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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칼럼] 선진화를 위한 한국의 선택

2020-10-28

코로나가 안긴 더 큰 두려움
'빅브라더' 국가 출현 가능성
방역 내세운 정부 추적·감시
중국 닮아가는 것 같아 걱정
우리의 향방 깊이 생각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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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상생협력포럼 위원장

얼마 전에 BTS가 밴플리트상을 수상하면서 한국전쟁을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고난의 역사라고 말한 것에 대한 중국 언론과 네티즌들의 비난이 그치지 않고 있다. 이어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한국전쟁 참전 70주년 행사에서 '항미원조(抗美援朝)'의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70년이 지났음에도 한국전쟁을 보는 두 가지 다른 시각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두 나라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은 줄서기를 강요당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바라는 미래의 모습을 정하고 갈 길을 선택해야 할 때다.

사회주의 체제의 중국은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세계 시장에 접근하면서 초고속 성장을 해 이제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중국은 적어도 경제적 지표로만 본다면 머지않아 선진국으로 진입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서구 선진국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국가 발전이라는 목표 하에 거대한 국가가 기업 조직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최고의 정보기술을 활용해 개인과 기업을 감시하고 있다. 자유와 창의는 국가가 원하는 범위 내에서만 발휘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의견이나 작품은 어느 순간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제거되고 있다.

선진화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유엔이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는 경제적 지표 이외에도 환경, 보건, 안전, 복지, 교육, 인권, 부정부패 등 다양한 지속가능지표로 선진화의 수준을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판단 기준은 개인이나 기업이 국가 권력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느냐, 그리고 국민이 국가를 얼마나 감독할 수 있느냐다.

코로나 사태는 우리에게 감염보다 더 큰 두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국가가 우리의 움직임을 감독하는 빅브라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감염자와 접촉자를 철저하게 추적하고 감시해 격리시킴으로써 방역에 성공하고 있다. 방역을 위해서 국가는 개인의 이동경로, 신용카드 이용, 접촉자 등을 파악해야 한다. 전체를 위해서 개인이 희생을 감수하는 한국에서는 성공한 방역방침이 미국이나 유럽 국가에서는 수용되기 어렵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도 정부의 역할은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모든 것을 다할 수 없으므로 사회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약속을 하고 그 이행을 확인할 수 있는 민간의 자율적 규제가 보다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다. 시민은 정부가 약속한 대로 정책을 시행하는지 지켜볼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충분한 정보공시로 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엄정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건강하고 선진화된 사회는 구성원 각자가 부여받은 책임을 수행하고 평가를 받음으로써 모두가 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는 사회다.

우리 사회가 중국을 닮아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국회에서는 기업의 활동을 옥죄는 규제를 계속 만들어가고 있어도 동학개미 등 투자자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대학의 등록금을 10년 이상 동결하고 있어도 어느 대학도 저항하지 못하고 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해야 할 일을 해야 할 공무원들은 정치 바람의 방향만 쳐다보고 있다. 자국의 기업이 다른 나라에서 몰매를 맞고 있고 백성이 목숨을 잃어도 항의도 못하는 국가를 위해 개인과 기업은 희생을 당연시하고 있다.

물 빠지면 바닥 보인다고 한다. 위기가 오면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약점인지를 분명하게 알게 된다는 것이다. 이제 미국과 중국의 대립을 지켜보고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친구라고 생각했던 이웃 나라가 전쟁 상대가 될 수 있고, 국가가 우리를 감시하는 빅브라더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된다.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깊이 생각해야 할 때다.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상생협력포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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