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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고차방정식 푸는 듯한 제빵 과정…'힐링브레드'는 그들의 필살기이자 철학

2020-10-30

■ 대구의 천연발효종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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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천연발효종빵 시대를 개척한 김상중 대표가 갓 구워져 나온 시골빵을 들고 폭신폭신한 미소를 짓고 있다. 판매대 옆에 그 빵이 돌판 오븐에서 구워져 나온다는 걸 알리는 문구를 적어놓았다. 2010년이 되면서 대구에서는 건강빵의 상징이랄 수 있는 천연발효종빵 시대가 개막된다. 대표주자는 달서구 상인동 오월의 아침(김상중 대표)과 도원동 뺑드캄파뉴(박영태 대표)이다. 특히 무화과를 베이스로 발효종 액상 반죽을 추출해내 만든 오월의 아침의 시그니처 메뉴인 '시골빵(일명 뺑드캄파뉴·작은 사진)'은 한때 거친 통밀로 만들어진 프랑스 민초들의 가난한 빵이지만 슬로푸드운동 탓인지 지금은 힐링브레드로 언급되고 있다.
현재 지역에서 천연발효종빵이란 문구를 간판에 붙여놓아도 아무런 무리가 없는 빵집(주인이 빵을 직접 만들고 경영도 겸하면서 본점 하나만 고수하는 윈도베이커리)은 어딜까. 달서구 상인동 '오월의 아침'(김상중), 팔공산 '초이스엠'(최원도), 수성구 범어동 '우니카트'(김명준), 대구수목원 앞 '행운의 시간들'(이동우), 그리고 지금은 울산으로 이전해 버린 '뺑드캄파뉴'(박영태) 정도로 정리될 것 같다. 지역에선 선두적으로 천연발효종빵의 밑그림을 그려나간 달서구 상인동 엘리바덴 근처에 있는 동네빵집 '오월의 아침'. 종일 그 업장을 비우지 않는 대표머슴 같은 김상중 사장을 만나러 갔다.

오월의 아침 김상중 사장
월배시장 안 '고려당' 개업
프랜차이즈 빵집에 밀리며
건강한 빵에 커피까지 파는
신개념 베이커리 오픈 구상
천연발효종빵으로 승부수


◆상인동 오월의 아침

김천 출신 김상중 사장은 기술자인 동시에 경영자. 오븐기 앞에서는 바늘끝 같지만 홀에 나오면 인심 좋은 이웃집 아저씨의 너그러운 표정을 애써 지어야 한다. 그런 그가 요즘 자기 빵 중에 참 대견스럽다 여기는 게 있다. 바로 은행이파리 모양의 '황금은행빵'. 이건 타이베이 대표 선물용 빵으로 대박이 난 파인애플 파이의 일종인 '펑니수'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그건 쿠키와 파이 사이의 맛이다. 속에 사과잼을 집어넣었다. 5년 전 약령시 한약먹거리경연대회에서 십전대보빵으로 은상을 받는다.


◆밀탑베이커리에서 첫발

영남이공대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그는 1997년 동아쇼핑 지하 밀탑베이커리에 들어간다. 이후 서울 신라호텔 제과부에서 1년 거쳤다가 월배시장 안에서 '고려당'이란 빵집을 차리고 10년 고생했다. 하지만 주위를 돌아보니 거대한 공룡 같은 파리바게뜨·뚜레쥬르 등 프랜차이즈 빵집 융단폭격을 가하고 있었다. 알록달록하고 신세대 감각으로 무장한 그들의 현란한 빵라인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다. 어느 날부터 생일날, 무슨 기념일이 되면 파리바게뜨 케익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동네빵집은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는 이대로 죽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당시 동네빵집은 단팥빵, 소보로, 크로켓, 찹쌀떡 정도만 파는 구멍가게 정도로 인식됐다. 그래서 그는 건강한 빵, 그리고 베이커피와 커피숍을 합쳐놓은 신개념 빵집을 오픈하고 싶었다. 그리고 가격도 파리바게뜨보다 더 비싸게 받았다. 자존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다들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고급도 아닌데 가격만 세네'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그는 당시로선 기술은 있지만 대중적인 입맛에서 좀 멀어져 있다고 평가된 천연발효종빵에 승부수를 걸었다. 이 과정에 세 명의 기술자를 벤치마킹하게 된다. 2008년 무렵 세계대회를 준비하던 마칠석(현재 한국제과기능장협회장), 포항 효자동에서 '한스 드림'이란 빵집을 운영한 한상백, 그리고 부산시 강서구 '꿈꾸는 요리사'란 빵집 주인 백순헌이다. 셋은 당시 이동우 대표(대구수목원 근처 '행운의 시간들')가 운영하던 시내 예르제과제빵학원에서 한 달쯤 대회준비를 하고 있었다.

