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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칼럼] 검찰 독립? 중립성이 먼저다

202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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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

옵티무스(Optimus). '가장 좋은'이란 뜻의 라틴어다. 뜻과 달리 이게 공포의 저승사자로 둔갑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기 사건 얘기다. 청와대는 물론이고 정치인·장관·언론인, 내로라하는 대기업과 검찰까지 단단히 코 꿰었다. 두 차례나 '옥중 입장문'을 낸 김봉현. 그의 명부(名簿)에 이름 올리는 즉시 명부(冥府)의 호출을 기다려야 한다. 이승의 명부가 어딘가. 검찰? 검찰도 쑥대밭이다. 모두 김봉현의 입만 쳐다본다. 오늘은 또 뭐가 터질까. 대한민국 권부에서 벌어진 희대의 사기극에 오금 저린 이가 한둘 아니다.

'그러려니~'할 작정하면 속이 덜 상한다. 이들은 원래 그래 왔으니까. 죄지은 사람 죗값 치르면 된다. 가차 없이. 그런데 검찰은 다르다. 죄를 찾아 죗값을 묻는 사람 아닌가. 이들이 '죄'를 놓고 거래하고 장난쳤다는 게 김봉현의 폭로다. 믿기지 않는다. △접대·금품수수 △수사 은폐 △짜맞추기 수사 △피의자 도피 조력 등이 어찌 대명천지에 일어날 일인가. 사기범죄 피의자가 제기한 의혹일 뿐일 것이다. 그리 믿고 싶다. 그런데 하루 이틀 지나니 우려했던 바가 영 거짓이 아닌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백번 양보해도 이제 사실 확인은 해야겠다. 관련자들도 의혹 일부를 시인한다. 비리 종합세트 같은 옵티머스 사건에서 가장 반(反)공동체적 범죄다. 사실이라면…검찰, 정말 간 크다. 이건 목숨 걸고 사고 친 거다.

'검찰 독립'이란 난공불락의 성(城) 아니다. 오히려 검찰 개혁에서 등장하는 '독립'의 개념은 박탈돼야 한다. 이 '불침(不侵)의 성곽'을 지킬 이유를 검찰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 '독립'을 불간섭이나 독행(獨行)쯤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어떤 독립이든 최소한의 '내적 완결성'을 갖춰야 향유할 자격 있다. 검찰 독립? 그런 면에서 아직 턱도 없다. 더 성장하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일탈이 있다면 매 맞는 건 당연하다. 검찰 입문과 교육 과정 어디에도 '내적 완결성'을 고양하는 절차탁마의 시간이 없다. 충원 과정부터 우리 사회와의 조화로운 결합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다. 눈 밝은 정책 입안자들이 이 부분을 주목하길 바란다.

검찰 개혁은 '검찰 독립'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실패한다. 독립성이 아니라 중립성이다. 검찰의 독립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중립성 확보를 위해서다. 좌로나 우로 치우치지 않는 모든 것으로부터의 중립. 이게 공정을 담보한다. 중립에 대한 갈망 없는 독립 요구는 위험천만이다. 천둥벌거숭이에게 폭탄 안기는 꼴이다. 독립성은 '불간섭'의 성격이 짙다면, 중립성은 '적절한 간섭'에 의해 구현된다. '견제와 균형'이 작동 원리이고, '권한의 분산'이 액션플랜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혜로운 답을 찾아야 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내놨다. △라임·옵티머스 사건 특별검사 도입 △공수처 발족 △청와대 특별감찰관 지명 등의 동시추진 안이다. 최근 야당이 결행한 최고의 한 수다. 어느 편을 들어서가 아니다. 정국을 수습할 여야 상생의 제안이다. 늦기 전에 여당이 받아야 한다.

빠진 게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 문제다. 중립성 논란의 종식은 검찰 절체절명의 과제다. 소용돌이 중심에 선 윤석열. 보수진영에서는 '윤석열 사퇴=정계 진출' 시기를 가을쯤으로 예측해 왔다. 때가 온 듯하다. 이들은 "(사퇴의)완벽한 시기란 없다. 그것은 만드는 것"이라며 부추긴다. 정국은 바야흐로 터닝포인트를 지나고 있다. 사표 세 번 고민했다는 윤석열, 아직 궁현(弓弦)을 당길 마음이 없는 듯하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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