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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세상보기] 작지만 큰 교회

202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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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 하양읍. 대구가톨릭대와 하양읍사무소 사이로 난 도로를 따라가면 마을을 가로지르는 조산천이 보인다. 조산천 건너 우측 전통마을 가운데에는 벽돌로 지어진 네모난 건물 하나가 조용히 서 있다. 하양무학로교회의 신축 예배당이다. 여느 시골 동네 같은 이곳에 요즘 이 작은 교회를 보기 위해 심심찮게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다.

이 교회는 날로 대형화·세속화해 가는 우리 교회 현실과는 다르게 연면적 50㎡(15평)의 아주 작은 규모로 지난해 지어졌다. 하늘을 향해 치솟은 첨탑도, 밤을 밝히는 화려한 네온사인 십자가도, 창문도 보이지 않는 회색 벽돌의 단층 건물이다. 스스로 교회임을 드러내지 않고 한껏 몸을 낮춘 듯하다. 오직 기도하고 위안받고 성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단순하게 지어진 것 같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명 건축가가 설계비도 받지 않고 지어준 예배당이라는 것도 이 작은 교회가 주목받는 이유다.

속세와 구별하기 위한 수반을 지나 지붕이 없는 좁은 출입 통로로 들어서면 구원받기 위한 좁은 문 앞에 선 듯하다.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다닥다닥 붙어야만 겨우 50명이 앉을 수 있는 크기의 예배당 내부가 한눈에 들어온다. 신도석, 성가대석, 설교 강연대, 예배 준비대 등 모두 같은 높이로 배치돼 있다. 의자엔 편하게 기댈 수 있는 등받이도, 책을 펴 놓을 받침대도 없다, 화려한 조명도, 방송장비도 보이지 않는다. 천창에 길게 난 창으로 들어오는 한 줄기 빛만이 벽면에 걸린 십자가를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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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 하양읍 하양무학로교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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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 하양읍 하양무학로교회 전경.
최근 이곳에선 추수감사절 예배가 열렸다. 참석한 인원은 50명 안팎. 추수 감사절을 맞아 축하연주회와 십자가 사진전이 열리면서 신도가 아닌 이들도 있었다. 신도들이 농사지은 채소와 과일 등 농산물이 강대상 앞에 차려졌는데, 호박이 중앙에 제일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단연 눈길을 끌었다. 한복 두루마기를 입고 고무신을 신은, 한학자 같은 목사님은 설교를 시작하기 전 호박이야기부터 꺼냈다. 못생긴 호박을 이 자리에 놓을까 말까 고민했다며 우리가 잘난 것 하나 없는 가장 못난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가장 좋은 자리에 호박을 놓았다고 했다.

무학로교회에는 이 신축 건물만 있는 게 아니다. 신축 건물 옆에는 교회 역사를 알려줌직한 은행나무 한 그루가 버티듯 서 있다. 은행나무를 중심으로 북편으로는 식당으로 쓰고 있는 1930년대에 지어진 기와집이, 서편으로는 1960년대 누에를 치던 잠실을 개조한 스레트지붕의 사무실이 있다. 목사집무실은 사무실 한쪽 두 평 남짓한 작은 방이다. 현판도 방만큼이나 소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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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 하양읍 하양무학로교회 내부 모습.


동편으로는 개척 당시 패널로 지은 예배당이 있고, 그 옆으로 느티나무와 벽돌로 만든 의자가 놓인 야외 예배당이 있다. 지난 추석을 앞둔 어느날 이 야외 예배당에서 유명 가수가 와서 작은 음악회를 열더니, 이번 추수 감사절에는 서울에서 온 바이올리니스트가 재능기부로 연주회를 열어 또 한 번 관심을 모았다. 신축 예배당을 지을 때부터 불교 신자들이 헌금하는 등 종교 간 벽과 갈등을 허물기도 해 주목을 받았다.

이교회 담임목사는 "많은 분의 '거룩한 헌신'으로 새로 지은 이 성전이 사람들의 영적 공간이자 주민들의 쉼터가 됐으면 좋겠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담을 쌓고 갈등할 게 아니라 벽을 허물고 관용하며 존중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타 종교에 배타적인 한국 교회가 한 번쯤 새겨 들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천윤자 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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