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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타워] 대구시민 모두가 행복한 페이

202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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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수 경제부장

"수수료가 없다는데 대구행복페이로 결제해도 될까요?" "신용카드인데 왜 수수료가 없겠어요. 똑 같은 신용카드일 뿐입니다."

지난달 대구은행에서 대구행복페이 가입 신청을 하고 카드를 발급받은 뒤 휴대폰에서 'IM뱅크'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그날 저녁 집 앞 가게에서 캔맥주 2개를 사고 대구행복페이 카드를 내밀면서 가게 주인과 나눈 대화다.

신용카드 수수료 때문에 동네 가게에서는 가능하면 현금 결제를 하려고 노력한다. 대구행복페이를 신청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유가 하나 더 있다면 10%의 할인율이다. 할인까지 받으면서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일석이조(一石二鳥)'가 아닌 '금상첨화(錦上添花)'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며칠 뒤 인감증명서 등이 필요해 회사 인근 행정복지센터(옛 동사무소)를 찾아 몇 개의 증명서를 발급 받은 뒤 수수료를 계산하기 위해 당당하게 대구행복페이를 제시했다. 그런데 행정복지센터 직원에게 돌아온 말은 "대구행복페이는 안 됩니다"였다. 대구행복페이는 지역 소상공인을 위한 것으로, 관공서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아 "대구행복페이가 대구지역화폐 아닌가요? 지역화폐가 지역에서 사용되지 않는다는 건 좀 문제가 있지 않나요"라고 반문했다.

대구시 대구행복페이 담당 직원을 통해 확인한 결과, 지역화폐는 대구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관공서에서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소비 진작을 위해 발행한 화폐이기 때문에 공공기관 사용에선 제외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신용카드 수수료 문제에 대해선 연매출 10억원 이하 매장에서 결제된 대구행복페이 수수료는 모두 상품권으로 지원해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네 가게 등에서 대구행복페이를 꺼리는 것은 수수료보다는 소득신고 때 매출이 잡히는 걸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우려와 달리 소상공인들에게 대구행복페이 결제 수수료가 지원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대구시는 대구행복페이 발행 첫 달인 6월에 8천340만원, 7월엔 3억5천400만원의 결제 수수료를 상품권으로 소상공인들에게 환급해 주었다고 밝혔다.

아이러니한 것은 전통시장 상인을 비롯한 지역 소상공인들을 위한 대구행복페이가 정작 대상인 상인과 소상공인들에게 외면 받는 현실이다.

6월 초부터 발행되기 시작해 지난 6일 전액 소진된 대구행복페이는 올해 연간 목표가 3천억원이었지만 4개월 만에 동이 났다. 대구시는 시민들의 호응에 힘입어 내년엔 무려 1조원 규모의 대구행복페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역화폐에 대한 대구시민들의 사랑이 넘쳐난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아쉬운 점도 적지않다. 10%라는 높은 할인율이 목표액 조기 소진으로 이어지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정작 서민들보다는 중산층 이상에서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매월 50만원씩 연간 600만원까지 사용할 수 있는 대구행복페이는 선불신용카드로, 이 또한 부익부빈익빈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상공인과 서민을 위한 지역화폐가 소상공인에겐 꺼림의 대상이,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이 되는 불편한 진실을 해소하기 위한 솔로몬의 지혜를 대구시에 기대해 본다.
임성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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