◆김상중표 발효종

천연발효종은 새로운 바다였다. 그는 새로운 항해술로 그 험난한 파도에 맞섰다. 숱한 과일 중 '무화과'를 선택했다. 참고로 팔공산 초이스엠 최원도 대표는 거봉, 이동우 대표는 특이하게 티베트 버섯을 이용해 발효종을 뽑아낸다.

시골빵(뺑드캄파뉴)의 첫 단추는 반죽 성형 때 사용할 발효종 만들기부터. 이 과정은 꼭 곰탕용 사골육수 만드는 과정 같다. 종가에서 수백년 명맥을 이어가는 '씨간장'과 진배없다.

만드는 과정은 대충 이렇다. 무화과에 물과 설탕을 섞고 실온에서 5~7일 둔다. 그럼 속에서 발효가 일어나 기포가 형성된다. 발효균이 착균됐다는 사인이다. 그 걸쭉한 물을 받아 거기에 강력분을 넣고 섞어 실온에서 하루 묵히면 액상 반죽이 좀 부푼다. 이후 5일간 매일 밀가루와 물을 섞어가면서 발효종을 완성시킨다. 처음에는 도배풀처럼 묽다가 완성되면 버터처럼 꾸덕해지는 반죽이 나온다. 그가 저장고에서 각기 다른 색깔과 점도를 가진 3종류의 액상 발효종을 보여준다. 발효종이 하나뿐은 아니다. 무려 3가지를 만들어 혼합해야 된다. 이스트 없이 글루텐을 잡아놓은 묽은 반죽형 발효종, 이탈리아어로 '비가(Biga)'라 하는 부드러우면서도 덜 달게 하는 구실을 하는 중력분 중종 액상반죽, 마지막에 70% 분량 정도의 밀가루·소금·물을 섞어 최종 반죽을 교반기에 넣고 10분 정도 치댄다. 그걸 1차 발효실에서 1시간 숙성시킨다. 적당한 크기(단팥빵은 140g, 시골빵은 350g)로 분할해 동그랗게 스크랩할 수 있는 크기로 분절한다. 이어 10~30분 정도 '벤치타임'이란 휴지기를 갖고 성형해서 40분~1시간 2차 발효를 진행해야 된다. 그 발효실은 38℃, 습도는 85%. 여기가 '마의 구간'. 습도와 온도 관리는 동절기와 하절기마다 달리 조정된다. 마지막은 오븐기에서 굽는 절차. 그는 3단 중 1·3단은 철판, 가운데 단에는 돌판을 깔아놓았다. 이 공간은 가장 큼지막한 시골빵 전용. 시골빵은 단의 위(250℃)와 아래(230℃)의 온도를 달리해서 8~10분에 빨리 구워낸다. 부드러운 식감을 위해 굽기 시작할 때 10초 정도 먼저 스팀으로 가습해준다.

빵을 만드는 과정이 무슨 고차방정식을 푸는 것 같다.

◆발효종단팥빵도 예전 그 가격

여긴 전형적인 베이커리카페다. 커피보다 빵이 주인공인 공간이다. 쇼케이스와 빵 진열대가 차지하는 공간도 가급적 최소화시켰다. 주방은 33㎡(10평)도 채 안 된다. 하지만 나머지 공간은 단골들이 수다 떨고 아이하고 책보며 즐길 수 있는 북카페 성격도 짙다. 여느 신설 빵집처럼 디럭스하지 않다. 과감하게 살평상 두 개를 세팅해 풋풋한 분위기다. 특히 50대 중년 여성들이 여길 애용한다.

