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01016010001886

영남일보TV

[금주의 영화] 소리도 없이...생존 위한 명분, 범죄조직 청소부 이야기

2020-10-16

조직 하청받고 시체 수습하며 살아가는 두 남자
유괴된 소녀 억지로 떠맡게 되지만 유괴범 신세

2020101601000483200018861

"나에게 주어진 일에 감사해야지. 허튼 데 관심을 가지면 큰 사달이 난다. 자기 전에 기도 테이프는 꼭 듣고." 범죄 조직의 하청을 받고 시체 수습을 하며 살아가는 태인(유아인)과 창복(유재명). 어떤 이유에서인지 도통 말을 하지 않는 태인에게 아버지 같고 형 같은 존재인 창복은 늘 노파심 어린 충고와 당부를 잊지 않는다. 먹고 살기 위해 시작했던 범죄 조직의 청소부 일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지만 태인과 창복은 누구보다 근면 성실히 살아간다. 어느 날 단골이었던 범죄 조직의 실장 용석에게 부탁을 받고 유괴된 11세 소녀 초희(문승아)를 억지로 떠맡게 된 두 사람. 그런데 다음 날 다시 아이를 돌려주려던 용석이 시체로 나타나고, 두 사람은 계획에도 없던 유괴범 신세가 된다.

'소리도 없이'는 '청소 대상이 늘 시체인 범죄 조직의 청소부'라는 독특한 설정의 이야기를 지극히 가볍고 일상적으로 풀어간다. "끔찍한 사건에 집중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을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사회의 관계와 태도에 집중하는 이야기"라는 홍의정 감독의 말처럼 범죄 소재와 대비되는 아이러니함을 통해 B급 감성의 장르적 성취는 물론, 영화에 대한 메시지를 흥미로운 방식으로 전달한다.

영화가 천착하고 있는 건 의도치 않게 유괴범이 된 두 사람의 이후 행보다. 그간 태인과 창복은 자신들이 처한 생존 조건에서 객관적인 도덕적 기준보다 그들 나름의 기준으로 성실한 일상을 살아내고, 또 그 조건에 맞춰 변화를 꾀해왔다. "세상 떠나신 분들의 머리는 북쪽을 향해야 한다"거나, 업무 전 반드시 기도를 하는 등 자신들은 극악무도한 인물이 아니라 생계를 위해 나쁜 일을 하는 착한 사람일 뿐이라고 자위한다. 관객 역시 악의가 없어 보이는 이들에게 연민을 느낀다.

선악의 판단을 한동안 유보했던 영화는 초희의 등장과 함께 변곡점을 맞는다. 초희는 낯선 장소에 끌려온 두려운 상황임에도 자신의 안전을 위해 보여준 침착한 행동으로 태인과 창복을 난처한 상황에 빠뜨린다. 당연한 말이지만 생존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범죄에 협조하며 살아가는 두 사람에게 면죄부를 줄 수 없다. 영화는 그 과정에서 아주 극적이거나 드라마틱하지 않지만 묘한 흥분을 불러일으키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극 중 캐릭터와 완벽한 매칭을 보여준 배우들의 존재감이 유독 빛난다. 러닝 타임 내내 대사 한마디 없이 섬세한 눈빛과 세밀한 몸짓으로 모든 감정을 표현한 유아인의 흡입력 있는 연기와 그와 절묘한 합을 이룬 유재명의 탄탄한 연기 내공은 군더더기가 없다. 초희의 복합적인 감정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아역 문승아도 발군이다. (장르:범죄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yeongnam/public_html/mobile/view.php on line 399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