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01021010002480

영남일보TV

[우리말과 한국문학]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

2020-10-22

장애인 반대말 일반인 아냐
'벙어리' 누군가에겐 모욕적
무심코 사용하는 언어 표현
누군가에겐 상처 될 수 있어
비하·차별 않는지 주의해야

2020102101000631100024801
김수정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BK사업단 연구교수

필자가 즐겨보는 모 TV프로그램에 코로나19 재난브리핑에서 수어 통역을 하고 있는 수어 통역사 한 분이 출연했다. 수어 통역의 필요성과 편견 등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중 농인들에게 조심해야 하는 말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우리는 일상에서 '벙어리' '귀머거리'와 같은 표현을 무의식 중에 사용하고 있는데, 농인들 입장에서는 엄청난 모욕감을 느낀다고 했다. 한국 사람이나 동양인을 비하하는 표현·제스처 등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크게 분노하지만, '벙어리' '귀머거리'와 같은 표현은 그러한 인식 없이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다는 것이다. 무심코 사용하는 언어가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일상생활에서 무의식 중에 사용하는 말이 화살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장애를 지닌 사람을 부르는 공식적인 명칭은 '장애인'이다. 그렇다면 장애를 지니지 않은 사람을 부르는 적절한 명칭은 무엇일까.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도 동일한 질문을 한 적이 있는데, '일반인' 또는 '정상인'이라고 대답한 학생들이 꽤나 많았다. '일반인' '정상인'이라고 대답한 학생들은 그러한 표현이 '장애인'을 차별하는 언어 표현일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악의적으로 그러한 표현을 쓴다기보다는 어떠한 측면에서 부적절한 표현인지를 모르는 것이다. 장애를 지니지 않은 사람을 '일반인' '정상인'으로 부른다면 '장애인'은 일반적이지 않은,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비장애인'이라는 용어가 적절하다. 이러한 설명을 들으면 학생들은 그동안 자신이 무의식 중에 썼던 표현이 의도치 않게 누군가를 비하하고 차별하는 말이었음을 깨닫고 놀라곤 한다.

비단 학생들만의 일은 아니다. 필자는 모 대학교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다문화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다. 그중 한 프로그램은 다문화가정의 학생이 중심이되 다문화가정이 아닌 학생도 함께 참가할 수 있었다. 학생 선발을 위한 안내문을 작성하면서 필자는 무심코 "'다문화가정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가정 학생'도 지원 가능합니다"라는 문구를 썼다. 다행히 공식적으로 안내문이 배포되기 전에 '일반가정 학생'이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깨닫고 급하게 '비다문화가정 학생'으로 표현을 수정했던 기억이 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요즈음 학교에서는 다문화와 관련해 어떤 명칭이 사용되고 있을까. 교육부에 문의한 결과 다문화가정이 아닌 경우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비다문화가정'이 사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사용을 지양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부득이한 경우 '비다문화가정'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러한 표현 자체가 다문화가정과 다문화가정이 아닌 경우를 구분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사용을 지양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미처 이러한 부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필자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한 번 더 생각하고 신중하게 언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많은 언어 표현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한 언어 표현들을 사용하고 "잘 몰라서, 미처 생각하지 못해서"라고 하는 것은 면죄부가 될 수 없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 표현이 누군가를 비하하고 차별하고 있지는 않은지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수정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BK사업단 연구교수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yeongnam/public_html/mobile/view.php on line 399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