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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지금 여기 챙기기'에도 부족한 날들

2020-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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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행 소셜뉴스 위키트리 부회장

마치 천년을 살 것처럼 어리석은 우리들. 만약 당신이 죽는 날을 정확히 안다면? 그 해답을 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에서 찾아보자.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어느 날 사람들은 수상한 문자 메시지를 한 통씩 받게 된다. 거기에 적혀 있는 것은 개인별로 예정된 사망일로부터 역산해 남겨진 시간뿐. 방송사마다 속보를 날리고, 세상은 한바탕 뒤짚어진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영화 배경은 벨기에 브뤼셀의 작은 아파트. 여기엔 '신'이 산다. 컴퓨터실에서 온갖 종류의 불행을 만들어 사람들을 괴롭히는 게 취미인 난봉꾼 '신'이다. 아내 '신'을 구박하고, 아들 '신'(JC·예수를 지칭)은 가출했으며, 10살짜리 딸 '신'은 허리띠로 두들겨 맞는다. 딸은 아버지에게 복수하고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야구 관람이 취미인 엄마가 좋아하는 숫자 18에 맞춰 오빠가 12명의 제자와 함께 만든 신약성경을 '새 신약성경'으로 완성키 위해 6명의 제자를 찾아 나선 것이다. 떠나기 직전 딸은 '신'에게 통쾌하게 복수한다. 컴퓨터에 저장된 사람들에게 허락된 시간, 즉 사망일을 모두 전송해버렸다. 딸의 예상대로 '신'은 고통스럽게 절규한다. "인간은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나한테 복종하는 거야. 언제 죽을지 안다면 누가 개고생하겠어? "라며.

이제 인간들은 '갑작스러운 죽음'으로부터 지켜달라는 기도 대신에 '인생 시간표'를 스스로 짜기 시작했다. 인생은 시한부이며, 그 소중한 이 순간에도 무의미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찮은 일이나 유혹에 빠져 인생을 낭비하거나 후회하지 않고 '순간의 삶'에 더 충실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렇다면 딸 '신' 이 만난 6명의 사제는 누구일까? 7세 때 지하철 사고로 한 팔을 잃은 여인, 소심한 삶을 살며 인생을 허비하는 직장인, 색정광, 자신의 존재 이유를 '살생'이라고 믿는 사이코패스, 바람둥이 남편 때문에 고통받는 부인, 트랜스젠더 등 '눈물 흘리는 자들'이다. 딸 '신'은 이들의 눈물을 모으고, '마음의 소리'를 들어주며, 그들의 족쇄를 끊어준다. 새 신약성경은 이들의 이야기다. 아빠 '신'이 '지배와 통제를 하려는 신'이었다면 딸 '신'은 '자유와 해방을 주려는 신'이다. 이 반란은 엄마 '신'이 컴퓨터를 리셋하면서 마무리된다. 중력이 없어진 지구에선 갑자기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고, 뉴스에선 기쁜 소식만 전해지고, 인간이 동식물과 교감하게 되며 바닷속을 산책하는 등 아름다운 일들이 벌어진다. 이 영화의 교훈은 '과거는 잊고, 미래를 의식하지 말고, 지금! 여기! 이 순간! 을 충실하게 즐기라는 것'.

이 영화는 종교적 논란보다는 보석처럼 빛나는 '현재'의 재발견과 정치적 함의를 가진 이중 설계로 주목받았다. 상상해보라. "만약 지금 이 세상이 난봉꾼 신의 작품이라면? 얼마나 끔찍한가?" 여기서 아버지 '신'은 폭력적이고 인간을 통제하려는 정치 권력을 말한다. 반면 엄마 '신'은 압제 받은 인간들을 무자비한 권력이라는 중력으로부터 해방시킨다. 이 과정엔 탈출하려는 딸의 의지가 중요하다. 허황한 약속에 속지 말고 우리가 나쁜 권력을 바꿔야 한다.

지난 22일 새벽 친동생이 하늘나라로 가 오늘이 발인이다. 늘 발을 동동거리며 고생 많았다. 영화 대사 중 이런 말이 있다. "인생은 넘어지는 스케이트 장"이라고. 속도 줄이며 마음껏 즐겼더라면! 가슴이 찢어진다. 환갑도 못 치르고 그렇게 갈 것을….
김 행 소셜뉴스 위키트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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