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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안용모의 배낭 메고 중미를 가다] 쿠바 트리니다드 근교 액티비티 체험

2020-10-30

낭만기차·승마에 청옥빛 바다…도시 벗어나 진정한 쿠바 만난 듯한 즐거움

그림1
차량주박기지에 멈춰선, 잉헤니오스 계곡으로 떠나는 오래된 증기기관차에서 만난 아이들과의 기차놀이는 귀환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트리니다드(Trinidad)의 낭만 기차여행

트리니다드의 시가지 여행을 즐기고 여유가 생기면 근교로 떠나는 낭만기차를 타거나, 말을 타고 계곡폭포를 가는 승마체험과 앙콘비치 카리브해의 아름다운 바다를 즐겨보자. 쿠바에서 기억에 남는 것 중에 하나는 이곳에서 낭만기차를 탔던 때다. 운 좋게도 예정에 없던 임시열차인 낭만기차와 증기기관차 주박기지에서 만난 아이들과 함께한 추억의 기차놀이는 최고의 행복한 순간이었다. 정말 보고 싶었던 쿠바를 만나고 온 것 같았다.

여행 중 가장 클래식한 교통수단인 기차, 설레는 마음을 억누르며 박물관에 있을 낭만기차를 탔다.

그림3
트리니다드 역무실에서 콘크리트 구멍하나 사이로 열차표를 판매하고 있는 역무원. 외국인은 현지인에 비해10배에 해당하는 요금인 15쿡을 지불했다. 대합실에 줄지어선 현지인들은 나에게 역무실로 가서 표를 사라고 권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10배의 요금을 지불하는 외국인을 배려하는 것이었다.

시내 남쪽으로 걸어서 도착한 파란색의 작고 귀여운 건물이 플랫폼 뒤에 키 낮게 앉아 있다. 바로 낭만열차가 출발하는 트리디나드역이다. 일찍 열차시간에 맞추어 갔으나 오늘은 이유도 없이 운행하지 않는단다. 사탕수수농장으로 가는 오래된 낭만기차가 운행된다지만 사정에 따라 예고 없이 출발하지 않는 것이 다반사란다. 덕분에 인근 기차 주박기지에서 아이들과 즐겁게 증기기관차에 오르며 동심으로 돌아가 흥겨운 숨바꼭질 기차놀이를 했다. 여기서 만난 철도원이 내일은 임시열차가 16시에 운행될 예정이라는 반가운 정보를 주었다.

다음날 여유 있게 역으로 달려가서 15쿡을 지불하고 표를 샀다. 트리니다드에서 출발한 기차는 이즈나가(iznaga)역에서 약 40분, 마지막으로 구아치낭고(Guachinango)역에서 약 40분 정도 정차한 후에 다시 트리니다드로 돌아온다. 보통은 하루에 한 번 운행하는 증기기관차를 타고 쿠바 설탕산업의 상징이었던 잉헤니오스 계곡(Valle de los Ingenios)의 사탕수수 농장으로 향한다.

기차에 오르자 기적을 울리며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늦게 출발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유나 궁금증이 없는 듯하다. 맑고 화창한 날씨에 차창으로 펼쳐지는 지평선 끝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들판이 펼쳐져 있다. 거기에 말이 뛰어다니고, 소떼가 풀을 뜯는 풍경은 쿠바의 또 다른 속살을 보여준다. 기차가 지나가는 중간중간에 신호도 없이 기관사 임의대로 멈춰 서서 마을사람들을 태우는 모습이 생경하다. 허름한 버스정류장 같은 간이역에서도 몇 사람이 매달려 오르내린다. 기차는 사탕수수 밭을 지나 믿을 수 없을 만큼 열악한 철길을 아주 느리게 흔들리며 간다.


이유·예고 없이 운행 안하는
사탕수수 농장行 낭만열차
출발시각보다 30분 지연돼도
그 누구도 이유는 묻지 않아

설탕·노예무역 중심지였던
잉헤니오스 사탕수수 농장
노예 감시의 상징이었던 탑
지금은 관광명소로 탈바꿈


낭만기차는 이즈나가역이 있는 작은 마을에 멈추어 섰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녹색의 잉헤니오스는 한때 설탕과 노예무역의 중심지였으며, 18세기에 트리니다드 지역에 번영을 가져다 준 농장이었다. 지금은 여행자들이 낭만기차를 타고 찾는 주요 관광 명소가 됐다. 사탕수수 노예들을 감시하던 200년 전 첨탑 이즈나가 탑(Iznaga Tower)으로 가는 길에는 예쁜 수공예품 옷 가게들이 줄지어 자리하고 있다.

