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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건강한 '천연발효빵' 유행…그 빵빵함은 어디서 왔나

2020-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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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발효종과 성격이 다른 두 가지의 반죽, 그리고 전체 양의 70%를 차지하는 밀가루, 물, 소금만으로 돌판 오븐에 넣기 직전의 시골빵 반죽 상태.

대구發 천연발효종빵 이야기
효모의 대명사 '이스트' 제빵사엔 조물주
1차 세계대전때 분말화 이스트 대량 유통
20세기 '패스트 브레드' '판박이빵' 시대
2000년대 들어 입맛의 다양화·차별화와
슬로푸드 신드롬·밀가루 유해론 퍼지며
천연발효빵 특수…대구엔 2010년 연착륙

◆빵~ 넌 누구니?

빵, 먹는 건 너무 쉬운데 직접 만들려면 고난의 행군. 밀이 밀가루가 되는 과정에도 숱한 제분법이 존재한다. 그 밀가루가 물을 만난다. 이어 굽기 좋게 반죽하기. 그런데 여기서부터 첩첩산중. 1급 가수라면 제대로 된 창법과 음정은 기본. 이건 호흡과 발성법의 관계의 비밀인데 그게 밀가루와 발효의 관계와 흡사하다. 도공이 산에서 캐온 고령토로 도자기를 만들려고 하면 흙을 숱하게 쳐대야 한다. 그 흙 입자가 잿물을 품고 1천500여℃ 가마속 화력을 만나야 명품이 된다. 이론만 그렇다는 말씀. 절대 맘에 드는 작품이 잘 나오지 않는다.

생 반죽(무발효)만으로는 빵이 되질 않는다. 수천 년 전에는 대충 반죽해 화덕에 구운 세상에서 가장 투박한 빵에 만족했다. 천만 갖고는 옷을 못 만든다. 바늘과 실이 있어야 된다. '효모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스트(효모·누룩). 이 놈이 제빵사에겐 조물주 같은 존재다.

이스트는 참 신통방통하다. 균계에 속하는 미생물로 1천500여종이 알려져 있다. 제빵사상 이스트를 처음으로 관찰하고 분리·배양한 사람은 1680년 맥주 효모를 발견한 네덜란드의 현미경 발명자 레벤후크.

이스트가 들어간 반죽은 밀가루의 물성을 확 뒤집어 놓는다. 밀가루의 주성분 중 하나인 단백질(글루텐)과 이스트가 저기압과 고기압처럼 매일 새로운 날씨(빵)를 연출한다. 습도와 기온에 따라 숙성시간도 제각각. 바리스타가 매일 로스팅 타임을 달리하는 것과 비슷한 국면이다.

1800년대까지는 모든 게 수작업이었다. 좋은 제빵기기가 개발되기 전이었다. 오븐 대신 화덕을 사용했다. 발효가 뭔지 과학적으로도 규명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1차 세계대전과 함께 분말화된 이스트가 대량 유통된다. 반죽일이 너무 손쉬워졌다. 갖은 재료를 비빔밥처럼 섞어 2~4시간 숙성한 뒤 오븐기에 넣으면 반나절 만에 빵이 뚝딱 완성된다. 예전 제빵인들에겐 실로 충격적 사건이었을 것이다.

20세기는 그렇게 '패스트브레드(Fastbread)'와 함께 개막된다. 하지만 '판박이 빵'이었다. 비슷한 레시피, 공정, 오븐기…. 다 비슷한 맛이었다. 하지만 난생처음 빵을 본 이들에겐 신기루 같은 맛이었다. 빵집 앞에 줄을 서는 단골들.

한국은 유럽기술을 자기식으로 갈무리한 일본 제과제빵 인프라가 고스란히 일제강점기 한반도로 들어온다. 그렇게 한 세기 정도 세월이 지나갔다. 빵집은 대다수 돈을 번다. 21세기로 접어들자 입맛이 다양화되고 차별화되기 시작한다. 대량유통 빵시장에 먹구름이 몰려든다. 설상가상 슬로푸드 신드롬 탓에 밀가루가 악마 취급을 받는다. '밀가루빵 유해론'이 기승을 부린다. 이 대목에서 천연발효종빵 특수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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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드캄파뉴 박영태 대표의 대표적 시골빵인 '모닝깜'. 빵의 표면이 철갑상어 피부처럼 거칠거칠해 보이지만 속은 폭신폭신한 식감을 자랑한다.

숙성시간 정도에 따라 현대 빵 제법은 크게 4가지(스트레이트·중종·발효종법·오버나이트법)로 분류된다. 대다수 빵집은 많이 유통시키고 작업성의 편리를 위해 2~4시간 만에 반죽을 만드는 스트레이트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 빵일수록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해진다. 반죽을 위해 하루를 묵히는 게 오버나이트법이다. 예전 어머니들은 술빵을 만들기 위해 막걸리를 넣고 밤새 반죽을 부풀렸다. 호떡장수 리어카 옆에 한껏 부풀려진 반죽 덩어리를 봤을 것이다. 바람 안은 돛처럼 반죽이 부푸는 그 부력이 발효의 힘이다. 그 에너지원이 바로 이스트다. 팽창의 진앙은 어딜까. 바로 이스트의 알코올 발효과정에서 생겨나는 '탄산가스'다. 그게 빵 속에 크고 작은 구멍을 형성하고 결국 빵을 부드럽고 푹신푹신하게 만든다.

빵장수 외길을 가려면 '발효과학'에 정통해야 된다. 그 감은 책보다 현장에서 나온다. 수십년 매일 현장에서 근육을 빡빡 함양해야 된다.

이런 베이스를 안은 유럽 양대 주식형 빵이랄 수 있는 이탈리아 치아바타와 프랑스의 뺑드캄파뉴(시골빵)가 한국형으로 연착하는 시점은 대구의 경우 2010년이다. 그런 빵시대를 열려고 노력한 몇몇 지역 유명 빵집의 연대기를 쫓아가 볼까 한다.
글·사진=이춘호 음식·대중문화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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