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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바이든 시대, 중국과의 이유있는 동행

2020-11-1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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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이 승리했다. 지켜보는 지구촌 사람이나 국가마다 계산이 복잡하다. 가장 고민이 많은 국가 중 하나가 중국이다. 선거운동 기간 바이든은 시종일관 '중국 억제'를 주장했다. 돌이켜보면 오바마정부 시기인 2009~2017년 8년 동안 바이든은 미국의 부통령이었다. 바이든이 부통령으로 재직할 시기 반(反)중국 캠페인의 시작점인 아시아 회귀전략(Pivot to Asia, Rebalancing Asia)이 구상됐고, 그 기저에는 중국에 대한 강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었다.

때문에 바이든의 민주당은 중국 부상에 대한 위기의식과 더불어 중국이 만든 상품도, 중국이 발표하는 모든 숫자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중국 부상의 기회를 제공한 책임이 조지 부시 2세 집권기인 2001~ 2008년 공화당에 있다고 본다. 그 시기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치르고, G20정상회의 기제에 진입했다.

그 과정에서 미국과 미국동맹라인은 금융위기의 수렁에 빠졌고, 동아시아국가는 독자적으로 아시아통화기금(AMF)을 만들어 탈(脫)달러노선을 걸었다. 때문에 바이든은 중국 부상을 제대로 억제하지 못한 공화당의 정책실패를 만회하려 할 것이다. 바이든의 대선 캠페인 구호 'Built Back Better'에도 그런 의도가 엿보인다. 트럼프 이전의 미국이 아니라 중국의 WTO가입 이전으로 회귀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78세의 바이든 당선자가 미국정계를 대표하는 노회한 엘리트 정치인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바이든은 30세에 최연소 상원의원을 시작으로 평생을 직업정치인으로 살았다. 대통령의 꿈을 꾸면서 미국의 이익이 무엇이고 미국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고민해 왔다. 그는 당선 직후 곧바로 미국이 당면한 문제에 대해 진단을 내렸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수위 홈페이지를 보면 핵심은 코로나19 팬데믹, 경제회복, 인종적 형평성, 기후변화 등 네 가지다.

이 가운데 가장 시급한 현안은 단연 코로나 대응이다. 당장 미국은 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1천만 명, 사망자가 20만 명이 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번 선거에서 미국민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동분서주하던 트럼프 대신 마스크를 착용하고 조심하던 바이든을 택했다. 당선인 바이든이 첫 공식행사에서 "마스크 제발 써달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코로나19를 정리해야만 경제회복과 복지를 이야기할 수 있는 현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의 마스크 착용 호소에 대해 중국은 미국이 방역협력 신호를 보낸 것으로 인식한다. 올해 미국인이 필요한 마스크는 35억개로 추산되는데 이를 원활히 공급할 수 있는 국가 중의 하나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진단키트, 치료제, 백신도 시급하지만 마스크를 비롯해 방호복, 의료용 고글, 체온계 등 방역장비도 당장 필요하다. 이를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는 국가 역시 중국이어서 방역협력은 필수라는 것.

 

실제 바이든 입장에서도 소강상태에 빠진 트럼프발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빨리 매듭지어야 두 번째 과제인 경제회복을 위한 협력을 도모할 수 있다. 방역과 경제회복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종갈등이 치유되고, 아시아계 인종에 대한 인종적 형평성을 확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바이든 정부의 대표적인 공약의 하나인 기후 문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정부가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해 세계리더로서의 역할을 회복하는 데 중국의 협력이 중요하다.

결국 바이든 정부는 중국봉쇄 대신 개입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정부에서 제안된 G2나 신형 대국관계의 수준에서 중국과 협력하며, 트럼프정부가 시작한 관세전쟁, 화웨이5G, 위쳇, 틱톡에 대한 제재 등 무역전쟁을 종결하고 상호 합의점을 찾을 것이다. 중국의 기술발전과 시장확대를 고려하면 트럼프식 압박보다 중국 달래기를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미국 우선(Ameriac First)을 표방한 고립보다 동맹들과 연계해 대중국 억제나 중국발전에 편승하는 것이 유리하다.

중국의 조건도 오바마정부 시기와 비교하면 크게 바뀌었다. 2003년 사스가 발생했을 당시의 중국과 2020년 코로나를 상대하는 중국 간에는 큰 차이가 있다. 지금 중국은 베이더우(北斗)라는, GPS를 능가하는 위성시스템을 가졌고 달 뒷면을 탐사할 우주능력을 갖췄다. 아직은 소득수준이 1만 달러에 못 미치는 개발도상국에 속하지만 거지도 QR코드로 결제하는 시대를 열었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을 자연과 인간의 전쟁으로 정의한다면 책임문제를 떠나 가장 많은 공공재를 제공할 수 있는 국가는 중국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바이든 미 행정부는 시진핑 중국 정부와 손잡고 갈 수밖에 없다.

시진핑정부도 미국 대선의 호기를 맞아 실속을 챙겼다. 대선으로 미국 전역이 아비규환 상황이던 지난 10월25일 시진핑 주석은 6·25전쟁 참전70주년 기념식에서 '항미원조전쟁(6·25전쟁)이 정의를 위한 전쟁이고, 반제국주의 전쟁이었다'고 규정하면서 중국의 승리를 선포했다. 중국 입장에서 6·25전쟁은 아편전쟁 이후 상실된 중국의 자신감을 회복시켜준 첫 전기였다는 점에서 시원하게 복수한 셈이다.

중국은 또한 미국의 혼란을 틈타 중국공산당 19기 5중전회를 통해 국방법을 보완하고 경제보호법을 마련했다. 중국의 영역을 우주공간으로 확대하고 '일대일로'사업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들을 마련한 것. 그리고 향후 10년 내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이는 중국이 미국에 맞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세계의 경찰에서 아시아의 경비견으로 추락하고 있는 미국과 미국식 민주주의를 비웃는 중국. 바이든시대엔 동상이몽 속 합종연횡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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