45m 높이의 7층탑은 농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망루로 지어졌다. 탑 꼭대기에 매달린 종은 노예들의 일 시작과 끝을 알리고, 아침·정오·오후에 성모를 위한 기도 시간을 알려준다. 또 화재와 노예 탈출 시 경보음을 울리는 데 사용되었단다. 탑의 높이와 웅장함은 감시와 설탕산업의 위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서서히 해가 사탕수수밭 아래로 지고 있다. 가슴 아린 역사가 스민 곳이지만 하늘은 어찌 저처럼 푸른가. 아름다운 풍경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 펼쳐진 하얀 면천들이 바람에 펄럭인다.

40분 정도 지나면 기차는 다음 목적지로 출발한다. 기차가 경적을 울리며 서두르라는 신호를 준다. 마지막 흥정을 마친 여행자들이 서둘러 기차를 오르면 긴 기적과 함께 출발한다. 차창에는 넓은 평원을 채운 바나나 농장과 사탕수수 농장이 펼쳐진다. 간간이 말들이 철길에 버티고 서있어 기차가 멈추기도 하는 새로운 풍경을 만든다. 그렇게 달려서 도착한 곳은 종착역으로 철길이 끊겨 있다. 여기에서 여행자들이 식사와 차를 마시는 동안 기차는 머리와 꼬리를 바꾸어 돌아온 길을 거슬러 트리니다드로 향하게 된다.

그림9
트리니다드 관광의 또다른 압권은 승마 폭포 트레킹으로 말들이 훈련이 잘되어 있어 승마를 체험하지 않은 여행자도 말타기 경험이 가능한 승마투어가 인기다.
그림10
때 묻지 않은 자연 속으로의 승마여행에 지칠 때쯤에 말은 사탕수수 농장으로 들어서서 여행자들이 직접 짠 사탕수수 주스를 달콤하게 들이키며 꿀 휴식을 한다.

◆말 타고 커피농장과 폭포수영 체험

트리니다드 관광의 또다른 재미는 말을 타고 가는 폭포트레킹이다. 이른 아침 민박 까사에 어제 예약한 승마 체험 매니저가 픽업하러 왔다. 차에 오르니 산타마리아 시내 언덕에서 만났던 낯익은 아르헨티나 커플이 타고 있다. 우리는 한눈에 서로 알아보고 반가운 인사와 함께 즐겁게 인증샷을 찍었다. 6명의 여행자가 한 팀이 되어 말을 타게 되었다. 산 속에 있는 폭포 계곡까지 다녀오는, 때 묻지 않는 자연 속으로의 승마체험이다. 처음 말 타는 자세를 제대로 잡고, 말 걸음걸이의 박자에 따라 골반을 흔들며 말과 호흡을 맞춰가는 재미가 있다.

이곳 태양이 제법 뜨겁지만 목장과 초원을 양 옆으로 끼고 있는 길은 왠지 모를 전원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열대나무, 푸른 들판, 끝없이 펼쳐진 파란하늘이 평화롭다. 말 위에서 천천히 바라보는 트리니다드의 풍경이 생소하게 다가선다. 더위에 다소 지칠 때쯤에 말은 사탕수수 농장으로 들어선다. 사탕수수밭 가장자리 옛 방앗간처럼 생긴 곳에서 여행자들이 짠 사탕수수주스를 달콤하게 들이킨다. 이곳의 사탕수수주스는 설탕을 한 바가지 넣은 것처럼 달다. 정말 말 그대로 꿀 휴식이다.


