 증가했고, 이는 현실이 됐다. 신천지 교인 9천336명 전수조사 결과 유증상자(1천261명) 중 90% 이상이 양성 결과가 나왔고, 이후 폭발적인 확진이 이어졌다. 선별검사와 역학조사가 한계에 치닫는 상황까지 일어났다"고 밝혔다.

병실 확보가 절박한 시점에 대구만의 방역(D방역) 모델이 최초 등장했다.

확진자 중 중증환자는 입원시키고, 경증환자는 생활치료센터에 수용하는 방식으로 입원 의료 체계를 바꿔놓자는 것이다. 대구시와 지역 의료계는 정부에 중증환자와 경증환자의 분리 치료 필요성을 제기해 지침 개정을 이끌어냈다. 이 덕분에 2월29일부터 입원 대기자 중증도 평가와 환자 분류 체계를 가동하고, 3월2일 대구 동구 중앙교육연수원에 세계 최초로 생활치료센터가 문을 열었다. 지난 4월30일 운영 종료되기까지 대구 15곳 생활치료센터에는 3천25명의 경증 환자가 입소해 2천957명이 완치돼 퇴소했다. 경북 지역 내 8개 시설에 조성된 생활치료시설에서도 1천348명의 대구 확진자가 치료를 받았다.

2월23일엔 세계 첫 드라이브스루 방식의 선별 진료소가 대구 칠곡경북대병원에서 시작됐다. 차 안에서 창문을 열어 접수부터 검체까지 원스톱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칠곡경북대병원 이후 26일 영남대병원, 세종시와 고양시보건소에서도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가 만들어졌다.

소위 디지털 방역도 정부에 앞서 대구가 먼저 도입했다. 정부가 유흥주점 등 8개 고위험시설에 전자출입명부(QR코드) 적용을 의무화하기 3주 앞서 대구시는 시청과 공공시설, 이월드 등에 시범 도입했다.

이렇게 대구에서 시작된 대한민국의 코로나19 대응 정책을 정부는 전 세계 표준으로 만드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K방역 3T(Test-Trace-Treat) 국제표준화 추진전략'(로드맵)을 발표했다. 'K방역 3T 국제표준화'는 과정별로 즉시 표준화가 가능한 분야부터 우선 제안하고, 표준안 개발에 연구가 필요한 분야는 2022년 상반기까지 순차적으로 제안할 예정이다. 여기에 즉시 표준화가 가능한 분야의 핵심은 △자동차 이동형(Drive Thru) △도보 이동형(Walk Thru) △선별진료소 운영 절차 △생활치료센터 운영 표준모형 △모바일 자가진단 앱(App) 요구사항 등이다.

K방역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 중 자동차 이동형 검사는 대구에서 처음으로 도입해 현재의 모델로 완성했고, 도보 이동형은 자동차 이동형 검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또 생활치료센터 운영도 확진자가 폭증한 대구에서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에 제안해 이뤄진 것이다. 모바일 자가진단 앱의 경우 정부가 먼저 나서 개발한 것이지만, 대구에서 처음 적용해 각종 문제점을 확인해 현재 상태로 발전했다.

정부가 전 세계의 표준모델로 만들려는 K방역의 핵심이 'D방역'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들이다. 대구가 처음 만들어 냈거나 실증단지 역할을 해낸 셈이다.

◆D방역을 성공으로 이끈 대구 시민의식

깨어있는 시민 정신은 위기를 돌파하는 데 큰 원동력이 됐다. '대구시민=D방역의 핵심'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대구시가 3월28일까지 방역 역량을 집중하고 시민 이동을 최소화해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극복하자는 취지의 '328 대구 운동'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 운동에 앞서 대구시민은 자발적 격리와 철저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43일(7월4일~8월15일) 간 지역감염 '0명'이란 결과가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이 결과는 시민 모두가 방역 주체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나선 결과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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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부 서민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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