이 집은 천연발효종 단팥빵으로 한철 대박이 났다. 많이 팔 때는 하루 500~600개. 서울 등 전국에서 관광차를 타고 현장 견학을 올 정도였다. 카페 같은 빵집 분위기가 다들 궁금했던 것이다. 그 흐름을 유심히 지켜본 박기태(빵장수쉐프 단팥빵). 그가 자기 이름 중간자 '기(起)'를 앞세워 초대박 행진을 한다. 그로 인해 근대골목단팥빵, 아리랑단팥빵, 태곤이단팥빵 등이 줄을 잇고 대구가 단숨에 단팥빵 도시로 등극하게 된다. 50~80년대를 주름잡은 수형당 단팥빵의 신드롬을 이어간 셈이다.

팔공산 초이스엠 최원도 사장
거봉에서 효모종 얻어 사용
발효 과정 두번 거치며 반죽
빵 먹은 후 더부룩함 막아줘

◆팔공산 초이스엠 발효종

2008년 탈도심, 팔공산 자락에 초이스엠이란 전원베이커리를 오픈한 최원도 대표. 그의 가게 안에 천연발효종 추출법을 안내판에 깨알처럼 적어놓았다. 그 대목을 흥미롭게 읽어본다. '우리는 우리 토양에서 자란 거봉이란 포도에서 천연 효모종을 얻는다. 25℃의 발효장소에서 약 5일간 교반을 하여 발효증식 기간을 거쳐 최초의 종을 삼베를 이용해 걸러낸 다음 원종을 얻어낸다. 이렇게 얻어진 최초의 원종에 물과 소맥분을 혼합 반죽하여 22시간 발효시킨다. 22시간 발효한 액종이 들어간 천연발효 반죽을 2차 반죽의 10% 이상을 혼합해 천연발효빵을 만들어간다. 물론 여기엔 일절 화학첨가제나 개량제를 사용하지 않아 빵을 먹은 뒤 더부룩함이나 식목(생목)이 올라오는 것을 막아준다.'

범어동 우니카트 김명준 사장
자연효모 직접 만들어서 사용
시큼한 효모의 냄새 간직한
사우어도 빵 전문으로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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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니카트 김명준 사장 내외가 갓 나온 사우어도빵을 푸근한 표정으로 들고 있다.

◆범어동 우니카트 김명준

2015년 수성구 수성4가동에서 시큼한 효모의 냄새가 그대로 전해지는 사우어도(Sour dough)를 전문적으로 파는 우니카트(Unikat·'단 하나밖에 없는'이란 뜻의 독일어) 베이커리 카페를 오픈한 김명준 대표 내외. 그는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빵이 사우어도라 믿는다. 바게트처럼 설탕과 버터 등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물·소금·밀가루만으로 빚는다. 효모도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그 과정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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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오픈해 1년6개월전 범어동으로 이전한 우니카트의 빵류들.
유기농 밀가루와 물을 1대 1로 섞어 질척한 상태로 상온 그늘에서 1주일 정도 두면 밀가루 자체에 있는 자연 효모 때문에 거품이 발생한다. 하루에 두 번씩 물과 밀가루를 1대 1 비율로 섞어 기존 반죽에 첨가한다. 이게 효모 밥 주는 과정이다. 반죽을 할 때 밀가루 대비 40%의 효모화된 밀가루를 섞는다. 비율이 딱 맞아야 한다. 효모를 너무 많이 넣으면 신맛이 강해진다. 적으면 잘 부풀지 않는다. 4~6℃에서 12시간 발효시키면 두 배 이상 부푼다. 사우어도도 두 번 발효를 한다. 초벌발효는 12시간 이상, 재벌발효는 2시간 남짓.

1년6개월 전 범어동으로 이전을 했다. 빵 종류는 크게 6종(클래식, 호두크랜베리, 올리브치즈, 무화과, 피칸건포도, 호밀)의 사우어도, 3종(플레인, 올리브, 치즈)의 치아바타, 3종(우유식빵, 통밀식빵, 브리오슈)의 식빵 등이 있다.

글·사진=이춘호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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