폭포트레킹 승마체험 인기
사탕수수밭 한편 방앗간서
여행자가 직접 주스 짜 마셔
쿠바식 '현장 드립커피' 특미



말이 가는 길은 비포장 농로다. 울퉁불퉁한 산길로 들어설수록 주위에 크게 자란 수풀들이 우거져 있다. 아름다운 풍경과 파란 하늘을 보며 말을 타고 가니 쿠바 개척자가 된 듯하다. 1시간쯤 말안장에서 뒤뚱거리며 다국적 여행자들과 친구가 되어 도착한 곳은 커피농장의 커피숍이다. 쿠바식 현장 드립으로 오래된 낡은 거름망과 철통에 함께 내려 마시는 커피는 색다른 맛과 향이 난다. 커피를 내려주는 쿠바노는 여행자들이 커피를 마시는 동안 신나게 노래도 불러준다. 커피와 덤으로 받은 시가 끝에 살짝 꿀을 발라 피울 수 있도록 해주는 시가는 매캐한 냄새 대신 달달한 꿀맛이 나는 것 같다.

말은 이 커피농장에 잠시 묶어두고 좁은 열대림 사이를 올라가니 폭포계곡이 보인다. 폭포의 장관에 환호성이 터진다. 마른 바나나나무와 야자 잎으로 겨우 옆만 가린 탈의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는다. 남녀 할 것 없이 아름다운 산중 계곡폭포에 나무꾼과 선녀가 된 다국적 여행자들이 뛰어든다. 뜨거운 햇빛만 받다가 뛰어든 폭포수는 너무 시원하여 모두 원더풀을 연발한다.

돌아가는 길은 온 길과는 다르다. 아보카도나무와 망고나무 사이 이국적인 풍광을 즐기며 다른 길로 간다. 내리막 돌길을 지나 언덕에 자리한 식당에 들러 늦은 점심으로 돼지 바비큐와 시원한 맥주로 갈증을 해소한다. 바나나 나무들이 길게 늘어선 길을 따라 다시 출발점으로 귀환한다. 정든 애마 세르베사와 눈을 맞추며 아쉽게 헤어져야 했다.

그림14
환상적인 카리브해의 일몰을 만났던 트리나드의 앙콘해변은 눈부신 바다와 탁 트인 하늘 그리고 여행자들의 노랫소리 사이로 쿠바의 행복이 밀려온다.

◆환상적인 앙콘(Playa Ancon)해변의 에메랄드빛 바다

형형색색 일곱 색깔 무지개의 아름다운 매력에 빠져 골목길을 걷다보면 트리니다드가 카리브해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잊게 된다. 트리니다드가 품은 또 하나의 매력은 아름다운 카리브해를 끼고 있다는 것이다. 도심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앙콘해변은 자전거를 타거나 택시 혹은 투어 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카리브해의 푸른파도가 넘실대는 이곳은 자연 그대로의 바다와 훌륭한 스쿠버 다이빙과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원시모습 그대로의 카리브해
에메랄드 빛깔 앙콘해변에서
스쿠버 다이빙·스노클링 체험
갓 잡은 바닷가재도 맛 볼까


한낮의 앙콘비치는 여행자의 여유가 느껴지고 석양도 참으로 아름답다. 야자수 그늘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눈부시게 빛나는 바다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부드러운 모래사장에 앉아서 에메랄드빛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어디선가 음악 소리가 들려온다. 쿠바에서는 대부분 사람이 직접 불러주고 연주한다. 화음을 듣고 있으면 저절로 행복한 웃음이 피어난다. 눈부신 모래밭과 잔잔한 카리브해를 바라보며 야자수 나무 아래서 책을 읽다가 스르르 눈을 감는다. 해변에서 한참 동안 망중한을 즐기고 난 뒤 예약한 스노클링을 하러 갔다. 바람 부는 바다를 요트로 달리는 기분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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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모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 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앙콘해변은 카리브해의 아름다움에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원시의 모습이 어우러졌다. 사람들도 붐비지 않으나 바다색만큼은 청옥으로 더 빛난다. 파도 소리를 따라 해변을 걸어 정겨움이 배어나는 예쁜 해안 마을에서 식당을 찾았다. 청정 지역인 카브리해에서 갓 잡아 올린 랍스터 요리는 살이 탱글탱글하게 오른 데다 가격까지 저렴하다. 은비늘이 반짝이는 바다로 떨어지는 해가 세상을 붉게 물들인다. 앙콘해변은 절정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붉은 태양이 카리브해 속으로 숨을 때까지 발길을 떼지 못했던 석양이 가슴 가득 피어오른다.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 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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