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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의 시대공감] 중국의 애국주의, 해도 너무 한다

2020-12-04

파오차이가 김치의 표준이고
한복이 전통옷이란 주장뒤엔
중국 누리꾼의 애국주의 있어
우려스러운 中 문화 제국주의
주변국은 경계심 커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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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

최근 황당한 논란이 있었다. 쓰촨성의 '파오차이'가 김치 국제표준으로 인정받았다는 논란이다. 중국의 한 매체가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는데 관영 환구시보가 이를 받아서 알렸고, 우리 언론이 다시 이것을 '김치표준을 빼앗겼다'는 취지로 보도한 사건이다. 알고 보니 파오차이 국제표준은 김치와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그런 사실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무조건 보도부터 한 한국 언론이 빈축을 샀는데, 그 문제와 별개로 김치를 넘보는 듯한 중국 언론의 태도는 심각한 문제다. 관영매체까지 나서서 중국이 김치표준을 획득했다는 식으로 보도한 것이다.

얼마 전엔 한복 논란이 있었다. 중국 게임사의 게임에 한복 아이템이 있었는데, 일부 중국 누리꾼들이 '한복은 중국의 전통 의상인데 게임사가 이를 제대로 표기하지 않았다'며 황당한 비판을 가했다. 반면에 우리 누리꾼들은 한복을 중국 아이템으로 가져다 썼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해당 게임사는 '중국 기업으로서 우리의 입장은 항상 조국(중국)과 일치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며 한국 누리꾼이 한복 문제로 비판한 것을 문제 삼고, '국가의 존엄성을 수호한다'면서 한국 서비스를 중단해버렸다. 한복 문제로 왜 중국 게임사가 '국가 존엄성' 운운하는지, 게다가 한복이 중국옷이라는 발상은 어떻게 나오는 건지 황당하기만 한 사건이다. 그런 일이 벌어진 직후에 김치표준 논란이 터지니, 사안이 심각하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중국 전통 의상은 청나라 만주족의 옷이다. 이에 반발해 송·명시대 한족 의상을 회복하자는 운동이 있는데, 그 의상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한복도 한족의 '한푸'에서 나왔다는 어이없는 주장이 득세했다. 또는 어차피 중국내 소수민족의 문화이니 중국문화이기도 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런 것을 전문가가 아닌 일반 누리꾼들이 앞장서서 주창하는데 그 수가 많고 태도가 강경해 게임사 같은 일반 회사들이 눈치를 보고 앞장서서 애국심 마케팅에 나서기도 한다. '국가의 존엄성을 수호한다'며 한국 서비스를 중단한 것도 애국주의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애국주의를 주도하는 것은 중국의 일부 10~20대 젊은 누리꾼들이라고 알려졌다. 이들은 중국이 위대하다는 중화주의 교육을 받으며 자랐고, 중국의 급격한 경제성장을 어릴 때부터 지켜본 세대다. 자부심이 크고 과거 중화제국의 위세를 재건해야 한다는 열망이 가득하다. 이들은 동아시아 모든 문화의 원류가 중국이라고 우기며 애국주의 광풍을 일으키는 것이다. 거기에 일부 언론사들까지 영합하는 모양새다.

얼마 전 방탄소년단이 한국전쟁 당시 한미 양국의 희생을 기린다고 한 것을 두고 '중국인의 희생을 무시했다'며 생떼를 부린 것도 이런 누리꾼들이었다. 문제는 일반 기업과 언론사들까지 그 흐름에 영합한다는 것이다. 중국 출신 아이돌들의 애국선언이 이어지는 것도 애국주의 광풍을 의식한 마케팅이다.

중국 당국도 문제다. 중화 애국주의 교육을 한 주체가 바로 당국이고, 최근 미중 갈등이 고조되자 인터넷 애국주의를 대내 결속에 활용하는 측면도 있다. 소수민족을 완전히 흡수하기 위해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중화문화에 결합시키는 시도도 해왔다. 그것이 인터넷 애국주의로 이어져 한복이 중국옷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중국이 지금처럼 우악스럽게 '문화제국주의'적 태도를 보인다면 주위 국가들의 경계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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